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TV 교계시사프로그램 '크리스천나우'를 진행하는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주요 교회가 관행적으로 일삼는 '말씀 뽑기'를 질타해 눈길을 끓고 있다.

김 교수는 1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내와 아들이 말씀을 뽑아왔는데 막내가 '교회에서 좋은 말씀 받아서 기분 좋다'고 했다"며 이에 '하나님이 머리털 한 올까지 세신다고 하셨듯 목회자가 말씀을 주려면 한 사람의 아픔과 그 가족에게 딱 맞는 필요한 조언이나 축언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초신자들에게 이렇게 해서라도 말씀을 전하고 싶은 목회자들도 뜻도 있겠으나, 좀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말씀은 피눈물 나는 체험 속에서 한 말씀 체험했을 때, 핏물처럼 눈물처럼 얻어지는 것이 평생 잊지 못할 귀한 말씀일 것"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또, "성경 말씀이란 활자 자체에는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그 활자들이 현장을 만날 때 살아나지요"라는 방인성 목사의 말을 인용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발언 전문.  

매년 송구영신 예배 때 말씀뽑기를 하길래 우리 가족은 형님이 장로로 있는 교회 가서 조용히 예배 드려왔습니다. 어머니와 형님 가족과 예배 드리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제가 형님 교회에 가는 이유는 말씀뽑기를 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올해는 송전탑 1박 2일 예배에 다녀오는 바람에 아내와 아들이 말씀을 뽑아 온 모양입니다. 좋은 말씀이 뽑혔다며 막내가 "교회에서 좋은 말씀 받아서 기분 좋다"고 합니다. 가만 있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하나님은 머리털 한 올까지 세신다고 하셨지. 목회자가 말씀을 주려면 한 사람의 아픔과 그 가족에게 딱 맞는 필요한 조언이나 축언을 주어야 해. 그 말씀이 채찍이 될 수도 있지. 근데 이건 복을 권하는 말씀만 주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형태가 무당이 하거나 일본 신사에서 하는 뽑기 형식이야. 아빠는 염려돼요"

여기까지만 말했습니다. 아들이 못 알아듣겠죠.
일본에서 신년 0시에 절에 가면, 부적을 쥐어줍니다.
일본인들 집에 가면 그 종이를 문지방에 붙여 놓는 경우가 많지요.
신사에 가서 100원 내면 운세가 적힌 종이를 줍니다.
좋지 않은 내용이 나오면 나무에 묶고 나오면 그 나무를 신사에서 일하는 미코(巫女, 우리말로 무당)들이 태워 액운을 없앱니다.

초신자들에게 이렇게 해서라도 말씀을 전하고 싶은 목회자들도 뜻도 있겠으나, 좀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씀은 피눈물 나는 체험 속에서 한 말씀 체험했을 때, 핏물처럼 눈물처럼 얻어지는 것이 평생 잊지 못할 귀한 말씀일 겁니다. 기형도 시인은 <우리동네 목사님>이란 시에서 "성경에 밑줄 치지 말고 생활에 그어야 한다"고 말했지요.

"성경 말씀이란 활자 자체에는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그 활자들이 현장을 만날 때 살아나지요"라고 말씀해주신 방인성 목사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삶과 스파크를 일으키며 살아난 말씀이 진정 나에게 주어진 말씀일 겁니다.

목사님들께서 어떡하든 말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겠으나, 조금이라도 기복적 주술적 효과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면 이런 형식은 과감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신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예배는 삶이며, 예배는 주일의 형식이기도 합니다.
주일날 연습한 예배, 주기도문과 축도가 끝나면 진짜 예배를 드리죠.
그런데 이상한 예배를 드리면 삶의 예배까지 일주일 내내 고통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