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외신기자는 한국 대선에 관한 가장 큰 관심사로 ‘어떻게 독재자의 딸이 유력주자가 될 수 있는가’를 꼽았다. 장악된 언론의 농간 정도로만 보자면 많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뿌리는 일제 강점에 맞섰던 임시정부라고 헌법은 규정한다. 그런데 그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이승만 정부는 수립 초기부터 요직에 친일파를 전진 배치시켰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던 것이다. 이것이 일본군 장교 다카키마사오에서 한국의 정치군인으로 변신한 박정희가 감행한 쿠데타 또 유신 독재, 신군부 전두환이 획책한 5.18 광주학살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출현이라는 시대의 괴물을 낳았던 것은 아닐까.

한국 개신교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Fundamentalism이라 하는 근본주의, 이슬람에서 이 단어는 원리주의가 되는데 개신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원리주의는 상극이지만 폭력과 증오의 메커니즘에 관한한 상통한다는 점에서 극과 극이 통한다는 관용적 표현의 실증이다. 한국에 떨어진 이른바 ‘복음의 씨앗’이 이러했다. 미국 산업 팽창기 제국주의적 정서에 기초한 근본주의 신학 성향의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와 ‘정교 분리’라는 미명으로 국권 탈취 상황에 분노한 이들의 독립 염원 에너지를 개인의 회개 각성으로 소진시켰다. 이들은 이 문제로 일제와 밀약하기까지 했다. 을사늑약과 경술국치 딱 중간 시점의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 김진호의 말대로 “사회구조적 모순을 외면한 채 타계적 개인 신앙에 몰두한 신자 대중이 훗날 그 보상심리를 세속적 물량추구의 욕망으로 표출한다”는 지적은 그릇되지 않았다. 이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 개신교 교세가 폭발적으로 신장된 추이와 무관하지 않으니, 1961~1970년에 412.4%, 1971~1977년에 56.7%, 1978~1985년에 29.7%, 1986~1991년에 23.9%가 그렇고, 전 세계 50개 대형 교회 가운데 27개를 차지할 정도다.

‘정교분리’의 미명 아래, 정치 사회 현실에 눈 감은 종교, 그 결과물은, 신사참배, 제주 4.3 학살, 한국전쟁 중 황해도 신천 학살, 군사정권 두둔, 장로 대통령 만들기였다. 실상은 정교유착이었다는 것이다. 구습의 교회는 어느새 기득권세력이 되며, 사립학교라는 재산을 지킨다며 십자가에 바퀴를 달아 예수를 희롱한다. 책의 귀결은 이렇다. 시민 K는 이로써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떠난다는. 누가 복음을 훼방하고, 누가 마음 약한 자를 실족케 하는가.

/ 주간 '시사IN' 276호 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