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도들과 더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통하여 목회사역과 삶을 나누고 삶의 현실적 문제와 교회사역을 공유하기 위하여 몇 차례에 걸쳐서 성도들에게 전자우편(E-mail)을 보냈습니다. 제 기대로는 좀 더 많은 분들의 전자우편(E-Mail) 주소를 확보하고 싶었지만 겨우 250여 분의 전자우편 주소를 확보하여서 그나마 소중히 입력을 하여 몇 번에 걸쳐서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아마 아직 전자우편을 일상화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고 관심이 적은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 처음 보내는 일이고 또 그동안 많은 성도들과의 개인적인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목사도 성도들과 똑같은 일상생활에 잡다하고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또 그런 현장에서 살고 있음을 공감하게 함으로 더 친밀감을 갖기 위하여 정말 아주 사소(私消)한 잡기(雜記)들을 써 보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거룩하고 거창한 문제 뿐 아니라 지극히 작은 문제 역시 중요하고 또 그런 것이 모여서 삶을 만들어 간다는 의식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 뒤 교회 중요사역이나 또 중요문건들을 같이 나누는 것이 수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편지를 드렸는데, 읽으시는지 안 읽으시는지 묵묵부답이신 성도들도 계시고 또 답장을 보내 주심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의 장점은 소통(疏通)이고 일방적인 제 이야기보다는 소통이 참으로 중요하기에 더 많은 분들과의 교통을 바랍니다. 실제로 큰 교회 담임목사로서 성도들과의 개인적인 교제나 나눔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글을 통하여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고 현대문명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아쉬움은 제법 많은 분들의 편지가 전달되지 않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주소가 틀리다는 이유로 반송되어 오는 것입니다. 대략 30여분의 우편물이 전달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 주소를 확인하고 하지만 아마 휴면(休眠) Mail 주소이거나 주소가 틀린 것이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전자메일은 점 하나만 틀려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확성입니다. 사람처럼 알아서 적당한 정보로도 전달이 되면 좋겠지만 기계의 강점이기도 약점이기도 한 것이 정확성입니다. 틀린 주소, 이사 간 사람까지 알아서 찾아 주는 집배원처럼 그렇게 친절하지 않는 대신 주소만 정확하면 영락없이 전달해 줍니다. 기계는 거짓말도 못하지만 융통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내는 즉시 마구 들어오는 반송편지가 저를 조금은 씁쓸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렇게 돌아오는 편지를 보면서 이 땅을 찾아오셨지만 영접 받지 못한 주님의 초림 성탄절을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하여, 약속의 말씀을 통하여 그토록 여러 번 자상하게 주님의 오심을 가르쳐 주셨지만 또 그들 역시 그렇게도 메시아를 기다렸지만 진짜 주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는 겨우 몇 사람만이 주님의 오심을 알아차리고 경배를 드렸습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 일에 취해 있어서, 아니 자신들이 생각하는 메시아가 아니어서, 자기들이 바라는 그 정치적이고 물리적이 힘으로 오신 메시아가 아니어서 주님의 오심을 영접은커녕 도리어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생각의 차이가 접촉점을 엇갈리게 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보낸 구원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고 빛이 세상에 왔으나 어두움이 빛을 알아보지 못해서 그들은 더 큰 어두움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접촉점의 문제입니다. 보냈지만 전달되지 못하고 돌아온 편지처럼 오셨지만 영접하지 못한 메시아, 수많은 진리가 외처지고 수많은 복음이 선포되지만 이 접촉점의 문제로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메시지를 생각 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하나님과의 접촉점이 엇갈려서, 우리의 소원과 하나님의 뜻이 서로 엇갈려서 하나님의 은총이 되돌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 마음의 주소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받아 본 편지가 아니라 되돌아간 편지가 되지 않기 위하여 말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