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복음 19:38~42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의 제자나 유대인을 두려워하여 은휘하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더러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일찍 예수께 밤에 나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근쯤 가지고 온지라 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 예수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이 날은 유대인의 예비일이요 또 무덤이 가까운 고로 예수를 거기 두니라

1.

청교도 목회자였던 메터 목사님은 꿀벌에 대한 특별한 연구를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습니다.

벌 떼는 각 떼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냄새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벌 떼를 만난다든지, 또는 다른 떼의 벌이 자기들 속에 들어오게 되면, 그 냄새가 다르기 때문에 곧 싸움이 벌어져서 서로 죽이는 일이 벌어진답니다.

그런데 벌들은 꽃 속에서 암꽃술, 수꽃술의 가루를 합쳐주는 일, 즉 수분(受粉)작용을 하면서 꿀을 채취하는데, 이상하게도 이때는 다른 무리의 벌이 함께 섞여 있어도 결단코 싸우지 않는답니다. 왜 그럴까요?

그래서 매터 목사님이 자세히 연구 관찰한 결과, 벌들이 꽃 속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온 몸에 꽃가루가 묻어서, 각각 자기들 특유한 냄새는 묻혀버리게 되고, 벌마다 모두 똑같은 꽃가루 냄새가 나기 때문에 서로 한 편인 줄 알고 싸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메터 목사님은 그럽니다. 서로 귀히 여기며 화목하고 사랑하는 교회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하늘의 사명을 위하여 성도들이 헌신적으로 함께 노력하여, 복음과 성령의 냄새 안에서 감격하고 있는 교회라고!

나와 다른 사람이 왜 이리 많이 보입니까? 나와 다른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이 느껴지십니까? 껄끄러운 사람들이 왜 이리 교회 안에 많이 생겼습니까? 예수님의 사랑과 그 말씀, 그리고 주님이 주신 사명에 힘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힘을 다할 때 우리들에게는 서로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냄새들은 사라지고, 오직 그리스도의 화평케 하는 향기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우리 왕십리 중앙교회, 그리스도의 향기만이 가득한 주님의 교회로 든든히 서가기를 소망합니다.

2.

1)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신 시간은 오후 3시입니다. 당시 일몰 시간은 오후 6시이고. 그런데 그날 저녁 6시부터는 안식일이 시작되기에,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시신은 십자가 나무 위에 매달려 안식일을 보내야 합니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면, 나무에 매달려 죽는 것도 그러하고, 매달린 채 밤을 맞이하는 것은 저주 받아 죽은 죽음이었습니다. 원수들이 보기에는 시원하겠지만, 사랑하는 성도들이 볼 때에는 마음 아픈 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시신은 반드시 해 지기 전에 십자가에서 내려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3시간, 3시간의 여유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 위에 내려 장례를 치르려면 이 3시간 안에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의 시신을 달라고 총독 관저로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곤 총독 빌라도에게 예수님의 시신을 내달라고 요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죄인이 아닌 줄 알았음에도 여론 몰이에 의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했는데, 그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데, 쉽사리 예수님의 시신을 내어준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요즘엔 촛불 집회에 대해 뭐라고 부정적으로 한 마디 하면, 여론 몰이에 의해 매장된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런 상황입니다.

총독 빌라도가 허락하였다 치면, 그 즉시로 예루살렘 성 밖 골고다 언덕까지 달려와야 합니다. 그리곤 십자가를 다시 뽑고, 조심스레 뉘이고는 양 손과 발목에 못이 박혀 매달렸던 예수님의 시신에서 그 못들을 빼내어야 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급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조심조심……. 시간이 꽤 많이 흐르는 일이었습니다. 결코 로마 병정들이 도와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떼어냈다면, 이제 그 몸을 깨끗이 씻겨야 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염을 해야 했습니다. 상할 대로 상한 몸, 채찍 자국, 못 자국, 가시 면류관 자국, 창 자국. 그 상처투성이 몸을 씻기고, 그리곤 그 위에 향료를 듬뿍 바르고, 세마포로 다시 싸야 했습니다.

그리곤 이제 조심스레 묘지로 옮겨가서 장례 치러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모든 일을 3시간 안에 다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누가?

예수님의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만이 그 자리에 있었을 분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그 모욕적인 죽음의 자리에 왔을 리 없고, 장례 치러줄 리 없습니다. 그저 어머니만, 낳은 죄로 그 자리에 찾아왔을 뿐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떤가요? 다 도망갔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이는 ‘요한’, 한 사람 뿐입니다. 모두들 겁이 나서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비참하게도 예수님의 시신은 십자가에 그대로 달려 있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총독에게 달려가 허락받아줄 이도 없고, 십자가 위에서 내려줄 이도 없고, 장례를 치러줄 이도 없는 그런 형편이었습니다. 나무에 달려 죽는 것, 밤을 보내는 것, 안식일까지 그대로 방치되는 것, 모두 저주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가족도, 제자도 모두 나 몰라라 도망간 상태, 맘 아프긴 하지만 예수님의 시신은 그대로 추하게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밤을 지새우고, 안식일을 맞을 수밖에 없는 그런 비참한 처지였습니다.

2) 이 때 등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들 절망해 있고, 모두들 어쩌면 좋을까 싶어 하는 그런 때 등장하는 이가 있습니다. 마치 옛날 서부 영화를 보면, 모두들 절망할 때 멋진 음악이 깔리며 짜안하고 나타나는 주인공처럼, 그렇게 그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런 인생이 되고 싶었었습니다. 평상시, 사람들이 많고, 말 잘 하고 일 잘하는 이들이 많을 때는 없는 듯 살다가, 그런 이들이 모두 사라질 때, 그런 이들이 모두 입을 다물 때, 그 때 짜안하고 나타나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런 인생이 되고 싶었습니다.

목회를 시작하고도 그러합니다. 전에 종종 어떤 이들이 내게 권합니다. “목사님도 이제 방송을 좀 타십시오. 아, 메시지 좋으신데 방송만 타면 금방 뜰 겁니다.” 그래서 내 그랬습니다. “난 무거워서 쉽게 못 뜹니다.”

그래, 나는 그런 유명인이 되고픈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그저 주님께서 내게 주신 자리, 그 환경에서 소박하게, 성실하게 목회하고픈 마음뿐입니다. 그러다 지나가던 이가 우연히 우리 교회에 들려, ‘아, 이곳에 이렇게 좋은 목사님이 계시네!’하면 그것으로 내 최고의 기쁨이요, 주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능력이 없어서 자그만 목회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걸 기뻐하고, 주님께서도 그걸 기뻐하시기에 그렇게 하는 것뿐입니다. 모두들 유명인들 에게만 눈길을 주는 그 시절에도 내 갈 길을 가고, 내 할 일을 하는 그런 신앙인으로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마치 이렇게 모두들 침묵할 때 나타나는 이가 오늘 성경에 있습니다. 모두들 곤경에 처했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누가 우리 주님을 십자가에서 내려 장례를 치러줄 까 맘이 아파 울 뿐입니다. 가족도, 제자도 다 사라진 그 자리, 마치 무연고 시신처럼 버려지는 듯하다. 십자가 위에 매달린 그 예수님의 시신을 바라보며 그나마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물러 있던 여인들의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이 때, 아리마대 요셉이 등장합니다. ‘아리마대’는 그의 출신지명이고, 이름은 ‘요셉’입니다. 4복음서 모두 이 아리마대 요셉을 소개하는데, 마태복음에 의하면 그는 부자였고(마 27:57), 마가복음에 의하면 그는 공회회원(막 15:43)이며, 누가복음에 의하면 의로운 사람(눅 23:50)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요한복음은 그를 예수의 제자였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그는 예수의 제자였으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겨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말들을 종합해 볼 때, 아리마대 요셉은 당시 사회에서 엘리트였고, 권세를 누리고, 부귀를 누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예수의 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많은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염려 속에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아리마대 요셉이 총독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자 빌라도 총독이 순순히 그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만큼 아리마대 요셉은 세도가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는 총독의 허락을 받아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곤 장례를 치릅니다.

그런데 이 때 등장하는 이가 또 한 명 있습니다. 39절,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지라.” 니고데모가 다시 등장합니다.

요한복음 3장에 의하면 유대인의 지도자 니고데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중에 예수님께 찾아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이 니고데모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하시며, 그 복음 중에 복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놀라운 축복의 말씀을 이끌어 낸 이가 니고데모입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모세가 뱀을 든 것처럼 자신도 결국 십자가에 들려야 할 것을, 거기서 죽어야 할 것을 예고하심을 들었던 니고데모, 그가 이 상황에서 등장합니다. 왜? 예수님의 장례에 보탬이 되려고.

아마도 니고데모와 아리마대 요셉은 친구였을 것입니다. 예수를 믿으면서도 아닌 척 하는 숨은 제자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같은 처지의 친구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리마대 요셉이 당돌히 총독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달라고 요구하여,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리는 것을 보고, 니고데모도 가만있을 수 없어 예수님의 장례에 쓰기 위해 향료 백 리트라를 들고 왔습니다. 향료 백 리트라는 아주 엄청난 분량이랍니다. 옛날에 왕의 장례에나 이 정도의 향료를 썼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결코 이렇게 많은 양을 쓰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어느 신학자는 말하기를,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장례에 왕에게나 적합한 많은 향료를 사용함으로, 그 분을 자신의 영원한 왕으로 고백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해설입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다른 제자들에게는 꿈의 몰락이었습니다. 3년 동안 줄기차게 예수님을 따라다닌 것은 자신들의 꿈, 그 비전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무기력하게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러자 따라다니던 제자들의 꿈, 그 비전들마저 함께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이제는 꿈이고 비전이고 모르겠고, 목숨이나 부지해야겠다 싶어 다 도망가 버리고 말은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그 제자들에게는 꿈의 몰락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니고데모에게는 꿈의 몰락이 아니라 예언의 성취였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15) 예수님께서 한 밤중에 찾아온 니고데모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들은 니고데모, 그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을 것입니다.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골고다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는 드디어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거구나! 골고다 언덕에 높이 들린 이 십자가는 바로 그것, 마치 광야에서 모세가 구리 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달아놓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는 산다고 한 것 같이, 예수님께서 들려야 한다는 게, 바로 이렇게 십자가 위에 달리는 것, 예수님께서 모든 이에게 영생을 주기 위한 것이란 바로 이것이구나!

그리곤 그는 곧바로 예수님의 장례를 왕으로 치루기 위해 준비를 한 것입니다. 제자들이 다 도망가는 그 시간에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장례, 그것도 자신의 삶에 예수님은 왕이란, 메시아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때가 되자, 예수님의 시신을 그렇게 장례 치렀습니다.

3) 아리마대 요셉, 예수님의 장례가 언급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것도 매우 소중한 인물,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의미 있는 인물로 늘 우리 기독교인의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아리마대 요셉은 오늘날 교회 조직으로 본다면 어느 위치에 서 있는 이일까? 그의 직분은 뭐일까?

그래서 복음서를 살펴보니,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이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허다한 무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그것이 대단해서, 거기에 흥미가 있어서, 또는 오병이어로 배불리 떡을 먹어보고는 그것이 그리워서 예수님을 따르는 어쩌면 의미 없는 무리들입니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자신을 기대지 않았다고 성경은 말합니다.(요 2:24)

그 다음엔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그 말씀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소망을 갖는 나름대로 세속인과는 구별된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을 제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마 5:1, 8:21))

그리곤 이들 중에서 특별히 선별된 사람들 70인이 있습니다.(눅 10:1) 이들에겐 병 고치는 은사도 주시고, 말씀 전파의 능력도 주셨습니다. 교회역사에서 이들을 70문도라고 부릅니다.

아울러 이 70인 중에서도 특별히 뽑힌 12명이 따로 있습니다.(마 10:1) 이들을 우리는 12제자, 12사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주변에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 중에는 허다한 무리, 함께 하는 사람들 제자, 70문도, 12제자! 이렇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오늘날 교회 조직으로 대비시켜 본다면, -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 12제자는 아무래도 장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70문도는 항존직인 안수집사, 권사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냥 제자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서리집사에 속하지 않을까 싶고, 허다한 무리는 아직 예수님의 진리에 깊이를 모르는 일반적인 초신자들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리마대 요셉, 그는 교회 직분 상 어디에 속할까요? 내 보기에 장로는 아닙니다. 안수집사, 권사도 아닙니다. 그냥 서리집사 수준입니다. 아니, 어쩌면 서리 집사 수준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왜? 그는 자신의 신앙을 숨기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오늘날 서리집사는 적어도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내보이고 살지 않습니까?

아무튼 아리마대 요셉은 오늘날 교회의 직분 상 그리 중요한 책임을 진 중직자는 아닙니다. 그냥 교인입니다. 그것도 그는 자신의 신앙을 숨기고 산 비겁한 신자입니다. 자신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아 아닌 척 하고 산 그런 비겁한 신자입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12제자가 보기에, 70문도가 보기에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나약한 신자입니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 10:32-33)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마음이 찔려 아팠던 그런 부끄러운 제자입니다. ‘전도’란 말만 나오면 괜히 기가 죽는 그런 나약한 숨은 제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예수님의 장례를 치릅니다. 왜? 어째서? 아니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모든 중직자들은 다 어디가고 이 일반 교인인 아리마대 요셉이 장례를 치릅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애(愛)제자들도, 일반 제자들도, 70문도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은 십자가에 달려 있고, 이제 해는 곧 서산에 떨어질 거고, 빨리 예수님의 시신을 장례는 치러야 하고, 사람은 없고.

마치 이런 기분입니다. 줄을 설 때마다 늘 중간에 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 앞에 많은 사람들을 세워야 맘이 놓이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이 다 없어졌습니다. 줄을 끊는데, 내 앞에서 줄이 끊어져, 내가 선 줄이 맨 앞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맨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 느끼는 당혹감, 바로 그런 느낌일 것입니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 언제나 맨 뒤에 서는데, 갑자기 ‘뒤로 돌아’ 하여 자신이 맨 앞줄이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

아리마대 요셉이나 니고데모나 숨어서 신앙 생활하기 좋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조금 교인들의 눈총이 따갑기는 하지만, 그래도 숨어서 신앙생활 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두들 사라졌습니다. 자기 앞에 서 있던 그 위대한 제자들이, 그 충실하다던 이들이, 중직자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자기가 맨 앞줄에 서 있습니다. 이제 어쩔 것입니까? 그냥 모른 체 도망갈 것입니까? 아 예수님의 충직하던 제자들도 다 도망갔는데, 자기 같은 나약한 신자가 나서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숨어버릴까요? 그냥 끝까지 입 다물고 가만있을까요? 그냥 모른 체 지나가 버릴까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맨 앞줄에 나서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예수님의 시신은 십자가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해는 곧 저물 것이고.

3.

우리 왕십리중앙교회는 큰 역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교회 창립 100년을 넘어가며 우리는 본의든 타의든 성전을 새로 지어야 합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신 사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큰 역사, 이 큰 부담, 어쩔 것입니까?

에이, 나 같은 것이 뭘 이런 생각이 드십니까? 훌륭하신 장로님, 권사님, 안수집사님들이 계신데 뭘……. 하는 생각이 드십니까?

지난 주간 12일 특별 기도회 때 김연희 전도사님이 인도하는 기도회 시간에 그런 말을 하는데 내 마음에 꽂히더라고요. “성전 건축을 앞두고 ‘나 정도야 빠져도…….’라고 하지 마십시오. 신앙의 세계에선 ‘나 정도’가 아니라 ‘나 뿐이야’가 옳습니다.”

맞습니다. 하나님 앞에선 정말 그렇습니다. 나뿐이야!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는 도매금이 아닙니다. 일대일의 관계입니다. 그러기에 언제나 하나님께 나는 ‘나뿐이야!’입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러십니다. “너 뿐이야!”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아리마대 요셉의 등을 떼미셨습니다. 나 같은 게 뭘, 나 정도야 뭐……. 하는 그 때, 하나님께서는 아리마대 요셉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너 뿐이야!” 그리곤 등을 떼미셨습니다.

이 때 아리마대 요셉은 결정해야 했습니다. 여태까지 해 왔듯이 끝내 모른 체 할까, 아니면 나라도 나서서 예수님의 시신을 수습할까요? 결단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결심했습니까?

순종하였습니다! 아리마대 요셉은 이 때 순종함으로, 두고두고, 아니 영원토록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말할 때마다 선한 인물, 용기 있는 인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존경 받았습니다. 단 한번 등장함으로,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녔던 다른 제자들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유명해졌습니다.

기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감동으로 등을 떼미시는, 그런 기회가 있습니다. 이 때 순종하십시오. 그러면 자신의 팔자가 달라질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다 그러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큰 것이 아닙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심지어 그 부모들 눈에 조차 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등을 떼미시며 감동을 주실 때 순종하여 앞으로 나서서 위대한 인물들이 되었습니다.

다윗, 나약하기 짝이 없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대가 골리앗의 위세에 눌려 하나님이 모독을 당하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 모양 자기들의 안전을 위해 죽은 체 하고 있을 때, 마치 하나님께서 등을 떼미시는 감동 속에 홀로 믿음으로 나아가 비로소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에스더, 왕비가 되었지만, 왕의 총애를 잃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기 민족을 살릴 수 있는 이는 자기 밖에 없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감동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자칫 잘못하면 민족 구원은 둘째 치고, 자기부터 죽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왕비로 만든 것은 바로 이 때, 자기 민족을 구원하라고 그러신 것인지 모른다 싶어 ‘죽으면 죽으리라’는 자세로, 하나님께서 등을 떼미실 때 앞으로 나아가 민족을 구해냅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서에 모두 등장하는 5병2어의 도시락! 왜 그 아이는 자기 도시락을 내놓았을까요? 하루 종일 예수님께서 말씀을 전하셨는데, 어른들 중에 아무도 그 말씀 전하신 예수님을 위해 음식물을 내놓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말씀을 듣는 자기들도 배가 고픈데, 말씀을 하신 예수님은 오죽 더하실까요? 그런데도 어른들은 말뿐이지, 아무도 자기 도시락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하나님의 등 떼미심에 순종하여 자기 도시락을 내 놓았고 그것은 전무후무한 놀라운 풍성한 역사를 이루어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등을 떼미시는 그런 기회가 있습니다. 이 때 순종하고 나설 때 그의 인생은 달라집니다. 그의 인생은 하나님의 축복의 손길 속에 뻗어 나갑니다.

4.

평상시에는 아닌 척 해도 좋습니다. 아니,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사정이 있어서 그런 척 할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좋습니다. 그런데 때가 있습니다. 자꾸 ‘나밖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 앞에 있던 그 큰 사람들이 다 사라져버리고, 자기가 맨 앞에 나선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등을 떼미시는 것입니다.

순종하십시오. 기도하십시오. 충성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너밖에 없구나!’하시는데, 끝까지 못 들은 체 하지 말고, 어느 순간, 어느 상황이라도 그런 감동이 찾아들면 순종하십시오. 그러면 지나간 세월들 보다 다가오는 세월들이 자신에게 더 복될 것입니다.

성전 건축, 이런 감동을 받는 이들에 의해, 하나님께서 자신의 등을 떼미신다고 느껴지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가 이루어질 줄 믿습니다. 숨은 제자 아리마대 요셉 그리고 니고데모, 여러분의 때가 다가왔습니다. 하나님께서 등을 떼미실 때 순종하여 일어나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에 동참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