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월 8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종교인 세금부과 방침을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국내 종교인 수는 15만2589명이다. 종교단체에 들어오는 헌금·기부금 등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굳이 평범한 납세자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성직자에 대한 세금 부과는 타당하다. 과세 기준이 확립되면 개신교계 역시 따를 것이라 기대한다.

세금 부과 자체가 ‘뜨거운 감자’인데다 상대가 종교계인 터라 그간 눈치만 봐 왔던 정부가 적극성을 띄는 데는 짐작할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4대강 등 실효성 없는 토건 예산에 22조를 허비한 데 따른 세수 부족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 65%가 성직자 세금 부과에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여론은 우호적이다. 이는 정부가 과세를 결행한 중요한 배경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1994년 천주교계가 선도적으로 결의한 것처럼 개신교계가 국민 요구에 앞서 납세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그간 목회자 면세를 정당화하며 앞세웠던 낡은 논리 중 하나는 목회와 노동이 무관하다는 인식이다. 한기총 배인관 사무총장은 "성직자를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종교인을 폄훼하는 것"이라 했다. 이런 논리라면 교회로부터 지급되는 사례금은 아무 노력 없이 취한 이득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즉각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목회자 활동 또한 노동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예수는 목수, 바울은 천막 제조자이었으며, 오늘날 교회 헌금자 대부분이 각 직종의 노동자 아닌가. 인식만 쟁점이 아니다. 도처에서 교회 비정규직 교역자 4대보험 미적용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체계 갖추기 역시 시급하다. 이번 종교인 과세 조치가 교회의 가르침과 펼치는 바가 권위를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