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꾼’으로 불리는 이승만 박사는 미국장로교(PCUSA)애서 아시아인으로 최초로 총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평양에서서 피난 나와 해병대에서 복무한 그는 흑인인권운동을 하면서 마틴 루타 킹 목사를 만나 신앙의 눈을 새롭게 뜨고 화해의 사역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루이빌대학을 커쳐 현재 유나온 신학교에서 봉직 중이며 여전히 화해를 외치고 있다. 특히 남북화해는 오늘의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자: 이승만 박사(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김용덕 장로(기쁜소식 이사장) 심영식 장로(한국장로신문 편집위원장) 유호귀 장로(한국장로신문 편집국장)

△유호귀 장로: 미국장로교 총회장, 미국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세계교회무대에서 활동하셨던 모습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목사님께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 입니까?

▲이승만 목사: 제 신앙의 뿌리는 할머님입니다. 할머님께선 저희 집안의 첫 기독교인이셨습니다. 유교 집안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여전도사(김효신 전도사)로 사역하시며，가난한 가운데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셨습니다. 아버지께선 원래 교원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후에 목사(이태석 목사)가 되셨어요. 할머님 1대，아버지 2대，제가 3대 사역자가 된 셈입니다.
공산치하에서 목회를 하실 땐 우리가 아는 대로 다른 목사님들과 함께 어려움을 당했지요. 아버님께서 목사의 가족이 피난가면 성도들은 어떻게 하냐시며 남아서 사역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투옥되셔서 국군이 오기 전에 감옥에서 순교하셨죠. 아버지가 목사님이셨지만 저는 목사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목사는 얌전한 사람이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전 어려서부터 활동적인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마치고나자 목사의 아들로서 공산치하에선 더 이상 진학을 할 수 없어 성화신학교에서 2년을 공부했어요. 아버지께서 순교하신 후 장례식을 치르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악이 이렇게 성행하는 것을 어찌 보고만 계시는 거냐고요. 그리고 그때 49세의 젊은 목사가 못다 한 사역을 내가 이어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김용덕 장로: 해병대 6기로 군생활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해병대에 들어가게 되신겁니까?

▲이승만 목사: 곧 피난길에 올랐죠. 남동생 이승규 장로와 둘이 떠났습니다. 당시 이 장로가 17살，제가 19살이었어요.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눈 내리는 아침이었는데 대문 밖으로 저희를 밀어내시면서 ‘'01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른다. 어디에 가든 무슨 일을 당하든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기도 속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1950년 12월 3일 평양 집을 정처 없이 떠났습니다. 서울까지 열흘 가량 걸어왔는데，1·4후퇴로 곧 다시 진해까지 18일을 걸었어요. 그리고 바로 해병대에 들어갔지요. 해병대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훈련이 제일 심한 곳이라고 하길래 이왕 군대에 가려면 해병대엘 가자는 결심에 6기로 입대했지요.
1953년 미국 해군학교에서 6개월간 연수의 기회가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공부를 계속 하고자 문산 해병대 사령부에서 근무하며 밤엔 트럭을 잡아타고 서울로 올라가 중앙야간신학교엘 다녔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 미국으로 가 데이비스 앤 앨킨드 대학을 졸업하고 루이빌 신학교에서 신학교를 마친 후 미국 장로교에서 목사 안수 받았지요.

△심영식 장로: 과거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힘께 흑인인권운동을 하셨습니다. 그 과정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승만 목사: 신학교를 마친 후 두 교회에서 목회했고 1963년부터 루이빌대학교에서 교목을 맡았습니다. 흑인인권 운동이 가장 크게 일어나던 때였어요. 당시엔 흑인인권운동에 참여하는 동양인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워낙 동양인 수도 적었을 뿐더러 ‘흑인인권운동은 흑백 문제’라고 인식해 굳이 싸움이 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제 생각엔 그것이 흑백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의 문제로 보였기 때문에 신안인으로서 마땅히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대학엔 흑인 교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흑인학생회를 조직하려 하는데 막상 지도교수가 없었던 거예요. 내게 지도교수가 되어달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흑인학생회 첫 지도교수가 되었습니다. 정말 영광스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었지요.
당시 흑인들은 백인과 함께 식당，호텔 등 공공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공공장소에선 인종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시청 앞에서 데모를 했어요. 백인들은 학생들을 ‘깜둥이(nigger)’라고 야유했고 흑인들은 백인들을 향해 ‘흰둥이(white nigger)’ 라고 맞섰어요. 그런데 저에겐 무어라 욕을 해야 할지 몰라 하더니，‘노란둥이(yellow nigger)’ 라고 했어요. 콜라병이며 날계란을 맞는 등 쉽지 않았죠. 그러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정의와 평화가 입한 사회를 묘띨기 위해서는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었다고 생각 했습니다.

△유호귀 장로: 오늘날 화해의 사신이 되기까지 목사님을 이끌었던 신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승만 목사: 사실 공부하는 동안에는 인권운동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만나 180도 변하게 된 것입니다. 루터 킹 목사의 많은 가르침 중 두 가지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킹 목사님은 흑인 인권운동이 흑인을 해방시키는 운동일 뿐 아니라 동시에 가해자 백인을 해방시키는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옳은 생각，즉 진리로 옮겨가는 해방인 것이죠. 피해자와 가해자를 하나의 말씀과 사랑으로 동시에 해방시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흑인인권운동의 목적이라고 하셨어요. 제겐 상당히 충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또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에，키(key)를 누가 갖고 있는가，그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바로 피해자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피해자에겐 원수를 갚을 것인가，아니면 용서하고 화해를 이루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인가 하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지요. 바로 피해자에게 화해의 사명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용덕 장로: 우리나라는 60년 동안 남북으로 갈라져 적대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남쪽 사회에선 흑백론으로 공론이 분열돼 있는 상태입니다. 목사님께서 해 오셨던 흑인인권운동과 화해사역이 우리 민족에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이승만 목사: 사실 저는 이북에서 아버님이 순교하시고 감옥에 갇히는 등 당할 대로 당하고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심，적개심인 가득 찬 상태로 피난 내려왔습니다. 해병대에 들어가 전투에 참여했던 것도 그런 이유 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제 삶을 돌아보게 됐고，흑인인권 운동을 통해 조국을 다시 보는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
조국의 갈등현실을 화해시키기 위한 사역에 내 남은 삶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남북으로 갈라져 긴장과 적개심 가운데 있는 조국이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화해하는 데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그때부터 남북 화해사역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심영식 장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며 첨단 무기들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해쳤습니다. 하지만 북한 기아와 해방은 무력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화해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계획 하고 계십니까?

▲이승만 목사: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 이면서 핵심적인 메시지는 화해입니다. 고린도후서 5장에선 하나님께서 죄인된 우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화해하셨고，또 그 화해를 통해 다시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시키셨죠. 그러니 하나님과 화해를 먼저 경험한 우리는 복음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가 화해시키는 사역을 해야 하죠. 그 말씀이 지금까지 제 사역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미국에서도 한창 인종간의 화해가 절실히 필요한 때에 제가 총회장이 됐던 겁니다. 2000년 미국장로교 212차 총회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어떤 점 때문이 아니라，당시 화해의 메시지가 필요했고 그것을 받아들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명을 갖고 어떻게 하면 교회가 화해의 사역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 왔습니다. 특별히 우리 민족은 전쟁을 통한 적개심이 지금까지도 깔려 있는 형편이지 않습니까?
이 적개심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통일 문제는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화해는 종교인들의 책임입니다. 신앙적 양심으로 화해를 이룰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놔야겠지요. 마음의 삼팔선이 무너져야 저 전선에 있는 삼판선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것은 교회의 사명, 우리의 책임입니다.
떨어진 두 곳을 연결하려면 다리가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다리는 오해를 받기 쉬워요. 양쪽을 다 붙들고 있다 보니 이쪽에선 저쪽 편이다，저쪽에선 이쪽 편이다 하거든요. 양쪽을 끌어안고 하나되게 하기 위한 다리가 돼야 합니다. 그 다리가 바로 우리와 하늘을 이은 십자가의 모습이지요. 오늘의 십자가는 몸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쪽을 놓지 않고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로님들이 하시는 일이 바로 그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적으로 다리의 역할을 하시는 분들어 많이 계시잖아요. 봉수교회를 재건한 것 등 장로님들의 수고를 보면 참 감격적입니다.

△유호귀 장로: 마지막으로 요즘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 교인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이승만 목사: 한국교회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입니다. 개신교가 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올 때 우리 민족은 일제 치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복음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기독교는 신앙적인 것과 민족적인 것을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믿음의 뿌리를 기억해야겠지요. 그런데 그 뿌리를 지켜오던 전통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를 오늘 우리가 물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셨는데，오늘 한국교회의 십자가는 무엇인가. 우리 민족에게 현재 가장 중심되는 메시지는 화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고 한국교회가 성장했지만， 이 모든 것이 남북간 긴장이 계속되고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하루아침에 다 없어지는 것들입니다. 한국교회가 민족 화해를 사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