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지도자들이 상석에 앉아 예언하기를 좋아하나 낮은 자리에서 화해자의 자세로 섬기는 것은 꺼려한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①동서 간의 지역갈등 ②빈부 간의 계층 갈등 ③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 ④남북 간의 갈등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런데다가 이번 18대 대선(大選)에서 세대 간에 심각한 갈등을 표출했다. 참으로 한국사회의 위기 국면에 이른 것이다.

선거 다음날 어느 모임에 참석했다가 기분이 언짢은 일을 당했다. 대부분 나이가 60대 이상 되신 분들인데,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는 말을 너나없이 한다. 속이 부글거려서 한 마디 했다. “기뻐할 일만 아니지요. 야당 후보를 지지했던 1400만이 젊음 층이 대부분 아닙니까? 우리 목회자들이 두 쪽 난 나라 때문에 아픔을 느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모두가 머쓱해서 “김 목사 말이 맞아. 우리가 이런 때 일수록 말조심해야지.”라고 한다.

선거 후, 아마 많은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50대 이상 되신 분들과 젊은 층 간에 이런 심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현상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다양한 평가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야권의 실패는 50대를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10년 사이에 20대-30대가 10% 감소하여 1,500만이 된 반면, 50대-60대이상이 10% 증가함으로 1,600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다가 이번에 50대가 90% 투표에 참가하여 보수측 후보를 찍음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50대가 보수측으로 돌아선 이유가 무엇인가? 문재인과 안철수가 공동정부를 선언하는 등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는 감동적인 모습보다는 지루한 줄다리기 하는 짜증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실망을 안고 돌아서게 되었다는 것이요, 이제 기득권층으로 진입하는 나이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희구하는 점이다.

민주화나 다양한 복지보다는 자기들이 유일한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값 하락을 더 걱정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진보측에서 공약으로 내세우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을 들으면서 그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서 재산을 빼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됨으로 재산보호를 약속하는 여권 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선거 결과야 어떻든 이번 대선을 통해서 50대-60대 이상의 중노년층을 중심한 보수측이 1577만 표(51.6%)를, 20대-40대의 젊은층을 중심한 진보측이 1470만표를 획득함으로 중노년층과 청년층이 절반으로 갈라지는  심각한 현상을 초래하게 된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나 미래의 한국인 젊은 세대들이 여당에 반대편에 설 뿐 아니라 심한 분노심을 품는 모습을 보임으로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한국교회가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이나 이념 간, 남북 간의 갈등의 화해자로 나서야 한다. 지금은 의인의 상석에 앉아 누가 옳으니 그르니 판단하고 예언하는 자가 필요하지 않고 화해자가 필요하다. 화해자가 되는 길은 사회 약자 편에 서서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저들의 상처에 십자가 사랑의 약을 발라줄 때만 가능하다. 십자가는 희생이다.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 화해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예언할 때는 예레미야처럼 십자가 눈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