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1:7)

지금 한국사회의 큰 병폐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입니다. 남북이 62년간 분단된 채 엄청난 군비로 무기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에 영호남 지역갈등이 여전히 병적으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빈부의 격차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현상에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중산층이 두꺼울 때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인데 갈수록 중산층은 빈약해지고 빈부의 격차만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시에 나타났던 대로 20-40대와 50대 이상 간에 세대적 갈등의 골은 더 심화되는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를 가장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이념의 갈등입니다.

보수측과 진보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못해 극심한 증오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만은 보수와 진보를 모두 포용하고 갈등해소에 진력함으로 국민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마땅합니다. 하나님은 모세에 이어 여호수아를 지도자로 세우면서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수1:7)라 명하셨습니다. 지나치게 우로나 좌로 치우치는 것은 지도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 안에는 극보수파들과 극진보파들이 큰 소리를 내면서 한국교회를 더욱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현상에 너무나 기가 찹니다. 특별히 극보수측은 소위 진보측에 있는 자들을 거의 ‘종북좌파’, 더 심한 말로 ‘좌빨’이란 표현으로 서슴없이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기가 막힙니다. 우리 집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강남금식기도원’이 있습니다. 어느 주일날 예배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강단 옆에 큰 현수막이 걸렸는데 이런 구호가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1)미군철수 반대하여 전쟁도발을 막자. (2)보안법을 지켜서 공산화를 막자. (3)빨갱이를 잡아내 서민경제 살리자. (4)좌파 제거해 교회와 나라를 바로 세우자. (5)간첩들을 쫓아내 선진한국 만들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곳은 기도원이 아니라 반공집회장처럼 보였습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 중 이런 한심한 의식수준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진보측에 속한 사람들의 극히 일부가 그런 위험한 사상에 물들어 있으면서, 장기독재하면서 북한의 백성들을 기아선상에 몰아넣고 있는 패악무도한 김정일과 군부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진보측에 속한 모든 자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하고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별히 기독교 지도자로서는 자격미달자인 모습입니다. 극렬한 보수측이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예수님이야 말로 탈율법적인 진보주의자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와 종교계를 흔들면서 마음대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진보주의자를 십자가에 못 박을 수밖에 없었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처단이야 말로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 되고만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닙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이러한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이나 이념 간의 갈등의 화해자로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성경적인 바탕에 바로 서야 합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무슨 일에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수1:7)"고 명하고 있습니다. 흔히 우익(右翼)은 보수를 말하고 좌익(左翼)은 진보를 말합니다. 익(翼)은 날개를 말합니다. 하늘로 높이 나르려면 오른쪽 날개(右翼)도 필요하고 왼쪽 날개(左翼)도 필요합니다. 축구팀으로 표현한다면 보수는 지키는 수비측이요, 진보는 활로를 여는 공격측입니다.

또한 축구에서는 라이트 윙, 레프트 윙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윙(wing)은 영어로 날개란 뜻입니다.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가려면 보수와 진보가 조화를 이루고 협력해야 가능합니다. 진보는 앞길의 활로를 열면서 개척하고 굳어 있는 틀을 개혁하는 역할을 한다면 보수는 이미 이룩한 업적과 질서를 잘 보존하여 내실을 튼실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가는 두 측이 협력할 때 비상(飛上)이나 발전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적으로 균형 잡힌 기독교(Biblically Balanced Christianity)'는 신학자 존 스토트가 평생에 걸쳐 설파한 핵심 가치입니다.

그가 입안한 로잔언약은, 개인의 구원에만 치우쳤던 복음주의 선교의 균형추를 사회적 참여와 책임 쪽으로 옮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탄이 가장 좋아하는 전략이라고 확신한다"며,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스토트는 균형을 유지하려면 양극단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지성과 감성, 보수와 진보, 형식과 자유, 복음 전도와 사회참여를 동시에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지도자 그룹이 되어야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좌로나 우로 치우침으로 극좌, 극우에 깊이 빠진 자들이 한국교회 지도자연할 때는,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까지 미래를 향해 비상하거나 앞으로 질주는커녕 추락이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한국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가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계신 분들은 한국교계의 원로들이십니다. 이제부터 어느 한쪽만 보지 마시고 좀 더 큰 시각에서 한국과 한국교회, 그리고 남북관계를 보시고 후배들을 지도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