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찬송가(21세기찬송가)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가사에 대한 것이다. 수십 년, 아니 평생을 불러서 귀에 익은 찬송가 가사를 문법에 맞지 않는다 하여 수백 군데를 바꾸어버린 것이다. 조금 귀에 익어 눈감고도 부르겠다 싶으면 바뀐 가사가 나와 당황하게 되는 것이 현행 찬송가의 문제이다.

이 찬송가를 편집하기 위해 모인 초기의 위원들은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회중이 잘 부르는 익숙한 찬송은 가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런데 중간에 위원들이 교체되고, 가사 위원들 중에 문학이나 문법에 정통한 사람들이 들어가면서 엘리트의 눈으로 찬송가 가사를 뜯어고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원문가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와 몇몇 단체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수많은 가사들이 바뀐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하여 수정된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가사들은 오늘날 이를 불러야 하는 현장의 목회자들과 회중의 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문법에 정통하다고 자처하는 교회 엘리트들의 오만과 교만의 발로이며, 불행한 결실이다. 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회중이 선택한 찬송가 가사를 고칠 때는 회중의 정서를 고려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가사를 수정한 위원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너희들은 틀렸으니 나를 따르라.’는 식의 엘리트적 자만심으로 민초들의 무지함을 안타깝게 여기며, 정의감에 불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였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고친 것이 맞는 것도 많이 있다. 또 원문대로 수정한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랫말의 가사는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정서와 신앙고백에 맞게 수정되고 바뀌어 번역되었다. 그래서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지 않는가? 또한 문법이란 법이 먼저가 아니고 언어적 상용(常用)이 먼저이다. 즉 문법은 그 언어의 상용이 바뀌면 이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상용이 문법에 맞지 않는 경우라도 그대로 인정하고 관용적인 것으로 존중하는 것이 많다.

더구나 찬송가가사는 산문이 아니라 운문(韻文)이요,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라 시(詩)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랫말에는 많은 경우 산문에 적용되는 문법이 희생을 치르면서 가사가 전개되기 일쑤이다. 찬송가는 엘리트가 아닌 민중(회중)의 소유이다. 회중의 동의 없는 수정은 어느 때나 배척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장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