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93세 나이로 돌아가셨다. 인간이 80대 중반을 넘기면 90대 초반까지 살고 그 때를 넘기면 백수(白壽) 한다는 통설(通說)이 있는데, 어머니는 90대 초반을 넘기시지 못했다. 어머니의 일생을 요약하면 ‘오직 신앙’이었다. 아버지의 갖은 반대 속에서도 신앙적으로 굽히지 않으셨고 오히려 아버지를 교회로 인도하신 후 장로직까지 갖게 하신 분이다. 매일같이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강권적으로 식구들이 참석케 하시며, 도보로 오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본 교회에서 새벽제단을 지키신 분이시다. 우리 자녀들은 어머니가 공부하라는 소리는 들은 기억은 없지만, 성수주일과 가정예배 참석하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야 했다.

그렇게 90평생을 초지일관 신앙의 삶을 사신 분인데, 이번 장례식을 치루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의 간증을 생생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 동안 일 년에 한 두 차례 정도로 북부노인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매달 많은 약을 타다가 잡수시기는 하셨으나 평소에는 주일이면 가까운 교회에 열심히 참석하시고 평일에는 아파트 경로당에 늘 다니실 정도셨다. 그러나 작년 후반기부터 힘들게 걸으시고 힘없이 넘어지시는 등 쇠약해지기더니 어린애처럼 행동하시는 모습이 자주 보여 우리 부부가 안타까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결국 작년 11월 8일에는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팔골절상을 입으셨다.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아 뼈를 맞추었으나 다음날 보니 혼자 풀어버리심으로 더 악화가 되었다. 또한 신장(腎臟)에 문제가 있는지 대소변을 힘들어 하심으로 북부노인병원에 입원하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망우리 북부노인병원은 한 달 뿐이 입원할 수밖에 없는 규정 때문에 팔목이 회복될 때까지 다른 병원과 요양시설에 계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생활이 3개월이 되면서 점점 약해지시더니 혈당치가 급격히 저하됨으로 의식을 잃으신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에 입원하실 밖에 없으셨다.

그 동안 4남매가 매일 중환자실을 찾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러나 전혀 차도가 없는 상태로 23일 흘러갔다. 그 때부터 자녀들이 여기저기 장례식장을 찾아보는 등 마음에 준비해 왔다. 그러면서 장례식이 설날 기간(1월 22-24일)에 겹치지 않기를 특별기도했다. 명절에 장례식이 겹치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양평 삼가리 교회 제직수련회(1월 29일-2월 1일)의 강사로 약속되었는데 그 기간도 피해달라는 것과 너무 혹한(酷寒) 속에 장례식을 치루지 않도록 기도를 했다.

평소에 어머니의 기도제목은 돌아갈 때 너무 자녀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런 모든 기간을 피하고 목회하는 사위(춘천중앙교회 담임)나 외손주(부산 해오름교회 담임)가 목회 상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주일을 피하여 2월 6일 월요일 새벽 6시경 소천 하셨다. 부산에서 목회하는 외손주 목사의 간증에 의하면 이상하게도 이번 주간의 새벽예배 인도는 전부 부교역자에게 맡기고 싶었는데 이런 큰 일이 생겼다고 한다. 더욱이나 2월 9일(목)에는 막내아들이 교장으로 근무하고 도농중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라는 사실이다.

어머니는 그런 모든 날들을 피하시고 소천하셨다. 우리 형제들은 이런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무의식 속에라도 이어가는 어머니의 믿음에 다시금 감탄했다. 또한 우리 자녀들은 한국의 장례문화가 너무나 허례에 치우쳐서 고인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분들에게까지 알림으로 많은 분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친척과 소속 교회들, 근무지 외에는 거의 통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문객들이 엄청나게 찾아옴으로 ‘어머니가 참으로 복된 분이시구나.’라는 감동으로 장례식 일을 은혜가운데 치룰 수가 있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못 나오셔서 예수님을 믿은 이후에야 한글을 깨우치신 분으로 교회적으로 사회적으로 무슨 큰일을 남기신 업적이 없으시다. 그럼에도 믿지 않는 친척들이 놀랄 정도로 장례식장에는 많은 화환들로 장식되고 7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가셨을 뿐 아니라 추운 일기임에도 춘천 선영에서 진행된 하관예배에도 100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대한 장례식이 되었으니 참으로 복된 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일생동안 남편을 구원시켜 장로직을 갖게 하고 온 자녀들을 물론이고 친척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 대부분 믿는 가정들로 만드신 분, 노쇠할 때까지 기도의 삶을 사신 분이기에 하나님이 이런 복을 주셨다는 사실을 장례식을 통해서 우리 모두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자녀들은 가장 아쉬운 것은, 우리 가정의 큰 우산 같은 역할을 하시면서 새벽이나 밤중마다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 친척들의 이름을 불러 가시면서 중보기도해 주신 어머니가 떠나셨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