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정에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착하게 살아가는 오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덟 살 난 오빠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가 급히 필요했습니다. 같은 혈액형을 가진 다섯 살 박이 딸에게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얘야, 오빠가 피가 모자라서 수술하기에 위험하단다. 네가 오빠에게 피를 줄 수 있겠니?” 아이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다섯 살배기 여동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그리고 적당량의 피를 뽑았습니다. 그 동생의 피를 수혈한 오빠는 수술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네 덕분에 오빠가 살게 되었다”라며 수술이 잘 되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던 어린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언제 죽어요?” “네가 죽다니?” “피를 뽑았잖아요. 피를 뽑아도 안죽어요?” “그럼, 넌 죽는 줄 알면서도 오빠에게 피를 주었단 말이냐?” “예, 오빠를 사랑하거든요”

5살 어린아이가 오빠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피를 뽑으면 죽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오빠를 위해 피를 주었다는 어린아이 이야기입니다.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어린 소녀는 자기 생명을 주는 결단을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생명조차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우리는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고난주간을 보냅니다. 단 한 가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 주님께서 친히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잘나고, 우리가 착하고, 우리 믿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 한 가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한 주님의 희생은 단순히 생명을 주셨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이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다 감수하셨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둔 주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 섞인 땀방울을 흘리면서 기도하셨고, 악도들에게 잡히셔서 총독 빌라도의 관정에서는 군사들에 의해 옷이 벗겨지고, 가시관이 씌워지고, 희롱을 당하고,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갈대로 채찍으로 맞으셨고 골격과 근육이 찢어져 정맥이 밖으로 드러났고, 근육, 근골, 창자의 일부가 노출되고 피투성이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그 몸으로 약 57kg의 십자가를 지고 쓰러지며, 쓰러지며 턱이 깨지고 무릎이 상한 채로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이사야 53장의 예언대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만큼 흉측한 모습이 되셨습니다. 하나님이신 주님은 그 신적 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십자가를 지셨고 결국 주님은 구레네 시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사형수처럼 되었습니다.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신 주님은 18cm나 되는 대못이 손목에 박혔고 6시간이나 타는 목마름으로 극한고통을 당하시고 끝내 인간의 몸으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단지 한 가지 이유 인간들을 사랑하셔서, 인간들을 죽음에서 살리시기 위하여 자신이 고통과 죽음을 당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이 땅에 살면서 영원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수 있음은 단 한 가지 주님의 사랑, 십자가의 희생 때문입니다. 해마다 연례적 행사로서 고난주간을 맞는 우리는 이미 주님의 고통과 우리를 향한 사랑의 희생은 잊은 채 메마른 의식, 진정성이 결여된 행사로 고난주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지를 돌아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기념하라고 제정하여 주신 성찬식의 떡과 잔을 받으면서도 이를 단순한 기념식처럼 감격 없이, 감사 없이 충성에 대한 결단 없이 받고 있는 우리는 이 고난절조차도 그냥 그렇게 잊혀진 절기처럼 보내고 있지나 않은지를 돌아봅니다. 특별한 행사, 극적인 사건이 없다고 주님의 고난을 잊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의 고난에 참여하고 세상의 복이 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하여 드리는 특별 새벽기도회가 한 주간 남았습니다. 매일 아침, 주님이 걸어가신 발자취를 따라 함께 걷는 새벽기도가 부족하지만 주님의 고난에 감사하여 자신을 드리는 헌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주간 동안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말씀묵상이 우리를 사랑하여 자신을 주신 주님과 깊은 대화의 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끼라도 금식함으로 주님을 위한 자기 포기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절기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주님의 고난에 참여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을 주님께 드리는 헌신의 기회입니다. 사랑 때문에 자신을 주신 주님께 우리 또한 사랑 때문에 삶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십자가,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을 주신 주님께 우리 또한 사랑 때문에 나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