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납세, 곧 입법화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교인 면세는 그 연원을 알기 힘들다. 일제가 개신교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세금을 면해줬다는 설은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직자가 세금을 내든 내지 않든 과세 당국에서 가타부타 얘기를 하지 않으니 관습법으로 굳어졌던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알아서 안 걷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권 때인 1968년 7월 2일 국세청장이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 부과하겠다고 언명한 일이 있었다. 한겨레21이 국사편찬위원회 현대사 연표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세금 부과 기록이 없어 언명에 그치고 말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면서 교회 안팎의 자정 및 윤리 고취를 위해 창립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신교 최초로 ‘목회자 납세’를 주창하고 나선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곧장 쟁점이 된다.    

지난 1992년 ‘월간목회’를 통한 한명수 대 손봉호의 지상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명수 당시 창훈대교회 담임목사가 1월호에서 ‘성직자 자진납세 절대 안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의 법인세법도 성직자의 공익성을 중시해, 기부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성직자의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금자가 원천과세를 이미 납부한 헌금에 또다시 세금을 내도록 한다면 이는 곧 이중과세가 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또한 "정신적 유익을 위한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는 성직자의 소득과 소비가 근로자의 소득이나 비성직자의 소비와 같을 수 없다"고 그 차별성을 강조한 뒤 한국교회가 그동안 교육, 의료 등의 사회사업부문에서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 등에서도 성직자 과세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손봉호 당시 서울대 교수는 2월호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명수 목사의 이같은 주장은 성직자와 법인을 구별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비영리법인인 교회가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당연하나 성직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어떤 원천에서 왔든, 또 어떤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왔든간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일정액의 소득이 자연인에게 돌아왔으면 과세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생활을 하고 자녀교육을 시키는 데 쓰이는 헌금은 기부차원을 넘어 엄연한 개인 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익을 위해 받은 소득이 면제의 대상이라면 공무원, 교육자, 미화원 등의 소득도 모두 면세돼야 옳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첨예한 의견 대립은 정치권의 ‘눈치보기’ 탓에 입법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그저 논의로 그쳤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에서 세금을 내기로 결의하고 박수 받는다. 이에 영향을 받은 몇몇 개신교회 목사들도 자발적으로 납세하지만, 교회연합기관에서는 공론화조차도 주저했다.

시간은 흘러 2006년이 됐다. 국세청은 당시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가능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다. 정부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현행법상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자발적으로 낸 종교인의 납세분을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10월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이 국세청장이 내년부터 열심히 과세하겠다고 선언해도 되는 상황"이라고도 언급했다. 과세 집행은 시점 택일만 남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행령 입법예고 카드를 꺼낸 것이다.    

▲ 종교법인이 받는 주요 세제혜택

시행령의 내용은 어떨까. 현행 소득세법은 제12조에서 ‘비과세 소득’을 열거해놓고 있는데, 공익신탁의 이익, 사업소득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농가부업소득, 대통령령이 정하는 복무 중인 병(兵)이 받는 급여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들의 소득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해놓은 게 없어 별도의 입법 없이도 과세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예 법문에 과세 근거를 넣겠다는 입장이다. 소득구분에 있어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 범주에 넣기로 한 것이다. 말하자면 명시적으로 “종교인도 세금 내야 한다”고 적겠다는 것이다.

종교인에게 과세하면 세수효과는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는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실리보다는 ‘(세금 내는 다른 종교인과의) 형평성’이 명분에 기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목회자 비과세는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일반 납세자의 불만이 컸다. 이 같은 비판 정서에는 세금 납부 자체 외에 개신교에 대한 두터운 불신도 도사린다. 달리 이야기해 이런 신뢰의 위기를 자발적 과세로 반전할 수 있었던 계기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강제 징수 형태로 목회자 세금 납부 논란이 종식되게 됐다. 사학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반대 등 시국 현안에는 보란 듯 결집하면서 정작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하늘만 보고 있는가 하는 비판은 이런 틈을 타고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씁쓸한 대목이다.

함께여는교회 방인성 목사는 2009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성직자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성직자 논리’ 때문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건 스스로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고 사회에 대한 지도 역할을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