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레오나르도 빅맨이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공중전화 반환구에 미리 동전을 놓아두고 실험보조자가 약간 떨어져서 전화 부스를 관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통화를 끝내고 그 동전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제 동전이 거기 있을 텐데... 혹시 보지 못했습니까?” 이 때 남자 실험보조자들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거나 도시락 가방을 든 허름한 작업복 차림이었고 여자 실험보조자들은 산뜻한 정장 코트 차림이거나 허름한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이었습니다.

실험결과 정장차림의 실험 보조자들에게 동전을 돌려주는 경우가 허름한 차림에 비해 2배나 더 많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복장에 따라 사람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장을 하고 정중한 태도를 갖는 사람을 허름한 차림에 아무렇게 행동하는 사람과 다르게 대한다는 것입니다. 정중한 몸가짐이 다른 사람에게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곧 나의 태도가 나에게 대한 다른 사람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곧 “무시당할 짓(태도)을 하니 무시당하게 된다.”는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입은 복장도 그렇고 언행이나 태도 역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중한 태도나 옷차림은 단순히 예의를 지킨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자기 스스로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복장을 바꾸면 그의 태도와 행동도 그에 걸맞게 달라집니다. 우린 흔히 평소에는 점잖던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행동거지가 달라지는 것을 종종 봅니다. 깔끔한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었을 때와 헝클어진 머리에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다닐 때는 마음의 자세뿐 아니라 사용하는 말투와 행동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그 닦은 교양만큼이나 복장이나 차림새 역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격조 있는 복장과 정중한 태도 그리고 품위 있는 언어습관과 신중한 행동을 통하여 자신의 인격을 잘 지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중한 태도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특히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 참석이 그렇습니다. 성경은 출애굽기 28장, 39장 등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제사장의 복장을 아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하여 정결예식을 하고서야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명령하고 있습니다. 제사장의 인격이나 능력이 중요했지만 그의 태도나 마음가짐, 그리고 차림새 역시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율법시대에 주어진 명령이고 제사의식을 따라 하나님을 섬기던 때의 규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그 형식보다 그 형식에 담겨있는 정신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신은 바로 정중함입니다.

오늘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 개성이 강조되고 다른 사람과 다름에서 자기존재 가치를 찾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장 별난 것이 가장 첨단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극적이고 엽기적 자기표현, 자기만의 독특한 행태를 선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지나친 보수적 사고방식으로 사람들의 옷차림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는 그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가치의 표현이고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자기표현의 다양함이 우리 사회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자세요, 태도입니다. 어떤 시대, 어떤 문화, 어떤 방식의 자기표현이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정중함입니다. 마음자세가 태도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태도가 마음자세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진지성을 잃어버린 언어나 행동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자기기만(欺瞞)일 수 있고 삶이 아니라 해프닝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진정한 자아가 없을 뿐 아니라 그야말로 영혼이 없는 허깨비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배를 말하는 것입니다. 진지하지 못한 언어와 행동, 정중하지 못한 태도, 진정성이 없는 예배는 온전한 예배일 수 없습니다.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의 태도나, 마음가짐으로서는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이웃집에 잠간 들러 담소를 나눌 정도의 가벼움으로서는 감동도, 치유도, 축복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예배는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것이지만 예배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배 순서가 어떻던, 예배를 드리는 방법이 어떻던 어떤 경우에도 진지성과 정중함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건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그렇습니다.

여름입니다. 그리고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 역시 느슨해지고 일탈이 자유처럼 착각되기 쉬운 계절입니다. 어쩌면 긴장을 풀고 원시적인 평안함을 추구함으로 시스템화 된 문화와 쳇바퀴 돌듯 하는 무의미함에서 자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단단히 조여진 마음의 나사를 풀고 꼭꼭 졸라맨 허리띠를 풀고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휴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히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서는 정중함을 잃어버리면 안됩니다. 하나님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정중한 경배를 받기를 원하십니다. 정중한 태도가 정중한 사람을 만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경외의 대상이십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