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회 총회가 막이 올랐다. 정부총회장 등 임원을 선출하고 부서조직과 함께 산적한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총회장의 선출은 법에 따라 전회기 목사부총회장이 승계하고，차기 총회장이 될 목사부총회장을 비롯 장로부총회장은 투표로 선출한다. 기타 임원은 신임 총회장이 추천하여 대회의 인준을 받아 확정된다. 따라서 매 총회마다 목사부총회장 선거가 총회에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한다.

부총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을 갖춘 분이 노회의 추천을 받아 3천만 원(단독 5천만 원)의 공탁금을 내고 후보등록을 하고，총회에서 과반수 득표를 해야 한다. 지난해엔 단일후보였으나 금년엔 네 분의 후보가 시간과 정력 그리고 돈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했다. 얼마 전 모 노회에 속한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어느 후보 측에서 총대를 모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A호텔에서 모임을 주선했다고 한다.

후보 측 인사가 후보에 대한 장점과 당위성을 설명한 후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참석자가 “밥 못 먹어 꼭두새벽에 왔는가?"라고 투덜대더란다. 예년 같으면 이런 모임에선 의례히 봉투가 전달되었는데 금년엔 이런 절차가 모두 생략되어 생겨진 해프닝이라고 했다. 금년 선거는 예년에 비해 깨끗해졌다는 평이다. 어느 후보가 누구를 초청하여 밥을 먹었다는 소리조차 듣기 힘들 정도였다.

이러한 선거풍토가 정착된다면 한국교회에 희망이 생길 것이다. 총회장은 한교단의 최고의 치리회장이다. 영적인 지도자도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러한 총회장을 뽑는 일이 돈이나 조직에 의해 좌우된다면 선거자금을 지원해준 사람이나 밀어준 집단을 챙겨줘야 하고 심지어는 그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거가 돈이나 조직에 의해 좌우 되어 교회가 혼란스러워진다면 차라리 제비뽑기가 타당할 것이다.

설사 자질면에서 떨어질지는 몰라도 조직과 돈으로부터 자유스럽게 되고 소신껏 총회를 섬길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총회장이 돈이나 조직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모처럼 돈을 쓰지 않고 총회장과 부총회장에 당선된 분이 총회를 이끌어가는 동안 금품이 선거전에 발붙이지 못하고 총회장의 권위가 세워지는 선거제도가 빛을 보았으면 한다.

/홍익교회 장로, 장신대 평대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