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지난 2004년 3월 27일 한강 뚝섬유원지역 광장에 나눔장터가 시작된 이래 첫 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차(茶) 봉사를 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봉사의 공간조차 허용이 되지 않아서 공원 계단 앞에서 불편한 봉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강공원관리사업소’에서 공식적으로 나들목 입구 좋은 장소를 허락하여 주어서 아예 “뚝섬유원지역 선교센터”로 명명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리 직원들도 이제는 우리 교회의 이 (茶)봉사를 자기들의 행사처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혹한기나 혹서기를 제외한 연중무휴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나눔장터에는 서울시 전역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개장도 하기 전 아침 9시 30분경부터 시민들에게 대략 3,000여 잔의 커피 등 차(茶)와 함께 교회 전도용 휴지팩과 위클리 모닝컴, 월간 모닝컴 등 교회 발간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대접하는 봉사를 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이 사역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전도를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 출입하는 나들목 입구여서 좀 달라졌지만 처음 우리가 시작한 전철 계단 아래는 주로 전철로 오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전철을 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오는 분들이기에 이분들이 우리 교회에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직접적 선교방법으로 선택한 사역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국사회에 교회의 이미지를 높이고 전체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은 봉사자 모두가 자부하는 일입니다. 모두 우리 성도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매주 장비운반비를 비롯하여 차(커피 등)와 휴지팩 등 꽤 큰 비용이 소요되고 또 이를 위한 봉사자들의(남, 여 선교회) 헌신 또한 생각보다 더 큽니다. 모든 일을 몸으로 때워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고 더욱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의 봉사는 돈 받고는 못할 힘든 헌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봉사를 하면서 아쉬움 또한 부인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이 헌신적인 봉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문제입니다. 물론 너무 고맙다고 감사를 잊지 않은 분들이 대다수 사람들이지만 어떤 분들은 우리의 봉사를 역이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보온병을 가지고 와서 차(茶)를 마구 받아가고 휴지를 몇 개씩이나 가져가려는 축제(蓄財)형의 사람들은 공짜 맛을 단단히 보려고 하기도 하고, 차(茶)는 물론 봉사자들의 식사나 음료나 간식까지 달라는 정말 체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병을 가지고 받아가려는 분들에게 “우리도 봉사를 하는 것이니 한 잔씩이라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자”고 권하면서 병째로 받아 가는 것을 막으면 도리어 우리에게 “야박하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감사는 전혀 없고 공짜니까 한잔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정말 야박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감사는 전혀 없고 욕심만 가득할 뿐입니다.

이 더위에 이렇게 수고하는 이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차(茶)를 마시고 또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차(茶)를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훈훈한 현장이 아니라 공짜니까 어떻게 하든 많이 가져가려는 사람들의 현장이 될 때는 씁쓸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차(茶)가 어디서 공짜로 만들어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이 차(茶)가 우리 성도들의 헌신과 헌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한 잔이라도 헤프게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까운데, 그것이 어떤 차(茶)인데 그렇게 아무런 감사도 없이 많이 가져가려는 것을 보니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받아가는 사람들이야 많이 안주니 야박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 헌금으로 만들어진 차(茶)를 한 사람이 많이 담아 가기보다는 가능한 더 많은 시민들이 골고루 마시고 또 최소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공짜의식은 정말 무서운 정신적인 병폐입니다. 사람들은 공짜를 자신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세상 어디에도 공짜는 없습니다. 자신이 공짜로 갖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선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공짜는 좋아하면서도 공짜로 주기 위한 다른 사람들의 희생은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값비싼 대가를 주고 얻은 것은 귀하게 여기지만 남의 희생을 통해서 주어지는 공짜는 귀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사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주어지는 이 공짜는 정말 귀한 것인데 말입니다. 그건 아마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잠시 동안의 이 세상의 삶은 귀중히 여기면서 주님의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공짜로 주어지는 영원한 삶, 구원을 귀히 여기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의 정신세계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짜야 말로 귀한 것입니다. 기쁨으로 나누어 주고 감사함으로 받는 그런 풍토가 되면 좋겠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