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대통령이 나서는 분위기

정부가 "화물연대가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노동기본권의 보장을 요구한다. 무리하다. 따라서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잘 아시겠지만,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의 형태를 띈다. 그래서 휴업을 파업이라고 부르는데, 실은 이 화물운전자들은 전부 개인사업자다. 이 분들이 파업하는 것은 휴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오늘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또, 화물운송시장 개편을 위해 내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화물차 영업권과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크게 줄이고, 경유보다 연료비가 저렴한 LNG 화물차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화물차 영업권과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감차하고 LNG 화물차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눈 안에 들어오는 손에 잡히는 해결책이 아니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화물연대의 반발은 계속될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화물연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실 `쇠고기 파동'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직사회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고 있지? 그래서인지 본인이 직접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주요 장관 또 수석들과 1시간 30분 정도 회의를 했다. 앞서 말씀드린 대책이 바로 이 회의에서 결정난 것이다. 오늘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하게 표명했다.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훼손된 정부의 리더십과 권위를 회복하고 법.질서 확립 의지를 강조하겠다는 뜻도 읽혀진다.

이러다 또 대통령 대 화물연대의 대결 구도로 비화되면, 정부로서는 빠져나갈 구멍, 조율할 여지를 더욱 좁아질텐데 걱정된다. 대통령은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주고, 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옳지 않을까. 쇠고기 문제도 본인이 나섰다가 대통령 대 국민, 이런 대결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나.

■ 이 상황을 정치공학적으로 풀려 하다니...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대대적인 ‘보수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

사실 지금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박 복당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총선 때 철천지 원수였던 그 사람들을 당에서 불러들이고 있다. 박근혜 총리설이 흘러나왔다.

지난 주 일요일에 이회창 총재가 불려갔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등을 돌렸지만, 어쨌든 보수세력의 실력자임에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총재와 같이 일하고 있는 심대평 총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 상황을 조합해 보자. 보수세력, 즉 집토끼를 다시 묶으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나?

그렇다. 이른바 보수 대연합을 꾀하는 것이다.
보수연합론은 친박세력, 선진당 등으로 갈라진 보수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15% 안팎까지 곤두박질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곧, ‘보수연정→보수층 결집→국정주도권 회복’의 수순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무슨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효과도 미지수다. 우선 이회창 총재가 과연 심대평 대표를 총리로 내보낼 수 있겠냐 이것이다. 내보내는 순간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라는 공세에 시달릴게 뻔하다. 쇠고기 재협상을 외쳤지만 국회 등원 결정을 함으로써 통합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드러낸 자유선진당이 이런 오해 받고 싶겠나?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쪽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 총리설도 박근혜 이름 팔아서 어떻게 해보려 했던 것 아니냐' 이런 반응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보수대연합론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던졌다. “보수연합은 보수와 진보가 한바탕 싸움을 벌일 때 필요한 해법”이라며 “지금은 대통령과 국민이 붙고 있는 국면이므로 보수대연합의 효용성이 적다”고 말했다. 정치공학적 해법은 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전망이 어두워만 가는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

그나저나 미국에 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뭔가 성과물을 낼 수 있을까.

지금 당정청은 손을 놓았다. 오로지 김종훈 본부장이 한 건해주길 바라고만 있다. 일단 우리시각으로 오늘 새벽 김종훈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대표가 비공식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쪽에서 우리에게 타협안을 낸 모양이다. 기존에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타협안인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미국의 수정제안은 아직까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이나 정부의 보증 등 우리측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돼 있다. 그러면서 "협상에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도다. 뭐 그냥 근본적으로 미국이 바뀐 게 없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계가 더욱 꼬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몇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일 월터 샤프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취임식에 참석하려고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왔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청와대를 예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국 답방 계획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왜 이렇게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낼까.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우리측이 마치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입 금지에 합의한 것처럼 말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원래 워딩은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쇠고기 교역에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역을 해도 너무 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한-미 관계를 잘해 보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악화하고 있다. 우선 국내 상황이 안정돼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이 상태에서 한-미 간에 뭘 하자고 할 수 있겠나”라며 한숨지었다고 한다.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정도로 천착했던 '한미 동맹'. 본전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천웹진 소리는 '조간 신문 브리핑'에 이어 '저녁 정치 전망대'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이 내용은 소리 필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KBS 2라디오 '정한용의 시사터치' 시간을 통해 방송하는 원고입니다. 방송은 6시 15분 이후부터 수도권FM 106.1MHz(그 외 지역 춘천 FM 98.7, 강릉 FM102.1, 속초 FM 106.7, 양양 FM 103.9, 청주 FM 90.9, 대전 FM 100.9, 대구 FM 102.3, 창원 FM 106.1, 광주 FM 95.5, 순천 FM 102.7, 전주 FM 92.9, 제주 FM 91.9, 한림 FM 92.7, 서귀포 FM 89.7)를 통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