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장한 일입니다. 줄기세포 전문업체인 ‘알앤엘바이오’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라정찬(48) 박사가 개인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5일자 기사에 따르면 그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소유한 알앤엘바이오와 계열사 주식 등 개인재산 90%를 10년 내에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라고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알앤엘바이오’는 증권거래소 상장회사로 작년 매출 522억 원, 시가총액은 대략 4066억 원에 이르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사회에 내놓기로 한 재산은 어림잡아 1,00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엄청난 개인재산을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생명재단(35%), 의료법인 예성의료법인(35%), 재단법인 한국기독학술원(10%), 학교법인 중앙학원(10%) 등에 각각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돈을 벌려는 사업가가 아니라 희귀 난치질환 극복에 앞장선 줄기세포 연구자로 남고 싶어 사회 환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라 박사는 “난치병과 인간 수명 연장의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자가성체줄기세포 기술에 있다.”라고 단언합니다.

줄기세포는 신체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로 불리는데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나눌 수 있고 성체줄기세포는 골수 및 제대혈 뿐만 아니라 인체 주요 조직에 대부분 함유돼 있는데 이를 통틀어서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라고 한다고 합니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06년 사람 복부에서 얻은 ‘지방중간엽줄기세포(adipose mesenchymal stem cell)’의 분리·배양법을 표준화 및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난치병 치료에 이용하고 있는 줄기세포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앤엘의 기술은 인체가 노화하면서 부족해지는 줄기세포를 보충해주는데 이 줄기세포들이 노화된 골수를 찾아가 정착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고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노화를 방지하거나 몸의 손상된 부위를 재생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몸의 면역기능을 강화함으로서 난치병 등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자신의 복부지방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증식 및 배양한 주사를 정맥주사로 주입함으로서 질환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대단한 학문적 성과와 의료기술의 첨단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사업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희귀 난치질환으로 고생하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또 하나의 기대가 있습니다. 기왕 난치병 환자들을 돕고 생명 사랑의 사업을 하려면 이 혜택이 일부 부유층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미치는 의료기술 서비스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윤을 남겨서 1,000억대의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알앤엘’이 가지고 있는 치료능력을 가난하고 돈 없는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해 줄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주사 두 번을 맞는데 몇 천만 원이나 하는 엄청난 비용은 일부 부유층 사람들 이외에 어지간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만큼 큰 부담의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지만 사회에 환원하기 전에 시술이 절대로 필요한 가난한 난치병 환자들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더욱더 감사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회에 기부하는 것보다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더 넓히는 것이 ‘알엔엘’이 지향하는 사업철학과 더 맞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는 절대로‘알엔엘’의 기업정신이나 사회에 환원하려는 아름다운 기부를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일입니까?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돈이 있다고 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온 국민이 다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하고, 존경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우리의 소유나 능력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도 생각해 본다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명분을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왼손조차 모르게 해야 할 일 보다는 동네방네 다 알게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기 쉽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박수를 받는 일에는 민감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에 대하여는 둔감한 실수를 범할 위험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소유를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면서 하나님을 위해서는 인색할 위험이 있습니다. 명분 있고 ‘폼’잡을 수 있는 일보다는 이름 없이 빛 없이 하는 일, 이 땅에서 받고 누릴 영광이나 명예보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누릴 영광을 더 중히 여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라 박사와 ‘알엔엘’의 큰 결단과 봉사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1,000억원의 거금이 가난하고 힘든 난치병으로 병과의 힘겨운 싸움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늘의 상을 받을 수상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