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만물이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혼자 깨어 있어 인생의 문제로 고민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극도로 예민해진 감정으로, 잠 못 이루는 고뇌로 삶의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뒤척이는 젊은이들의 향긋한 감성이나, 옛날이 그리운 노인들의 향수에 젖은 막연한 서러움 때문이 아닌, 인간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대답에 목말라 뒤척이는 고뇌의 밤을 지새워 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절대자 하나님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잠 못 이룬 경험이 있습니까? 인생의 문제 자신의 영원한 삶의 문제로 고뇌해 본 적이 없이 단지 얕은 생각, 얻어 들은 지식, 얼치기 자기 소견으로 그냥 그렇게 인생의 문제를, 구원과 영생의 문제를 책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세련된 사유의 능력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아마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인간일 것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얼마 전 영국에서는 대표적 다윈주의자(진화론자)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s)와 캔터베리 대 주교 로완 윌리암스(Rowan Williams)의 대토론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무신론자요 신을 인간이 만든 가상적 존재(God Delusion)라고 강변하는 도킨스는 그의 무신론적 사유로 얻어진 자기 신념으로 ‘하나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총동원하였고, 대주교는 비록 증명할 수 없지만 그러나 사실인 하나님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하였습니다. 언론은 150년 전 다윈의 불독이라고 별명이 지어진 토마스 헉슬리(Thomas Huxely)와 창조론자 새뮤얼 월버포스(Samuel Wilberforce)의 대논쟁 이후에 벌어진 세기적 논쟁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정말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논쟁이고 인간의 어리석음이 인간을 얼마나 오만하게 하는가를 보여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증명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냥 사실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작은 두뇌에 갇힌 한정된 사고구조로서는 신을 헤아리거나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은 믿음의 대상이지 토론이나 과학적 증명의 대상이 아닙니다.

너무나 많은 어리석은 군상들은 감히 신의 존재증명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고채널에 인식되지 않는다고 신의 존재를 함부로 논단합니다. 무식해서 용감한 어리석은 용기의 소치일 것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우주 속에서 인간 존재의 왜소함을 느끼지 못하고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위엄 앞에서도 겸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어리석음입니다. 인간과 우주의 근원적 섭리에 관한 성찰도, 고민도 없이 단지 자신의 지적채널에 인식되고 발견되지 않는다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그는 이미 지식인이기 이전에 부정적 무신론의 광신자가 되어 버린 사람입니다. “약간의 과학은 사람을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만 더 많은 과학은 인간을 다시 신에게 돌아가게 한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이는 사실 자신의 무지의 표현일 뿐입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고 돌팔이 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무식하기에 용감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 한 권 읽고 다 아는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얼치기 정치가가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무늬만 기독교인이 신앙의 능력을 폄훼하고 무식한 지도자가 군중을 오도합니다. 작은 나무가 큰 열매 맺으면 가지가 찢어지듯이 무능한자가 일을 많이 하려고 하니 무리수를 둡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자리에 앉아서 소신(고집)까지 있으니 전문성을 상식수준 이하로 끌어 내리고 자기 소견을 일반화시켜 버리는 우를 범합니다.

겸허한 자세, 자신의 부족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그리고 완전히 알 수 있을 때까지는 함부로 입을 벌리지 않는 것입니다. 정확한 이해와 바른 판단이 결여된 지레짐작으로 문제를 단정함으로 오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얄팍한 지식이나 어리석은 자기 소견을 일반화시키려는 무서운 시도는 중지되어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얼마나 엄청난 범죄이며 폐해인지를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최고 지성이라고 자처하는 도킨스 같은 학자에게도 해당 되는 말이요 생각 없이 문제를 보고, 표준 없이 사태를 판단하고, 자기 생각으로 단정해 버리는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사순절에는 말이나 행동뿐 아니라 생각에도 절제가 필요합니다. 경건은 행동에서뿐 아니고 생각에도 적용되어야 할 사순절의 윤리입니다. 무식한 용기, 어리석은 만용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향한 깊은 성찰과 하나님의 존재 앞에 서 있다는 겸허함이 요구됩니다. 용기가 있어야 하지만 무식함으로 생겨나는 만용이어서는 안됩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용기”는 용기가 아니라 자멸이기 때문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