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형교회 위주에서 중소교회 위주로 해야한다.

대부분의 한국 목회자들은 자나 깨나 불타는 소원이 '대교회 만들기'이다. 간절한 기도 제목도 껍데기는 '교회 성장'이나 속 알맹이는 '대교회를 이룩해 주옵소서.'라고 표현하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목회자에 대한 평가는 교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높은 학식과 인격을 가졌을지라도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면 하대(下待)를 받는다.

그러나 수천 명, 수만 명 모이는 교회를 담임하면 어디를 가나 높은 우대를 받는다. 총회에서도 높은 자리에 앉힌다.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큰 교회의 목회자가 대표로 앉아야 일이 제대로 진행된다. 또한 동서 사방에서 부흥회나 교회 성장 세미나의 강사가 되어 달라 주문이 쇄도한다. 심지어는 명예박사 학위라도 받으라고 권유하는 곳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그런 최상의 대우를 받는 것이 젊은 목회자들에게는 얼마나 화려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목사들 사회에서 흔히 하는 농담은 '대교회의 목회자가 되고 볼일이다.'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단지 앞에 이층 교회를 설립하고도 '몇 년 내에 몇 천 명 모이는 교회가 되도록' 큰 꿈을 그린다.

그런 일을 성취하기 위한 교과서는 단연 로버트 슐러(Robert H. Schuller)가 쓴 저서들이다. 그의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면 순식간에 대 교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가르치는 기도의 방법은 '네 입을 넓게 열라.'(시 81:10)이다. 70년대, 80년대에는 그의 제자들이 한국교회 안에 판을 치고 있었다.

그 중에 나도 빼놓을 수 없었다. 내가 교회를 성장시키려고 전력할 때, 그의 저서들은 내게는 성경과 맞먹은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도 그의 교훈들은 얼마나 많은 젊은 목회자들로 하여금 대교회의 환상을 쫓아 전력을 다해 뛰게 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은 '대교회 만들기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수 천, 수만의 목회자 중에 대교회를 이룩한 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 문제는 대형교회를 이룩한 자들 중 상당수가 나타내는 방자함이다. 전력으로 기도하고 목회에 전념하던 어제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의 모습은 교만의 모습이요, 제자랑 일색이요, 높은 자리를 탐하는 데 열심이다. 총회장, 교단연합 회장 등 높은 상좌에 앉기 위해 교회의 돈을 물 쓰 듯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 결코 아니다.

신성종 목사의 「내가 본 지옥과 천국」이라는 책을 보면 아주 충격적인 내용이 나온다. <내가 지옥의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총회장 출신의 목사들도 보였다. 그들은 하나님께 바쳐진 교회의 재정으로 총회장이 되기 위해 부정 투표를 하도록 뇌물로 사용했고, 또 자기 교인들의 영혼은 전혀 돌보지 않고 자신의 영광과 유익만을 챙기던 자들이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 ‘그렇다. 기독교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제2의 종교개혁을 해야 한다. 기독교가 너무 세속화되었고 타락했어. 그러니 안티 기독교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

아니된다. 이제는 구경꾼 신자만 양산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에게도 큰 해가 되기 쉬운 대교회주의에서 중소교회 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당우리교회 이찬수의 ‘대형교회 포기’ 선언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목사는 지난 7월 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10년 후 교회 해체 작업을 하겠다. 교인의 절반 정도 또는 4분의3이 우리 교회를 떠나 약한 교회를 돕도록 하겠다”며 “650억의 구입한 교육관도 10년 뒤 되팔아 수익금을 한국교회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 정신만은 얼마나 건강한 모습인가? 한국교회의 대교회를 물러받은 새로운 시대의 목회자들은 그러한 정신을 가질 때 한국교회는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고 한국사회 앞에 큰 등불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