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축복의 해를 꼭 반년을 살았습니다. “모닝컴랜드에 주실 하나님의 지상(至上)축복(창 12:2-3, 마 7:17-18)”을 주제로 금년에는 우리 자신이 먼저 “좋은 나무가 되어서 좋은 열매를 맺어”(마태 7:17-18) “큰 민족을 이루고, 이름이 창대하게 되고, 복이되는(창12:2) 해가 되리라”라는 기대를 갖고 야심찬 새해를 시작했고 이제 꼭 그 절반을 살았습니다. 혹은 ‘벌써 반년이라니!’라는 생각으로 적극적 삶을 통하여 축복의 삶을 살아오신 분들도 있고 ‘이제 반년 이라니 참 세월이 더디 간다.’고 힘든 삶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반년을 지내는 아쉬움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참 멋지게 살았다는 감사의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린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같이 살면서도 그 삶의 질적 차이는 실로 천차만별이고 삶에 대한 이해 역시 같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왔든지 이미 반년이 지났음은 너무나 확실하고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의 가장 지혜로운 태도는 지나간 뒤를 감사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과 남은 반년을 기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반드시 감사를 전제로 한 반성과 소망을 전제로 한 전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맥추감사절 예배로 드리며 지난 반년을 감사하는 것입니다.

맥추감사절은 본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살면서 지키라고 명한 유월절, 수장절과 함께 지켜야할 세 개의 감사절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물질적 부요와 풍요를 누리면서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명절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지키는 맥추절은 유목민이었던 그들이 가나안 농경문화 속에 살면서 거둔 첫 추수(보리)를 감사하여 드리는 감사절로 그들이 누릴 풍요로운 삶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하게 하기 위하여 명하신 명절입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며 심고 가꾸고 거두는 힘든 과정의 인간들의 수고가 있었지만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명절입니다. 이런 추수에 대한 감사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의 추수감사절로 승화되었고 우리 역시 선교사들이 전한 복음과 함께 전수되어 감사의 절기로 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농경시대를 이미 지나 도시화 된 오늘, 첫 추수(보리추수)를 감사할 수 있는 농경문화가 아리라 매주 혹은 매월 수고의 대가를 거두는 시대(주급, 월급), 농사가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을 통하여 삶의 질을 한껏 높인 우리 시대에서 보리추수를 감사하는 맥추감사절은 시대에 뒤 떨어진 허례(虛禮)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매주 혹은 매월 감사의 제물을 드리고 또 내 모든 수입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함으로 십일조 헌금을 드리는 오늘 날에 보리추수를 감사하는 맥추감사절은 무의미한 행사, 혹은 교회가 헌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명령의 불변성과 시대와 문화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감사, 특별히 내 삶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정신은 변할 수 없음을 믿습니다. 수확(收穫)의 시기가 변하고 그 내용이 변한다고 해도 결과에 대한 감사와 역사의 주관자가 우리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우리 믿음은 변할 수 없음을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맥추감사절의 의미를 단순히 첫 추수(보리추수)에 국한하기보다 지난 반년간의 우리 삶을 대한 감사에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남은 반년의 삶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또 감사하는 절기로 지킵니다. 그래서 우리 신양교회 맥추감사절은 보리추수의 감사절이기보다는 ‘지난 반년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보고, 또 그 큰 은혜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던 ‘지난 반년을 반성하고 재정립하는 의미’로 ‘감사로 돌아보는 절기’로, 또 우리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또 반년을 축복으로 이끌어 가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고 우리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는 의미’로 남은 반년을 ‘기대하는 절기’로 드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맥추감사절을 ‘감사로 돌아보고 기대로 바라보는 명절’로 지킵니다. 정말로 우리가 감사해야할 것은 단지 추수가 아니라 ‘삶 전체’입니다. 추수보다 삶을 더 중시합니다. 목숨이 양식보다, 몸이 의복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감사할 것은 추수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가나안 농경문화에 정착해야하는 생소한 이스라엘에게 있어서는 ‘추수’가 곧 삶이었고 바알신을 향한 감사제를 드리는 가나안 문화에서는 ‘추수’가 더 중요한 문제였지만 다양한 첨단문화를 누리는 우리 시대에는 단지 물질적 결실보다는 삶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로 뒤를 돌아보고 기대로 앞을 바라보는 맥추감사절로 지키는 것입니다. 감사가 있고 기대가 있는 명절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