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을 맞았습니다. 성령강림절은 주님의 제자들과 120여 명의 성도들이 주님의 승천 이후 예루살렘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전혀 기도에 힘쓸 때에 주님께서 약속하셨던 성령이 그들 가운데 처음이자 영원히 임재하셔서 역사하셨던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행 1:4-5, 2:1-4). 그날이 바로 구약의 칠칠절(七七節) 절기였던 ‘오순절(五旬節)’날이어서 흔히들 ‘오순절 성령강림’이라고 합니다. 즉 이는 초실절(初實節) 다음날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며, 7주간의 곡식 추수 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구약의 칠칠절 또는 맥추절에 성령강림이 이루어졌던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레 23:15-17). 여기서 우리는 신약의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은 구약의 곡식 추수가 상징했던 회개한 영혼의 추수 곧 회개한 성도의 천국 구원과 구원받은 영혼의 풍요한 생활 및 영혼의 평안을 실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성령강림절을 뜻하는 ‘파스쿠아 로싸(Pasqua rossa)’도 이때 성령을 상징하는 붉은 예복을 입는 풍습에서 유래된 말이고 이 날을 영국에서는 ‘'휫트 선데이(Whitsunday)’라 하는데, 이는 ‘화이트 선데이(White sunday)’, 즉 ‘하얀 일요일’이란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는 성령강림절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순결을 상징하는 흰 옷을 입는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령강림절은 이 지상교회가 시작된 날 곧 교회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향하여 복음 선교가 시작된 것이 바로 이때부터입니다. 성령강림 사건은 태초부터 종말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속사(救贖史)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는 인간과 하나님이 직접적이고도 온전한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인간은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교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을 회복하여 주시기 위해 희생제물을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구속(redemption)의 법(율법)을 세워주셨지만 그 구속사역의 궁극적인 실체인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하나님과 인간의 교제는 간접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 수난을 통해 구속사역을 완성하시고 믿는 자들에게는 세상 끝날 구속사역의 최종 실현(天國)의 새 언약(신약)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 속에 오신 예수께서 예언한 말씀대로 세상 끝날까지 성도를 보호, 인도할 보혜사(保惠師) 성령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후의 성령의 강림은 범죄로 인하여 끊어진 하나님과 인간의 교제가 영적으로는 회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실현은 새 천국에서 이루어지겠지만 하나님은 성령으로 인간에게 내주하셔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고 영적으로 교제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신 성령이 풍성히 우리 심령 속에 내주하는 것, 그리하여 하나님과 우리 성도가 연속적으로 교제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개, 중생한 성도에게 주신 구원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교회력은 1년 주기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첫 부분 6개월은 예수님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 성령의 보내심의 부분으로 이때를 교회력의 ‘전반 축제기’라 부릅니다. 이 계절은 대림절에서 시작하여 성령강림절까지로 중요한 축제들이 이 교회력의 전반부에 들어 있습니다. 교회력의 두 번째 부분인 나머지 6개월은 보통 ‘후반 비축제기’라 부르는데 이때는 신앙과 생활을 훈련하는 기간입니다. 또한 교회의 생활과 성장의 기간입니다. 이 때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어떻게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 하나님의 사랑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세워가는 기간입니다. 우리 교회의 목회비전처럼 전반기인 대림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는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태어나는, 곧 사람을 살리는 기간이고 성령강림절부터 시작되는 후반기는 구원받은(살아난) 우리 자신을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가는 기간, 곧 사람을 세우는 기간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역사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성령강림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인 대림절까지 계속 됩니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을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는데 열심을 내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통하여 구원을 받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성령의 인도와 보호와 축복을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함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가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십자가의 은총으로 다시 살아났지만 그러나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온전히 세워져야 합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듯이 성도라고 다 성도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자기 훈련으로 자신을 온전히 세워야 합니다. 모두가 온전케 되는 계절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