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맡은 이: 김용민 님

■ 고린도전서 12:12~23

12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13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14 몸은 한 지체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15 발이 "나는 손이 아니니까 몸에 딸리지 않았다." 하고 말한다 해서 발이 몸의 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16 또 귀가 "나는 눈이 아니니까 몸에 딸리지 않았다." 하고 말한다 해서 귀가 몸의 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17 만일 온몸이 다 눈이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또 온몸이 다 귀라면 어떻게 냄새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18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대로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지체를 우리의 몸에 두셨습니다.
19 모든 지체가 다 같은 것이라면 어떻게 몸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20 그래서 한 몸에 많은 지체가 있는 것입니다.
21 눈이 손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 하고 말할 수도 없고 머리가 발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 하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22 그뿐만 아니라 몸 가운데서 다른 것들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23 우리는 몸 가운데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부분을 더욱 조심스럽게 감싸고 또 보기 흉한 부분을 더 보기 좋게 꾸밉니다.


이메일 대신 손 편지를 많이 쓰던 때를 떠올려봅시다. 밤에 편지를 씁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그 편지를 읽습니다. 그리고 찢어 없앱니다.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 많으시지요. 밤에 맹렬한 감성과, 아침을 장악한 이성의 충돌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처럼 마음에 두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말은 감성에 가깝고, 글은 이성에 가깝습니다. 말은 어조와 감정을 살릴 수 있지만, 글은 그러한 비언어적 요소를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도자 바울은 사실, 말보다는 글이 빛났던 사람이었습니다. 통상 말을 잘하면 글을 못 쓰고, 글을 잘 쓰면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래서 그의 정확한 의중을 알려 한다면 편지를 읽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은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고린도전서에는 감성이 뚜렷합니다.

고린도전서를 감성의 언어로 쓴 연유는 그만큼 이성으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당시 상황 때문입니다. 고린도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인데요, 아테네에서 약 60km 서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서울의 한 개 구 정도 규모지만 당시로선 거대인 인구 50만이 넘었습니다. 장사치가 보기엔 기막힌 입지였습니다. 동쪽으로 애게해와 서쪽으로 이오니아 바다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배가 들렀다 갔다 하다 보니 도시는 돈이 몰렸고 또 음란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고린도 식으로 산다.'는 말이 돌았는데 그것은 '제멋대로 방탕하게 산다'는 말과 마찬가지 의미였다고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만약 기지가 완성되면 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은 군인을 위한 윤락가 천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2차 전도여행을 하면서 1년6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며 교회를 세우다시피 한 바울은 고린도교회가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에베소에 있을 때 들었습니다. 당시 고린도의 인구를 보면 2/3이 노예라고 합니다. 어느 사회나 상층 엘리트는 소수입니다. 우리 사회를 분류할 때 1% 특권층과 나머지 99%의 서민층으로 나누지 않습니까? 그 상층 엘리트와 하층 신도 사이에 불화가 격심했던 것입니다. 이 대립을 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엘리트 층에 속하는 아볼로파와 하층이라 할 수 있는 베드로파로 나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볼로파, 베드로파라고 했는데, 아볼로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 유태인이었는데요, 학식이 많고 언변이 뛰어났습니다. 바울에 뒤를 이어 고린도교회 목사로 부임한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아볼로의 언변에 매료당했습니다. 교회는 아볼로파, 바울파로 나뉘었습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사람이 고린도로 들어옵니다. 교회 안에 베드로파가 형성됩니다. 이런 와중에 아볼로는 무엇이고, 바울은 무엇이고, 베드로는 뭐냐, 나는 그리스도 라인이다라며 어느 한 사도를 편들기를 거부한 그리스도파도 등장했습니다.

가장 젠 척, 있는 척한 쪽은 아볼로파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엘리트임을 자처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엘리트 계층의 취미 아니 속성은 못 사는 사람과는 차별화된 삶을 추구한다는 속성이 있습니다. 십여년 전 예전에 유행했던 표현 중에 하나가 ‘강북스럽다’라는 것입니다. 강남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디다. 이것은 강북 사람에게는 강북스럽게 보이지 말아야겠다, 강남의 앞서가는 문화를 따라야겠다는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아울러 강남 사람에게는 특권 의식을 한층 고조시킵니다. 당시 고린도 지역에서는 엘리트 층이 방언하는 능력으로 하층과 차별화했습니다. 신의 언어인 방언으로 대화 나눌 수 있다는 점, 이것을 자신만이 신의 은총을 독점하고 있다는 표징으로 삼은 것이거든요.

이에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 즉 방언을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라며 일침을 가합니다. 방언 능력이 신이 주신 선물들 가운데 가장 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빅엿을 안긴 것이지요. 그러면서 파당을 짓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고린도교회의 문제는 비단 엘리트층과 하층의 대립만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패륜 사건을 질책했습니다. 어느 신자가 자기 계모와 동거한 것입니다. 바울은 이 사람을 추방했습니다. 교회에서의 파문, 출교, 그 역사를 따진다면 아마도 이것이 첫 번째였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우끼리 소송 거는 일이 많다는 점입니다. 바울은 이 점도 염려했습니다. 분쟁이 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법정에 의존하는데, 믿는 사람끼리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그 방법으로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언급한 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주문합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 가기 앞서 12장에서 한 말씀도 명언 중에 명언입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이 생김새나 기능이 다르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다 하나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끼발가락, 이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요. 그런데 새끼발가락은 몸 전체가 균형을 잃을 때 뇌에다가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뇌는 양발 근육에 신호를 보내 쓰러지지 않도록 근육을 수축시키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몸의 보초병같은 거지요. (그러나 술을 잔뜩 마시면 이 보초병도 취합니다. 술 적당히 마십시다.)

또 하나 남성의 젖꼭지. 여성의 젖꼭지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남성은 왜 이게 있을까. 라이브사이언스라는 과학전문지 2008년 6월호에는 남성도 처음엔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임신 6주가 되면 태아의 성이 남성과 여성으로 갈리지요. 그런데 젖가슴과 젖꼭지는 임신 6주 이전,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돼 남성적 특징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형성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뭐 그것도 그렇지만 어떤 통계에 따르면 80%의 남성이 젖꼭지를 이용해 성적 만족을 얻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또 다시 파문을 일으킬 것 같아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하여튼 하나님은 몸의 어느 한 구석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분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몸은 참 오묘하지요. 인터넷에 보니까 사람의 몸은 머리, 눈, 코, 귀, 입, 손, 발 등 많은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몸의 가장 작은 단위는 세포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뇌는 약 80억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포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며, 조직들이 모여 기관을 이룬다고 한다. 기관들 중에 가장 큰 것은 피부이며 그 외에 뇌, 위, 간, 폐, 심장 등 대략 128개의 기관들이 있다고 합니다. 기관들이 모여 소위 계통을 형성하는데, 골격 계통, 근육 계통, 소화 계통, 호흡 계통, 순환 계통, 비뇨 계통, 생식 계통, 내분비 계통, 신경 계통 등 9가지를 흔히 말합니다. 골격 계통은 200개 이상의 뼈들로 구성되며, 근육 계통은 600개 이상의 근육들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내 몸은 생각,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울은 교회를 몸으로 비유했습니다. 교인을 세포, 조직, 계통으로 본 것입니다. 어느 교회든 가시 노릇하는 사람도 있지요. 저 사람만 없으면 교회에 평화가 올 텐데 싶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대로 문제적 인물이 사라지면 또 다른 문제적 인물이 안에서 또는 외부에서 출몰합니다. 바울은 그런 사람 저런 사람 모두 하나님이 만드셨고 보내셨기 때문에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가 고린도전서 12장의 중심 논리입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3장은 지체를 내 몸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잠시 고린도전서 13장을 가사를 음미하며 함께 노래해볼까요?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 걸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여담입니다만, 지난 2007년 대선 때에 야권의 대표 후보로 두 사람이 있었지요. 정동영, 문국현. 두 분은 천주교 신자입니다. 두 사람이 모여서는 고린도전서 12장을 읽고, 함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서로를 지체로 인정하자며 말이지요. 그러나 성과는 없었습니다.

정치판도 그러합니다만, 지금 한국교회 곳곳은 분란의 현장입니다. 물론 싸우지 말고 모두가 좋게 좋게 지내자고 말할 수 없는, 정의와 불의가 대립하는 현장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제외하지요. 서로 피장파장이면서, 두 패로 갈리고는 심지어 한 건물 안에 두 장소에서 예배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한 지도자가 독재하고, 그 독재를 질서라고 생각하는, 무지한 대중이 많던 시절과 지금은 다릅니다. 배울 만큼 배운 평신도 층이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교회의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울은 이런 현재와 장래의 교회를 염려하며 조언합니다. 오래 참아라, 친절하라, 시기하지 말아라, 자랑하지 말아라, 교만하지 말아라, 무례하지 말아라, 사리사욕을 버려라, 성을 내지 말아라, 앙심을 품지 말아라, 불의가 아닌 진리를 보고 기뻐하라, 모든 것을 덮어주고 믿고 바라고 견디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소 두서없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체를 분리해내지 말라고 말합니다.

벙커1교회도 시작하는 단계라, 지금은 서로를 상대를 사랑하고 용서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가면 지체 사이에 견해차이 때문에 상심하게 될지 모릅니다. 벙커1교회는 그래서 그런 충돌지점을 없애도록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봉헌을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하는 돈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교회, 교인 간에 계급을 없애는 완전한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교회로 말이지요. 하지만 이것으로도 분란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정한 해법은 공동체성입니다. 최고의 공동체는 가족이지요. 가족 깨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구성원 모두 서로의 흠결을 용서해줄 마음 자세가 돼 있기 때문입니다. 벙커1교회의 성패는 공동체성 여부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서로를 몰라도 이미 한 공감대 아래에 있습니다. 교회가 정의로워야 한다, 사랑의 기반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 시대정신 속에 서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미 마음이 통하는 사이입니다. 여기에 친밀감까지 갖게 된다면 벙커1교회는 천사까지 흠모할 공동체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참에 수련회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모릅니다. 압시다. 친해집시다. 함께 일합시다. 자세한 안내는 광고 시간에 하겠습니다만.)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오셔서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홀대하거나, 참석한 사람끼리 똘똘 뭉치는 그런 또 다른 차별과 구분 역시 우리는 경계할 것입니다.

이 땅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 대해 분노를 갖는 이유는, 공동체성을 파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도 성장기에는 물론, 온 나라가 가난했을 때 조차 기업이 돈 벌면 노동자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노동자를 함부로 거리로 내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 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 하나 자르는 것에 조금도 가책이 없습니다. 자기 직장 구성원 뿐입니까. 빵 커피는 물론 떡볶이 순대까지, 동네 골목에서나 통하는 업종에까지 진출해 골목대장 노릇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에 차타고 동네를 한 바퀴 휙 돌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게 다 돈이야." 한마디로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동네 상권 다 털어먹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은 그런 찌질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음식, 숙박, 소매 등 단순노동투입 중심의 저부가가치 업종인 '생계형 서비스업'에 대기업이 진출한 빈도가 2010~2011년 사이에 엄청나게 늘었다고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가장 많이 진출한 대기업은 어디일까요. 롯데d였습니다. 로 전체 계열사 79개 중 22개가 이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9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고요. 이러니 이 땅에 존경받는 부자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익이 되면 서민들의 꼬깃꼬깃한 돈도 다 쓸어 모을 태세입니다. 이런 사회에 공동체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약육강식, 정글, 천민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로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습니다.

이미 ‘나는 꼽사리다’ 금주 12회를 통해 소개됐습니다만, 우리 경제의 청사진이 펼쳐진 것 같아 너무 흡족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의 줄임말이 생협인데, 하나의 대안경제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농협, 수협, 축협, 신협, 서울우유협동조합 등이 있는데 이들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생산자협동조합'이고 여기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협동조합'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생협은 소비자의 필요 속에서 세워진 만큼 소비자가 주인이 됩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사주가 되고 종업원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자르거나 잘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수익이 배가되면 배가될수록 일자리는 확충됩니다.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사주 개인 것 아닙니까. 소비자의 이익이 아니라 사주의 이익이 모든 것에 본위입니다. 노동자를 함부로 자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재철 씨가 MBC를 그런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이 아닌가 요즘 참으로 마음이 혼란합니다. 노영방송 그러는데, 노동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곳과, 조중동같이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그래서 종사자가 사실상 노예가 돼 버리는 매체를 견줍시다. 어느 쪽이 더 공정하고 창의적일까요.

실제 물건을 대는 생산자도 좋습니다. 고정적으로 자기 물건 팔 곳이 생깁니다. 이러니 대형마트 들어가려고 그곳에서 하는 가격 후려치기 횡포를 감내해야 합니다. 유통 단계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적어지니 품질 관리에 정력을 쏟게 되고, 아울러 소비자 앞으로 저가에 공급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생협에 반대되는 대기업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저가에 사들여 고가에 팔려합니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욕 봅니다. 품질은 떨어지고, 소비자 불만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세계 2위의 유통업체인 프랑스의 카르푸가 2008년 스위스에서 철수했습니다. 놀랍게도 스위스 전역의 카르푸 매장 12곳을 인수한 것은 스위스 생협이었습니다. 생협이 인수한 덕에 매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전원 승계됐고, 카르푸는 매각차익도 못 챙겼다고도 하지요. 2006년 카르푸의 한국 철수와 너무나 대조됩니다. 카르푸는 홈에버에 팔고 8900억원의 차익을 가져갔지만, 1000여명의 매장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렸습니다. 홈에버의 모기업은 이랜드고, 이랜드는 한 대형교회 장로가 기독교 정신에 기초해 세운 기업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생협을 모델로 해서 대성한 기업도 많습니다. 1899년에 창립된 스페인 FC바르셀로나, 1846년 5월에 세워진 미국의 AP통신, 캘리포니아 감귤 재배자 협동조합을 일컫는 썬키스트가 있습니다. 유기농 농산물만 파는 게 아니라 언론, 스포츠단 조차 생협의 일 부분입니다. 그밖에도 의료, 육아, 발전, 이삿짐협동조합도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38%에 지나지 않지만 협동조합은 일반기업의 2배 가까운 6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나라 경제가 생협 중심이 된다면, 그 나라에는 경제정의가 세워지게 됩니다. 더불어 국민 전체가 부강해집니다. 스위스가 그 좋은 모델입니다. 스위스의 경우 생협조합원 인구가 100%에 육박합니다. 국민소득은 6만 달러입니다. 생협이 많아서 한 두군데 망해도 나라 경제에 여파가 없습니다. 한국의 외환위기, 왜 왔습니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10개의 대기업이 전체 GNP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두 군데가 흔들리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생협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이 있습니다. 소비자를 교인으로, 생협을 교회로 바꾼다면, 이것이야 말로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교회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벙커1교회는 그런 생협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면, 그 교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목사나 장로가 아닌 교인 다수가 되고요. 그 교인이 그침 없는 사회적 책임의 완수와 영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목회자가 절대적 권위를 누리며, 불륜을 해도, 횡령을 해도 전혀 태클 당하지 않고, 나중에는 자녀에게 세습까지 하는 그런 교회는 수명을 다했습니다. 강단에 누가 서더라도 은혜가 되는 수평적 리더십의 교회, 그래서 벙커1교회는 그 번영하는 꿈을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벙커1교회의 지체 여러분, 머리만 있고, 몸에 다른 지체는 부속물에 그친다는 편견, 단견, 이것은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룬다는 성경의 뜻과 다릅니다. 뇌가 중요한 만큼, 손도 발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도 소홀하게 취급될 수 없습니다. 그런 동지의식, 공동체성을 품으며 세상을 향한 우리의 손길, 발길을 이어갑시다. 이럴 때 우리에게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 기도

모든 강력을 파하시는 능력의 하나님, 저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대히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 안에 공동체성을 세워주시고 이 공동체성으로 세상을 섬기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죄 많은 인간이 모인지라 서로 용납하지 못하고 반목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의 영으로 함께하셔서 서로를 지체로 알고 품는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주시기 원합니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