기독교의 세계적 영적 지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92세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30번째 저서 ‘지혜로운 노년’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파킨슨병에 시달리고 있고, 보행기와 휠체어가 없으면 걷기도 힘들다. 좋아했던 독서도 이젠 침침해진 눈 때문에 쉽지 않다. 그는 지난 70년간 세계를 수십바퀴 돌며 185개국 21억 명에게 설교를 통해 복음을 전파했다. 한국에도 수차례 방문했고 1970년 초 100만 명 이상이 모인 엑스폴로 대회에서 한경직 목사님과 함께 한 여의도 부흥집회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1992년과 1994년 두 차례 북한을 찾기도 했다. 11월 93번째 생일을 맞는 노 목사가 출간되는 책의 제목은 홈런타자 그레이엄을 떠올리게 하는 ‘홈을 앞두고:삶과 믿음 멋진 마무리’다.

그는 책에서 어떻게 하면 우아하게 삶을 정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나이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나 역시 솔직히 늙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왜 내가 여전히 살아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누구도 당신을 대신해 외로움과 고통,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준비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가 내세운 해결책은 바로 정신적 강건함이다. 그레이엄 목사는 “질병과 상실에 맞설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며 나이 들어서도 신념의 기초를 굳건히 세우고 시간을 선물로 이해하며 세월이 흘러 일선에서 은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등의 삶의 변화를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우리를 이 곳에 있게 한 이유가 있다. 하나님이 준 위대한 희망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기도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다운 말년이 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은 2006년 마지막 공개설교 이후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미국 노스케롤라이나주의 몬트리어트 산속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엔 폐렴 증세로 입원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그는 아들 프랭클린 목사에게 “하나님이 내게 95세까지만 살게 하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질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 지도자로 책의 저자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년의 삶을 재음미해 보는 신앙적인 양서 중의 양서이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