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의 설날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준비하는 설날 음식에 덩달아 마음이 들떠 밤잠을 설쳤고, 한 벌씩 얻어 입는 새옷 설빔은 얼마나 마음을 뿌듯하게 했는지 모릅니다. 한 사람 두 사람 돌아오는 멀리 살던 친척들을 기다리는 그믐날의 기쁨 또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어른들마다 덕담을 아끼지 않았고 어른이면 무조건 엎드려 절을 하면서도 결코 자존심 상하지 않았었습니다. 모두가 존경하는 어른이었고 모두가 사랑스런 이웃이요 친척이요 가족이었습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나도 집안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세배를 드려야할 어른들보다는 앉아서 세배를 받아야 할 후배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젠 딸, 아들 시집 장가도 보냈고 지난해에는 정말로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새해인사 전화도 받고 후배들의 인사메일(Mail)도 받으면서 이젠 내가 어른임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어릴적 만큼의 무조건 좋은 설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난 이번 설날도 행복하게 맞습니다. 훌과 아론처럼 내 기도의 양팔이 되어 주고 내 부족을 보완하고 채워줄 형님 같고 친구 같은 교회어른들, 나와 더불어 충성스레 교회를 섬기고 목회의 짐을 나누어 저 주는 신실한 동역자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순전한 가슴으로 내 설교를 들어줄 수많은 우리 성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주일 아침 일찍 찾아와 내 한복을 입혀주고 설빔으로 치장해줄 고마운 성도도 있고, 소박한 선물이지만 진정한 감사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고마운 믿음의 가족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딸 만큼 자랑스러운 사위도, 아들만큼 사랑스러운 며느리도, 그리고 이젠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한 사랑스런 손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 설날을 행복하게 맞고 보내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모르는 사람은 세상을 삐뚤게 보는 사람입니다. 다함께 기뻐하는 명절을 그냥 아무 전제나 불필요한 사족(蛇足)을 붙이지 말고 그냥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알기만 하고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그 행복이 남의 것인 줄 착각하는 사람입니다. 행복을 자기 것으로 받고 자신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이 자기만의 것인 줄 알아 그 행복을 남과 나눌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러나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스스로 누릴 수 없는 사람은 그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도 없습니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그 행복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명절 설날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