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26-31)

[고전] 1:26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고전] 1:27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고전] 1:28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고전] 1:29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전] 1:30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
[고전] 1:31 기록된 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라



1. 지난 2008년에 세상을 떠난 위대한 한글학자요, YMCA 총무를 지낸 전택부 선생이 쓴 ‘토박이 신앙산맥’이란 책에 보면, 재미있는 한국교회 초창기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점잖은 교회들, 승동교회, 연동교회, 새문안교회, 남대문교회, 정동교회, 상동교회는 사실은 천민(賤民)들의 교회였습니다. 당시 양반교회는 안동교회, 묘동교회뿐이고, 다른 교회들은 거의 모두 천민들의 교회였답니다. 그중에 승동교회는 첩장교회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즉 백정과 첩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였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세 가지 별명을 얻었는데, 첫째는 학(學)이란 별명이고, 둘째는 쟁이, 셋째는 꾼이란 별명입니다. 학이란 별명은 천주교가 받은 별명으로 서학(西學), 양학(洋學), 사학(邪學) 등이 그런 쪼이고, 예수쟁이, 예수꾼이란 별명은 우리 개혁교회의 별명입니다.



왜 우리는 ‘예수쟁이, 예수꾼’이란 별명을 받았을까요? ‘쟁이’는 장인 장(匠)자와 ‘어린이, 젊은이’ 할 때의 ‘이’자가 합쳐서 된 것으로 원 발음이 ‘장이’가 맞지만, 이 말은 본래 사(士),농(農),공(工),상(商) 네 직업 중 하층 계단 공에 속하는 사람들을 깔보는 말로 거칠게 ‘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예수쟁이’는 깔보는 말투입니다. 그것도 천민이라고 무시하는 말투입니다.



그럼 ‘예수꾼’은 뭘까요? 꾼은 순수한 우리의 토박이말로 쟁이의 경우처럼 비천한 사람들의 칭호입니다. 일꾼, 농삿꾼, 지게꾼, 나무꾼, 짐꾼, ... 그러나 이 ‘꾼’이란 칭호에는 힘, 열정이 담겨있습니다. 개화꾼, 정탐꾼, 독립꾼, ... 그러나 역시 천민이란 의식이 담겨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천주교는 처음부터 선비나 학자같은 상류계층을 대상으로 포교했고, 개혁교회, 개신교는 애당초 우리 사회의 하류층, 평민들에게 전도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들마다 양반 보다는 하층민, 백정, 갓바치, 몸종, 첩살이하는 불쌍한 여인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런 불쌍한 여인네들이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부인교회’라는 별명의 남대문 교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대문 교회의 역사를 보면, 위대한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아무튼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시며 누구부터 부르셨는가 하면, 사회에서 소외되고 멸시받는 이들부터 부르셨습니다.


2.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적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써서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고린도 교회는 사도 바울이 개척하여 세운 교회입니다. 성공적으로 성장하여 매우 큰 교회가 되었는데, 큰 교회가 되고 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중에 제일 큰 문제가 분쟁, 갈등이었습니다.



순진하던 교인들이 시간이 흘러가며 어떤 특정한 교역자, 자기가 좋아하는 교역자를 중심으로 파벌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개척자 바울을 따르는 바울파다!’ ‘나는 많이 배우고 세련된 아볼로 파이다!’ ‘그게 뭐 대단해? 나는 신앙의 정통, 예수님의 수제자 게바파이다!’ ‘나는 그런 인간을 따르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따르는 그리스도파!’ 이런 식으로 파벌이 형성되어 교인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사실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모습이 있습니다. 없다 없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취향, 같은 고향, 같은 직업, 같은 생각, 같은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들과 교제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힘이 납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사람과 기도 모임을 가지려면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같은 스타일의 사람들끼리 유유상종으로 모일 때가 많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파벌이 되면 안 됩니다. 이런 것이 분당, 당짓기가 되면 안 됩니다. 고린도 교회, 가장 성장을 잘한 큰 교회의 가장 심각한 골칫덩어리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파벌, 분쟁, 당짓기!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이 가르침을 주는데 그게 얼마나 중요한 지 고전 1장에서 4장까지의 내용이 그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그 중에 오늘 본문을 주목해 봅시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고만고만한 이들이 왜 싸우냐는 것입니다.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란 세상의 지식이 많은, 많이 배운 이를 뜻합니다. 능한 자란 세도가, 권력이 있는 이를 뜻합니다. 문벌 좋은 자란 집안이 좋은 이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고린도 교회를 세우시며 교인들을 부르시는데, 많이 배운 이, 세도가, 명문 집안사람들을 택한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한 마디로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을 택하셨답니다. 한국교회같이 하층민을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은 말이죠, 약한 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십니다.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늘 앞서지 못하고 뒤에 서는 이들에게 관심이 많으십니다.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12:32)



큰 교회, 큰 무리들만 예수님께서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시는 게 아닙니다. 도리어 예수님은 보장하시기를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즉 천국을 너희 적은 무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신다’ 하셨습니다. 부흥하고 성장한, 열정적인 이들로 가득한, 1등 신자들로 북적대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여 하고픈 일들을 척척 해 대는 그런 교회에 천국을 주시기도 하지만,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적은 무리들, 적은 교회에 천국 주시기를 기뻐하신답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신 이들은 가진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배웠다고 고개 뻣뻣한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종교적으로 경건하다고 하는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세상에서 밀리는, 세상에서 별 볼일 없다고 여기는 그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십니다. 그들을 돌아보십니다. 그들을 축복하십니다.



예수님의 친구들은 누구였습니까?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너희 말이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하니”(눅7:34) 예수님의 친구들을 보면 권력층이 없습니다. 세도가가 없습니다. 기껏 있다는 이가 한밤중에 찾아왔던 고위 관료 니고데모, 예수님 돌아가신 뒤에야 정체를 드러낸 부자 아리마대 요셉뿐입니다. 예수님의 친구들은 거의 모두 하층민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세리와 죄인, 윤락여성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을 부르실 때도 ‘똑똑하고, 경건하고, 율법을 잘 지키고, 장래가 있는 사람은 다 오라’가 아니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할 정도였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졌다는 것은 평민 중에 평민이란 뜻입니다. 사는 게 힘든, 경건과는 거리가 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런 이들을 뜻합니다. 어쩌면 먹고 살기 위해 주일 성수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이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3. 왜 이들을 부르십니까? 오늘 본문이 이어서 증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역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고, 신하가 주인이 되고, 핍박받던 자가 핍박하는 자가 된다는 게 아닙니다.



1914년에 승동교회에서 장로가 되고, 1918년에는 평양신학교 제 11회 졸업생이 되어 목사 임직을 받고 양평 땅으로 내려가 양평읍 교회, 고읍교회, 대십리교회, 묘곡 교회의 전임 목사로 있다가 1921년에 남대문 교회 위임 목사가 된 이재형 목사가 있습니다. 이분은 실은 1930년에 우리 교회 동사목사였고, 1941년에 원로 목사로 추대된 분이십니다.



이분은 본래 강화도령으로 유명한 철종의 5촌 조카로 고종황제보다 황실에 더 가까운 왕족이었습니다. 고종 보다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황제가 될 뻔한 분이십니다.



그가 예수 믿기 전 1904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어 국권이 일본에 넘어갈 때, 세상을 등지고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마부꾼의 말을 타고 서울에서 충주까지 성묘가게 되었습니다. 마부가 매우 성실해 보여 자연스레 이 말 저 말 하며 충주까지 갔습니다. 이 마부는 현 망우리 고개에 조금 못 미쳐 왼쪽에 있는 봉우재에 사는 서른 살의 엄귀현이란 마부인데, 몇 해 전에 예수를 믿었다며, 왕손인 이재형에게 전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개 마부가 감히 왕손인 자신에게 전도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혀서 왕손 이재형은 이렇게 비꼬듯이 물었습니다. “네가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아 마부꾼 신세를 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랬더니 마부꾼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리, 예수 믿는 도리는 그런 게 아니옵니다. 저는 마부꾼 신세를 면하려고 예수를 믿는 게 아니옵니다. 도리어 이제부터 마부꾼 노릇을 더 잘해얍지요. 만약 나으리께서 예수만 믿으시면 일평생 마부꾼으로 나으리를 모시겠습니다.”



누가 더 예수를 잘 믿는 걸까요? 누가 더 삶에 대해 당당하고 누가 더 자유로운가요? 누가 더 부유하고 누가 더 행복한가요? 예수 잘 믿읍시다.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예수 믿고 있습니까? 무엇을 위해 예수 믿고 있습니까? 잘 살고 못 살고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건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뭔가요?



애당초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가진 자로, 누리는 자로, 넘치는 자로 부르신 게 아닙니다. 다 나름대로 부족하고, 상처받고, 힘들고, 벅찰 때 하나님께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왜?



예수 잘 믿으라고. 그리하여 부족한 우리들을 통해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해 그리 하셨습니다. 부족한 우리들의 변화된 삶, 그런 태도를 보고 세상에서 큰소리치던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들도 역시 주 예수 앞에 나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왜 조선 말, 이 나라 백성들은 예수 믿는 이들을 ‘예수쟁이’라고 애써 천시 하였을까요?



신자 대부분이 비천한 이들이기에 그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예수의 복음이 한 동네에 들어가는 날이면 그 동네는 결단이 나기 때문에 그러했습니다. 온 동네가 뒤집어지고, 하늘이 정해줬다는 양반 상놈의 신분 차별이 흔들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던 노비들이 얻어맞으면서도 정직해지고, 첩살이 하던 이들이 청산하고, 기생집 출입하던 이들, 노름판에 빠졌던 이들이 발길을 끊고, ...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보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에 서양 귀신에 미쳐서 그렇다 하여,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하여 예수쟁이, 예수에 미친 이들이라고 그랬던 것입니다. 그만큼 당시 세상 지식인들, 양반들이 보기에 예수 믿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부조리한 사회를 바로 잡는 힘이었습니다!




4. 공자를 따르는 제자들이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간절한 열정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스승, 공자처럼 되는 것, 그리 사는 것이었습니다. 공자의 제자만 그랬겠습니까? 맹자의 제자들도 그러했고,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스승의 제자들은 다 그러했습니다. 스승처럼 되겠다고, 스승의 사상과 철학을 이어받겠다고 온 열정을 다 바쳤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닌 제자들, 그들의 마음속에 꽈악 차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3년의 세월이 다 지나고 나서, 즉 예수님께서 가르치실 것을 거의 다 가르치시고, 이제 막바지 클라이맥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실 일을 바로 코앞에 두셨을 때 제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일어나야 했을까요?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눅22:24절이 증언합니다. “(또) 그들 사이에 그 중 누가 크냐 하는 다툼이 난지라”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상하리만치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예수님의 그 귀한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3년 동안 내내 그 마음 안에는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무리 속에서 비중 있는 존재가 될까, 수석이 될까, 무시 못 할 감투를 얻을까 하는 명예욕, 1등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해 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초창기에 이랬다면, 초신자가 그랬다면 별 문제될 것도, 심각할 것도 아닌데, 이들은 3년을 따라다니며 줄창 그랬습니다. 때로는 예수님의 책망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1등이 되고픈 욕망, 그래서 인정받고 대접받고픈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교회는 1등들의 모임인가요? 교회는 돈 있고, 많이 배우고, 권력 있는 이들이 모이는 곳인가요? 아니, 그렇게 되기 위해 온 힘을 다 해 가는 곳인가요? 교회, 교인들의 목표는 돈 많이 벌고, 출세하고, 떵떵거리고 살 정도로 축복받는 것인가요?



성경은 도처에서 하나님께서 보잘것없는 이들을 택하고 부르시어 온전한 믿음의 삶으로 세상의 권세자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육신적인 것들을 자랑하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하셨다는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부름 받은 성도들 중에는 또 다시 육신적인 것에 목을 매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탐닉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권세를 부러워하며 그 앞에 기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 이 세상에선 1등만 기억합니다. 잘난 이만 기억합니다. 2,3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모두다 1등이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1등은 한 명 뿐인데 전국의 엄마들은 자기 아이 1등 만들겠다고 아이들을 혹사시킵니다.

지난 6일 마음 아픈 재판이 열렸습니다. 엄마를 식칼로 살해한 아들을 재판한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패륜적 범죄인데, 조경란 부장판사는 ‘엄마의 심정으로’ 판결한다며 눈물을 흘리며 판결문을 읽어나갔습니다.



공부 잘 하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전국 1등을 계속 강요하며, 집중 안 한다고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로 수백 대를 때리고, 며칠씩 밥을 안 주고 잠을 안 재웠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욱하여 엄마를 살해하고, 시신을 수개월 동안 방안에 방치해 둔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1등을 만들어야겠습니까? 정말 마음 아픈 것은 그 사건보다도, 신문 보도 기사를 보니 그들이 교회 다니는 가정 같다는 것입니다. 뭐가 중요한가요? 예수님이 그걸 원하시는가요?



때로는 교회까지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 교회 부흥, 성장을 외치는 교회들을 보면 다분히 물량적이고 물질적이며 그것도 끝이 없습니다. 끝없는 명예욕과 성취욕! 줘도 줘도 더! 더! 더!



목회자들을 소개할 때도 불과 몇 년 만에 몇 천 명의 교세로 부흥시킨 유능한 목사라고 합니다. 그렇게 늘리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무능한 목사로 전락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순진한 목사들은 그렇게 해야만 성공하고 유능한 목사가 되는 줄 알고 부흥, 성장에 평생 목회의 목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교회들마다 투표만 하면, 이상한 시험이 듭니다. 교회에서 하나님의 일꾼들을 택하는 투표의 결과는 무능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게 아닙니다. 인기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어떤 일을 하려는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이것을 마치 세상적인 풍토와 똑같이 생각하여 예수님의 마음에 못질을 합니다.



육신적인 것들을 버립시다. 하나님의 사람들에겐 쓰레기 같은 육신적인 생각과 가치를, 교만을 버립시다. 오늘 본문도 아주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29) 그럼에도 자랑하려고 합니다. “기록된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라.”(31)




5. 우리 글 표현 중에 ‘기타 등등’이란 말이 있습니다. ‘등등’이란 뭘까요? 어쩌면 변두리입니다. 그러나 ‘등등’인 것을 봐선 탈락은 아닙니다. 실패는 아닙니다. 그러나 1등은 아닙니다. 1등은 아니지만 자격 안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 범주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럼 됐지 않습니까?



세상에선 등등으로 만족 못합니다. 세상에선 등등은 밀린 것입니다. 실패한 것입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일등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교회에선 아닙니다. 하나님께선 기타 등등을 귀중히 보십니다. ‘등등의 인생’, ‘등등의 신앙’을 우리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다. 그래서 어쩌면 무가치한 인생인데, 그 인생을 소중한 의미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게 하십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자랑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는 무명의 우리를 붙잡아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정말이지 자기 고개를 쑤욱 내밀고, 자기 목소리 알아달라고 큰 소리 치는 이를 못 견뎌 하십니다.



기를 쓰고 1등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을 마음에 채우며, 그것을 생활화하기 위해 더 힘을 쓰십시오. 행복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기타 등등입니다. 내가 늘 1등이라면, 초인이라며, 위인이라면, 절대 강자라면 교회 올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부족하다 하여 불러주셨습니다. 늘 스포트라이트 받는 자리에서 그늘과 가까운 경계에 서는 이라 하여 친히 불러주셨습니다. 나는 기타 등등의 목사요, 기타 등등의 성도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1등이기에 하나님의 주목, 관심을 받은 게 아닙니다. 사람의 주목을 못 받기에 하나님의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은 나에게 넘치는 기쁨과 사랑을, 은혜를 주셔서 그 모든 것을 가졌다는 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목회를, 그런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얼마 전에도 큰 교회 목사가 나를 보고는 한 없이 부러워합니다. 덩치답게 참 널널하게, 여유있게 목회를 한다고 부러워합니다. 나는 기타 등등의 목사인데, 도리어 사회에서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 유명한 목사가 날 부러워합니다.



나는 그게 하나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님 스타일, 그게 바로 기타 등등의 신앙입니다. 그러기에 찬송 중에도 ‘나 같은 죄인이 용서함 받아서’하는 대목엔 눈물이 뜨거워지고, ‘나 같은 죄인 살리신’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를 부를 때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6. 불행하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늘 부족하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 같은 죄인을 부르사,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은혜에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1등 시민, 1등 신자, 1등 아빠, 1등 엄마, 1등 목사 안 되어도 괜찮습니다.



기타 등등, 여러분들에게 우리 하나님께선 관심이 많으시고, 은혜에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참 행복을 모르는 1등들에게 예수 안에서 누리는 참 행복을 전해주는 기타 등등의 성도들로 멋지게 살다 갑시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