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다. 참으로 한심하고 수준 이하인 한국의 정치현실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선거는 매번 자기 편 공천, 욕설, 비방, 막말, 음해, 유언비어 등이 단골메뉴이다. 그래도 세상의 정치는 정해진 법과 원칙이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벌이 가해지고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후보 진영에서 돈을 주거나 밥만 사 먹여도 이는 선거법 위반으로 공천 자체가 무효화 될 수 있다.

‘한기총’이라는 기관이 선거를 바르게 하지 못하고 몇 사람의 고집과 독선으로 파행을 겪은 결과, 가칭 ‘한국교회연합’이라는 또 다른 교회연합기구가 출범하였다. 그런데 선거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구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대표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적어도 이번만큼은 후보를 단일화하여 모범을 보였어야 옳았다. 그리고 아름답게 추대되는 대표회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변화를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은 대표회장을 선거하는데 있어서, 또 지겹게 보아온 두 후보의 경합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진절머리 나는 추태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편을 가르고 교파를 내세우고 한 표를 부탁하는 넌더리나는 구습을 떨쳐버리지 못하였다. 이 판국에 누가 대표회장이 되는가가 그렇게도 중요한가? 1차 투표에서 안 되었으면, 2차 투표에라도 한 사람을 추대하여 감동을 남길 수는 없었는가? 결국은 두 사람이 회장이 되려는 명예욕을 드러냄으로써 한국교회는 또 한 번 실망하였고,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한기총과의 차별은 굉장한 구호나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옛날 초대교회처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전에 편을 갈라 공작하고, 권모술수를 펴고, 선거를 위한 사전 모의를 하고, 표를 얻기 위한 인간적인 노력에 관심이 모아질 때, 그 앞날의 행보가 뻔할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한국교회연합’이 이런 식의 선거를 지향한다면 별 볼일 없는 단체에 불과하다. 한국기독교에 아무런 유익을 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연합단체일 뿐이다. 연합회장 자리 하나 더 생긴 것밖에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대오각성을 바란다.

/서울장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