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똑똑하고 많이 알고 능력 있으면 다른 사람이 다 박수갈채를 보내 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그리고 유능하고 일을 잘 하면 알아주고 높여 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그래서 아는 척 하고, 있는 척 하고 뭔가 유능한 척 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서 어디가든 이기고, 돋보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과 물질, 그리고 감정을 낭비합니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존심에 입는 상처를 견디지 못합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정서적 균형을 잃어버리고 극도의 감정적 흥분 상태에 빠져 정상적 사고를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이 고조됩니다.

물론 사람은 유능해야 합니다. 많이 알아야 하고 또 많이 가져야 하고 자신이나 자신의 소유를 지킬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학문을 닦아 고고한 학문적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해도, 뛰어난 달변으로 좌중을 사로잡고 실제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의 마음에 따뜻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면 힘으로 남을 제압할 수 있어도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평생을 곁눈질 한 번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한 우물을 파서 결국은 달인이 되고 남이 추종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의 전문가가 되어도 그 마음에 남을 용납할 공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 그림자는 늘 모노(Mono)일 뿐입니다. 그의 그윽한 품격은 존경의 조건이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는 철조망이 되어 버립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아무리 풍요로움으로 삶이 부유해도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그 역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의 삶의 끝날이 가까워 주름지고 등 굽는 날이 올 때 감사로 인생을 돌아보고 그 먹은 나이가 향기로 풍기기 위해서는 많이 가진 것보다, 많이 알고 많은 능력을 가진 것보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돌아보고 남과 함께하는 배려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얼굴에 주름살이 짙어지고 우리의 등이 구부러질 때에도, 모든 권한과 지위와 자리를 내어 주고 그냥 평범한 자리에 내려앉을 때에도 더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한 더 많은 배려와 사랑, 그리고 함께함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결코 촐랑거리지 않고 결코 천박하지 않는 중후한 인품으로 높은 품격과 더불어 한 없이 친근한 그런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내 몫조차 양보하고 결코 서두르지 않는 여유 있는 삶이 필요합니다.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해를 정리할 때가 눈앞에 다가옵니다. 그리고 저만큼 죄의 길로 떠나버린 인간들을 찾아,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사랑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찾아오신 거룩한 명절 성탄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하나님 앞에 그리고 나의 삶과 사역 앞에 숙제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점점 더 커가는 때이기도 합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과 나에게만 유리할 수 없는 상황들이 다가오고 지나갑니다. 마음조차 바빠지고 초조해 지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우린 조용히 그리고 정확하게 정신을 차리고 한해의 성적표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다림줄로 자신이 쌓은 인생의 담벼락을 재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아직도 삶에 지치고 일에 힘겨운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나의 지식과 나의 소유, 나의 능력과 나의 힘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무엇보다 한해 동안 가꾸고 키워온 나의 믿음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러나 개인에게만 머무르는 신앙은 복음으로 세워진 신앙이 아닙니다. 나의 지식이 어려운 이웃에게도 유용하고, 나의 능력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도 쓰임 받고, 나의 소유가 기본적 삶의 필요조차 채우지 못하는 우리 이웃에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한해를 마감하는 계절에 나의 믿음이 마음이 시린 이웃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면 좋겠습니다. 주름살이 깊어가고 허리가 굽어도 여전히 향기로운 사람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