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체를 온통 불안으로 떨게 했던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이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호남 남부지역과 서해안을 강타하여 많은 피해를 입히긴 했지만 그러나 그 위력이나 규모에 비하여는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니 그나마 감사한 일입니다. 다시 14호 태풍 “데빈”이 다가온다니 염려는 되지만 그러나 그 위력이 “볼라덴”에 비해 작다고 하니 일단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태풍은 강풍이 가장 무서웠는데 강풍이지만 짧게짧게 끊어 불었고 또 서울 지역의 경우 폭우를 동반하지 않아서 당초 예상보다는 피해가 적고, 태풍의 강도 역시 실제 세기에 비해 체감도(體感度)가 낮았다고 합니다.

또한 태풍의 세력과 강도의 크기가 만만찮았지만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기상청의 예보를 따라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부터 ‘국가 재난 안전대책 본부’는 물론 모든 사람이 철저히 준비를 했습니다. 창문에 테이프나 신문을 붙이고, 무더위에도 문을 꼭꼭 닫아 잠그고, 하수도를 점검하고, 지반(地盤)이 약한 지역을 보강하고, 저지대의 자동차를 고지대로 옮기고, 등산이나 한강공원 등 위험지역 출입을 통제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 철저히 준비를 했습니다. 교회도 십자가 탑 붕괴위험을 염려하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서울 근교를 지나는 28일 오후에는 직원들의 퇴근을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태풍 맞을 대비를 마치 전쟁을 대비하듯 했습니다. 태풍이 비록 크고 무서운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이나 철저히 대비함으로 상당히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상청의 예보나 경각심을 일깨우고 준비할 수 있도록 계도(啓導)한 언론이나 또 ‘국가 재해 안전 본부’의 적절한 대처는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를 위협하는 자연재해인 태풍도 지구의 열평형을 유지하고 바닷물의 원활한 순환을 도와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하천이나 개울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유익한 점도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필요악이라고도 합니다.

나는 이번 태풍을 마치 전쟁을 대비하듯 준비하면서 마지막 때, 주님이 오실 그 날(chronos, period of time)과 그 때(kairos, those events)를 생각했습니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태풍이 왔듯이 성경의 예보대로 그 날과 그 때가 반드시 다가오는데 사람들은 그 날과 그 때에 대하여는 별로 불안하지도 않고, 준비 역시 소홀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 날과 그 때가 다가옴을 다 아는데, 성경에 수많은 예언과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하여 그토록 정확히 예보되었는데, 특히 우리 성도들은 그 예언을 하나도 의심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문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 날과 그 때를 준비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혹시 사람들이(성도들도) 그 날과 그 시간이 다가오기는 하겠지만 아주 멀리 우리가 생존하는 때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것이 아닌지, 아니면 그날과 그 때는 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역사의식과 미련함 때문이 아닌지 더욱 더 걱정이 됩니다. 그것은 결코 잘 준비되었거나 그 날과 그 때에 대하여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지와 불신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욱 더 안타깝습니다. 태풍을 대비하기 위하여는 그토록 심각하게 불안하고 철저히 대비하면서 인생의 끝날 역사의 종말을 위하여는 준비하지 않고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는 태풍을 대비하듯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예수님이 오실 날 그 날과 그 시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 날과 그 시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날과 그 때가 돌이킬 수 없는 저주와 재앙의 날이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날과 그 때가 태풍이나 전쟁의 날처럼 두렵거나 불안한 때가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영광스러운 잔칫날이 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의 예보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한 그 날과 그 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피할 수도 거부 할 수도 없는 그날을 대비하여야 합니다. 그날에는 요행도, 핑계도, 그리고 후회도, 회개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날이 멀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의 예상과 우리의 스케줄과는 상관없이 그 날은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날을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듯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손에 들고 나갈 등불을 준비해야 합니다(마 25:1-13).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마 25:13)라고 친히 말씀하신 예수님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 날과 그 시는 요행으로 무사히 지나가는 날이 아닙니다. 끝나는 날, 끝장이 나는 날입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문이 완전히 닫히는 날입니다.

9월은 기도하는 달입니다. 특별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깨어 있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깨어있지 않으면 멍청이가 됩니다.”, “새벽에 기도하지 않으면 바보가 됩니다.” 새벽에 깨어있어 “그 날과 그 시”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