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집과 가까워서 주로 출석하는 교회에 갔다가 주보에 실린 담임목사의 컬럼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동감을 느꼈다. 그 컬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번 대통령 후보 토론회 때 명 사회자로 이름을 날린 고려대학교 염재호 교수를 얼마 전에 만났는데 제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거 교회 학창시절에 진행했던 문학의 밤이라든지, 기타 자치회를 진행했던 경험들이 오늘날 저에게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고백은 그 교수만의 고백은 아닙니다. 이 주간 개봉한 영화 ‘커플즈’의 정용기 김독도 동일한 고백을 제게 했습니다. ‘제가 영화감독이 되기까지는 학창시절에 했던 문학의 밤이라든지, 기타 행사들이 오늘날 저를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공부라는 미명하에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칼럼은, 요즈음 두 아들의 활동을 보면서 더 동감을 느끼게 된다. 작은 아들 용범이가 3년째 총연출하고 있는 ‘슈퍼스타k'가 금년에는 무려 197만이 지원함으로 방송가는 물론이고 한국사회를 오디션 열기로 가득하게 만들고 있는 판에, 이번에는 큰 아들 용민이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 등 4인과 더불어 ’나는 꼼수다‘라는 대담 프로를 지난 4월부터 매주 1회씩 직접 제작해 애플의 음원 서비스 프로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음성 팟캐스트) 청취자의 수가 매주 200만이라고 할 정도이고 이번 박원순 시장 당선에 일등공신이었다고 평가 받을 정도이다. 자다가도 놀랄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부부는 자주 컴퓨터로 검색하면서 두 아들의 활약상에 뿌듯한 마음을 가지다가도 때로 여기저기에서 비판하는 뉴스가 나오면 가슴을 졸이며 지내기도 한다. 여하튼 어쩌다가 두 아들이 연예인 이상으로 뉴스의 화제 인물이 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특별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어느 힘 있는 분이 강하게 뒷받침해 준 것도 없는데 말이다. 다만 오늘 두 아들이 자기 분야에서 이처럼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목회자 자녀로서 30여 년 동안 교회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면서 받은 문화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두 아들은 어릴 때부터 교회 안에 위치한 사택에 살면서 청년들이나 학생들이 준비하고 펼치는 온갖 문화행사를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비록 가난한 동네에 위치한 교회지만, 매년 중고등부원들이 개최하는 문학과 음악의 밤, 성탄절 전야에 교회학교 각 부서들이 장년교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축하행사 등이다. 어찌 그 뿐이랴. 맑은 냇가나 푸른 바다가 가까운 시골학교를 빌려서 개최된 중고등부와 청년부들의 여름 수련회에 아빠 따라 참석하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특별히 각 조별로 발표하는 노래나 촌극, 장기자랑, 그리고 은하수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여름밤에 펼쳐지던 캠프화이어의 불꽃들을 보면서 그 때 받은 문화적 감동이 간접적인 학습이 되어 오늘 활약상의 뿌리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나타내고 있는 활약상을 하나님의 도우심 때문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그래서 틈틈이 두 아들에게 심어주는 말은, “앞으로 너희 둘이 힘을 합쳐 복음방송을 해야 한다. 그런 귀한 사역을 위해 하나님께서 오늘 너희들을 돕고 계신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은가? 너희들이 이렇게 뜰 줄을 누가 알았는가? 처음 프로를 시작할 때는 너희들조차도 자신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아무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이런 위치까지 온 것은 하나님이 마지막 때 너희를 쓰시려고 도와주신 것이라고 믿는다.”이다.

그렇다. 저들이 사회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게 되면, 특히 젊은 세대들이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할 정도의 저명한 위치에 이르게 되어, 복음방송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선교효과를 얻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바라보는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교회들은 문화행사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9일자 ‘한국기독공보’에 게재한 기사가 눈에 뜨인다.

“내년부터 전국의 초ㆍ중ㆍ고교에서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이미 격주로 '놀토'가 찾아올 때마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고민해야 했던 부모들은 벌써부터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주5일제 수업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단연 학원이다. 학원뿐만 아니라 학교，지자체 모두 '주5일제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나눔을 위해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교회들 역시 토요강좌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동에 위치한 광주다일교회(김의신목사 시무)는 현재 주일 오후에 회화반，드라마，부모와 자녀의 합창수업，POP，퀼트，어린이 인문학 교실 등으로 운영 중인 문화학교를 내년 3월부터 토요일에도 실시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한국의 교육의 맹점은 인성이나 철학교육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각자 타고난 재능을 키워주는 일에는 등한히 하고 일방적 주입식 지식 습득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함께 문화활동을 하면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팀웤을 익히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주5일제 수업의 시기에 맞추어 교육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본격적인 문화교실을 개설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힘쓰는 교회가 점점 증가한다면 청소년들이 이런 문화활동을 통해서 인격함양을 물론이고 하늘로부터 받은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킴으로 한국사회에 기독교문화가 꽃피우게 될 것이라 예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