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인터넷으로 배달되는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한 사내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농장에 찾아가 새로운 주인에게 추천장을 건넸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만 쓰여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 농장 주인은 일손 구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사내를 그 자리에서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나운 폭풍우가 마을에 몰아쳤습니다. 거센 비바람 소리에 깜짝 놀란 농장 주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는 사내를 불렀지만, 사내는 깊이 잠들어 있어서 주인은 급히 외양간으로 달려갔습니다. 놀랍게도 가축들은 넉넉한 여물 옆에서 안전하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는 밀밭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밀 짚단들은 단단히 묶인 채 방수 천에 덮여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곡물창고로 달려갔습니다. 문들에는 빗장이 걸려 있었고, 곡물들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주인은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이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무신경하거나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하여 철저히 대비해 두어서 어떤 경우에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폭풍우가 몰아쳐도 걱정 없이 편히 잠들 수 있을 만큼 어떤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제야 허둥지둥 쫓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 철저히 대비함으로 폭풍우가 와도 태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고 진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시 3:6)”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정말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군대가 나를 대적하여 진 칠지라도 마음이 두렵지 아니하며 전쟁이 일어나 나를 치려할지라도 내가 오히려 안연하리로다(시 27:3)”라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시 23:4) 바닷물이 치솟아 넘치고 산이 흔들리는 천재지변 앞에서도 두렵지 않고(시 46:3) 안연(晏然)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빛이요 구원이시고 하나님이 생명의 능력이시기 때문입니다(시 27:1). 하나님이 내 편이시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시 118:6)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굳세게 하시고 의로운 오른손으로 붙잡아 주시기 때문에(사 41:10) 누워서도 두렵지 않고 단잠을 잘 수 있습니다(잠 3:24). 갑작스러운 두려움이나 악인에게 닥치는 멸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잠 3:25). 그렇습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을 두려워하면 세상의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말 두려워해야 할 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려워 할 분을 두려워하면 다른 것은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림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입니다.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라는 것입니다. 초림하신 예수님은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오셨지만 재림하시는 예수님은 세상을 심판하시고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시기 위하여 오십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재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과 통곡의 날(마 24:30)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맞이하는 날입니다. 세상의 눈물을 닦아 주어 영원한 축복의 삶으로 인도하실 기쁨의 날입니다. 준비 없는 이들에게는 심판의 날이지만 철저히 준비된 우리에게는 그날이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준비를 철저히 한 수험생은 두려움으로 시험일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시험일을 기다립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역사의 종말인 재림의 날은 선고를 앞둔 죄수의 마음이 아니라 상 받을 날을 기다리는 승리자의 마음입니다. 불안하다는 말은 준비를 못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두려워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깨어 있으라”(마 24:42 ), “준비하고 있으라”(마 24:44)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습니다. 심는 것은 거두기 위함입니다. 몸과 마음으로 삶의 열매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소개할 때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라고 소개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은 재림의 나팔 소리를 들으면 춤을 출 사람입니다”라고 소개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기에 언젠가는 하나님께로 가야하고 우리를 영접하시기 위하여 오실 주님을 우리 또한 기쁨으로 영접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잔칫날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라나타’의 신앙으로 그날을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준비 되었는가?”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