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아리랑 가사 중에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라는 게 있다.

그래, 좀 보면서 살아야 되는데
고개가 들려지지 않는다.
뭔가에 눌린 듯이
쉽게 눈이 들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안 보니까
이제는 길바닥에다 꽃잎을
아예 깔아놓으셨다.
봄비를 흠뻑 먹은 꽃잎들이
색종이 깔아놓듯이
그렇게 깔려있다.

‘봄’은
‘보다’의 명사형이다.
그러니까 볼 것이 많은 계절이라
봄이라 한 것인데
정작 나는 보기가 두려워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

기대한 이들의 실망스러움이
눈에 띌까봐 ...
사랑하던 이들이 ....
지레 겁을 먹고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
늘 초점을 잃고
허공을 보듯 뿌옇게 ...

그래도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보라고
길바닥에 꽃잎을
깔아놓으시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이젠 봐야한다.

추한 것들보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자.
실망스러운 것보다
희망 가질 만한 것들을 보자.
아파할 것들 보다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들을 보자.
봄은 봄으로 복이 있으니
그렇게 보다 보면
분명 주님께서
깔아놓으신 복도 보일 것이다.

시커멓게 죽어버린 등걸 위에
새파랗게 올라오는 희망의 싹을,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고개를 내미는 생명의 권세를.
끝났다고 했는데
다시 시작하는 부활의 역동을.

다시 보게 하소서.
이 봄에
다시 희망의 싹들을
또렷이 보게 하소서.
봄을 봄으로 완성하게끔
다시 희망 속에 보게 하소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셨던
그 심정을
종도 느낄 수 있도록
그리 복을 내려 주옵소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