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후에 즐겨 보는 것 중의 하나가 TV 드라마이다. 인기 있다는 드라마는 대부분 다 즐겨본다. 무슨 모임이 있어 보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보기를 통해서 다운 받아 보기도 한다. 연속극이라는 것이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더욱이나 드라마 작가들은 꼼수를 부려 가장 극적인 순간에 끝나게 만들기 때문에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작가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을 계속 자기 작품에 묶어 두기 위해 그런 낚시성 수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 저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막장 드라마가 너무 많다. 작가들의 수준이 너무 한심하다. 드라마 상에서 너무 자주 우연을 만든다. 조금 시청률이 높다 싶으면 엿가락 늘기듯 계속 지루하게 이야기를 끌고 있다. 오랫동안 찾던 사람이 옆에 있음에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해서 만나지 못하게 만든다. 어느 때는 일주일 동안 시청하지 않다가 보아도 여전히 그 사건에서 맴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악한 자들이 오랫동안 승승장구하고 선한 자들은 계속 ‘죽어라, 죽어라.’ 고생하게 만들므로 더 이상 볼 수 없어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드라마 막판 몇 회에 가서야 악역들이 징벌을 받고 선한 자들이 승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것으로 끝이 남으로 시청자들의 스트레스가 제대로 풀리지 못한다. 적어도 3분지 2를 지나서부터 악역들이 궁지에 빠지기 시작하고 선한 자들이 계속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현실 삶에 지친 자들도 용기와 희망을 가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는 ‘힘내요, 미스터 킴’같이 주인공이 무수한 고난을 헤치고 용기 있게 극복해 나가는 내용들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더욱 황당한 것은 한국 드라마가 기독교 문화를 흔들고 있다. 기독교의 내세관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샤마니즘적인 내세관으로 시청자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언제인가, 소리지에 쓴 글이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은 대부분 유교나 불교, 혹은 무속적인 내세관에 깊이 영향을 받았는지, 드라마 중에 흔히 나오는 내용들이 너무나 황당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는 죽은 분의 사진을 보면서 나름대로 기도하기를 “아무개 아버지, 왜 보고만 있습니까? 아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돌보아 주세요.”라고 한다.>

<제사 때나 성묘 시에 죽은 조상에게 각각 자기들을 돌보아 달라고 하거나 복을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보통이다. 특별히 누가 죽으면, 그가 교인이든지, 아니든지 상관하지 않고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쉬세요.’ 혹은 ‘하늘나라에서 만납시다.’고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것은 많은 죄를 짓다가 죽는 흉악범에게도 예외가 없다. 이러한 죽음관과 내세관은 유교와 불교, 무속(巫俗)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 집에서 기르던 애견(愛犬)이 죽어도 ‘하늘에서 만나자.’라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 드라마에는 곧 잘 나온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중에 ‘아랑 사또전’이라는 극이 있는데 죽은 귀신들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내용이다. 그 드라마에서는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아마 처음에는 스타 탈랜트 때문에 재미 삼아 시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영향은 대단해서 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그 내용들이 배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슬비에 옷이 젖듯이 매일같이 푹 빠지다 시피 보고 있는 드라마의 메시지들이 청취자들의 의식 속에 깊이 젖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도 그렇게 일주일동안 깊이 영향을 받다가 주일날 교회 가서 스타들에 비해 별로 인기가 없는 목회자들을 통해 30분 동안 설교를 듣는 것으로 변화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대중들은 매스컴이 스타들을 통해서 공공연히 보여주는 제사와 고사, 폭력과 사기, 음란과 이혼, 자살의 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이제 문화사역에도 적극 관여해야 한다. 기독교 매스컴을 더 강화하여 기독교적인 교훈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방영하도록 할 뿐 아니라, 기독교 드라마 작가를 많이 배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