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BS)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17일부터 대구성명교회에서 정기총회를 갖는 예장 합동측은 총회를 앞두고 불거진 정모 총회장 후보의 노래주점 출입과 여성도우미와의 유흥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뜻 있는 목사들과 교회 개혁을 바라는 총회 대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예장 합동총회가 새로워져야 한다"며 "문제가 된 정모 목사의 총회장 취임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총회 대의원은 "개교회에서 집사와 권사, 장로를 선택할 때도 음주와 여성 문제가 불거지면 취소를 시키는데, 성총회라는 곳에서 문제가 된 인사를 교단장으로 세울 수는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예장 합동총회 정치권의 분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정모 목사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교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도우미 유흥 파문을 일으킨 부총회장(총회장 후보) 정모 목사 뒤에는 교단의 유력한 실세인 길모 목사와 총회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황모 목사가 있다.

정모 목사와 이들은 이번 여성도우미 유흥 파문과 관련해 '조작' '음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회 현장에서 문제가 될 경우 노래주점 출입 부분만 인정하고 술과 여성도우미 관계는 부인하면서 총회장 취임을 강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해왔다. 한 곳에서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코람데오) 부끄러움 없이 교회를 이끌어가야 할 교회 지도자이고 성스러운 총회(성총회)라면, 보다 솔직해야 한다.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감리교회는 최근 세습방지법안을 추진하면서 사회로부터 환영과 격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4년 동안 감독회장도 뽑지 못하고 수십건의 소송을 벌이며 행정공백을 초래했던 수많은 잘못과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개혁하려는 결단 앞에 지지가 뒤따랐던 것이다. 예장 합동의 경우 교회 헌금 유용 목회자나 이단문제, 성추문 목회자 문제 등 잘못들이 많았다. 거기에 총회장 후보의 부적절한 처신이 또다시 불거졌으니 충격이 더 컸다.

그만큼 이번 총회에 거는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예장 합동 내 뜻있는 이들이 '목회자윤리강령'(안)을 만들어 이번 총회에 상정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헌의안이 올라가 있는 목회자윤리강령(안)이 부끄럽지 않도록 총회장 선출 문제가 제대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만약, 예장 합동측이 이번 총회에서 정모 목사의 총회장 추대를 포기하고 다른 방안을 찾는다면, 개혁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다행스럽지만, 파문의 당사자를 교단의 수장으로 인정한다면 예장 합동 교단 전체가 같은 수치를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장합동측은 이번 총회를 통해 회개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17일 실시되는 임원선거에서 문제가 된 정모 목사의 총회장 선출을 포기시키는 것이다. 정모 목사는 지난해 9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올해 총회에서 총회장에 자동 추대될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1년은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의 수장이 될 분으로서 수양에 힘쓰고 높은 도덕성과 자질을 요구받는 기간이었다.

그런데 CBS 취재 결과, 그 기간에 부총회장 신분으로서 노래주점을 수차례 다니고 특정 여성도우미와 연락하면서 술과 유흥을 즐겼다고 하니, 이는 예장 합동총회를 넘어 한국 개신교계 전체를 욕보이는 일이다. 특히 하루에 장소를 바꿔가며 같은 여성도우미와 6시간 동안 유흥을 즐기고, 동행한 일행 중 한명이 소위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까지 운운했다고 하니,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더이상 교회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운운하고 사실여부 공방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정모 목사는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측의 총회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장 합동측에게 있어 이번 정기총회는 자정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목회자의 잘못을 되돌릴 수많은 참된 목회자(총회 대의원)들의 결단을 기대한다. (CBS TV보도부 나이영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