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 브리핑] 2013년 1월 9일(수) 

 ■ “60년 동안 그대로” 이상한 할머니 이야기

전주에 사는 이석례 할머니.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데도 냉골 속 이불과 옷을 겹겹이 입은 채 60년 전 모습의 집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 집터를 사려는 사람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도 할머니는 꿈쩍 않았다. 수도권으로 나간 자녀들이 모시려 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이유는 한 가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끌려갔다. 그 남편이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이 돌아와 알아볼 수 있도록 집의 형태를 그대로 두고 그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 할머니를 '망부석 할머니'로 부른다. [경향 2면]

■ 김지하 “난 요즘 돈이 좋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문인 김지하 씨가 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돈이 나빠? 난 요즘 돈이 좋아. 옛날에는 악의 징표라고 봤는데 살다보니 사람 사이에 소통수단이야. 공자도 돈하면 눈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돈은 소통수단이기도 하면서 통제수단이기도 하다. 김지하 씨는 1974년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고 7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최근 재심청구를 하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때도 재심을 신청한 이유로 보상금이 목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동아 4면]

어제 CBS라디오에 나와 "문재인에게는 김대중 노무현뿐이다.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안철수는 가만히 보니 깡통이다"라고 폄하했다. "김대중 씨는 북한에 돈 갖다 바쳐 폭탄이 돼 돌아왔고, 그대로 꽁무니 쫓아간 게 노무현 아닌가"라는 발언에 사회자가 '지원해서 통일과 더 가까워진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니 "이 방송이 빨갱이 방송인가"라며 CBS마저 맹공했다. [국민 6면]

■ 이문열 “박근혜 졌다면 보수 초토화됐을 것”

또 다른 문인 이문열 씨와의 인터뷰가 있다. "대선에서 박근혜가 졌다면 보수는 초토화됐을 것" "문인은 왜 진보여야 하나"라고 했다. "문화 쪽에서 보수색 드러내면 즉시 불이익"이라고 하더니 "국민은 보수 진보 50 대 50인데 문화 쪽에서는 진보가 98%"라고도 했다. 98%라는 언급 부분은 100명 중 98명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나머지 2명은 김지하 이문열인가 보다. 낡은 편 가르기, 몇이나 동의할까. [국민 8면]

■ 방송통신위원회, 다시 방송과 통신부처 나눈다

참여정부 시절 양분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져 단일기구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임기와 함께 출범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통신 전담부처가 새로 생기고 방송분야는 별도 위원회로 재편된다고 한다. 이 같은 구상은 문재인 후보 쪽 공약이기도 했다. [동아 1면]

■ 동아의 ‘박근혜 탕평 인사’ 애써 띄우기

인수위원 상당수가 아버지 대로부터 2대째 이어진 인연이라는 보도가 내심 걸렸던 모양이다. 오늘 동아는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윤병세 전 노무현 정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두고 주변에서 "노무현 정부 인사인데 같이 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주변 질문에 박근혜 당선인이 "정책에 이념이 있나요.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말하자면 탕평인사를 했다는 인상을 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윤병세 씨는 2010년 박근혜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원으로 일찌감치 박근혜 진영에 합류해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은 인물이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다가 발탁된 게 아니다. [동아 2면]

■ 22조 다 쓰고 나니 감사원 “4대강 문제 많아”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감사했더니,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모양이다. 16개 보 대부분에서 보의 하단 일부가 빠른 물살에 침식되는 세굴 현상과 보 본체의 균열 현상도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수질 부분은 심각하다. 애초 목표치에 크게 밑도는 공업용수 수준이 됐다는 것인데, 이 물을 공업용수로 쓰려고 해도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그걸 이제 알았나.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관계자에게 "수질을 개선하려면 강물을 지속적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고 야단쳤다는 것이다. 22조 다 쓰고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감사원은 직무유기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조선 1, 8면]

■ 다시 읽는 칼럼…김진 “4대강 수질 깨끗하니 목욕하라”

4대강 문제를 정치 공세쯤으로 치부한 언론인의 세치 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2011년 1월 8일자 칼럼에 나오는 대목이다. "인도 힌두교 신자들은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면 영혼이 깨끗해진다고 믿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4대 강에서 목욕을 해보면 어떨까. 4대 강은 갠지스 강보다 깨끗하니 수질은 안심해도 된다. 민주당은 씻어야 한다. 광우병·천안함·대운하라는 3대 미망이 사라질 때까지…." 김진은 4대강에서 목욕할 수 있는가.

■ 마지막 각하의 꼼수 ‘철도 민영화’

국토해양부가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관제권을 환수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넘기는 내용의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도 민영화의 사전 정지작업이 분명해 보인다. 관제권은 열차 운행 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으로, 현재 운행 중인 열차뿐만 아니라 미래의 열차 운행 계획과 이에 따른 선로 배분, 비상시의 응급조처 등 철도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핵심 기능이다. 현재 철도공사가 철도 운용과 관제를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데, 시설공단으로 관제권이 넘어가면 민간 철도업체가 들어올 때 손쉽게 철도 운행 시간, 노선 등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한겨레 사설]

■ 한기총 한교연 “목회자 과세 안 돼” vs KNCC "마땅히 세금 내야"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개신교계 입장이 국민에 실렸다. 한기총 사무총장은 "성직자를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종교인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수익사업을 한다면 세금을 내야겠지만 교회 사업은 비영리이므로 한기총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한다"고 했고, 한기총과 결별해 갈라져 나온 새 교회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은 "교인들은 세금이 원천 징수된 소득에서 교회헌금을 내기 때문에 헌금에서 지급되는 목회자 사례비에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1992년 고 한명수 목사 주장과 동일하다. 국민의 눈높이와 많이 달라 보인다. [국민 종교1면]

한편 진보적 교회연합기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목회자가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세계 6면]

■ 자살했는데 ‘사망 보험금 지급하라’ 판결…이유는?

육군 준장과 알고 지내던 아내가 불륜을 벌이다 현장에서 남편에게 발각됐다. 수치심 때문에 한강에서 투신자살했다. 유족이 된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가 "자살이기에 안 된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이 놀랍다. 심신상실 즉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상태이기에 고의로 자신을 해쳤다 볼 수 없다며 남편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동아 12면]

■ “외모로 배우자 고른다” 남자 13.5% 여자 5.3%

10대 청소년 중 남자는 하루에 7시간 5분 공부하고 컴퓨터게임을 55분 한다. 반면 여자는 하루에 7시간 21분 공부하고 컴퓨터게임은 20분에 그친다. 20대가 되면 남녀의 ‘열공 모드’는 역전된다. 남자가 1시간 5분, 여자는 48분 공부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17분 더 공부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등 여가활동도 여전히 더 한다. 통계청은 출생부터 사망까지 남녀 차이를 보여주는 ‘같은 듯 다른 듯 男과 女’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다르다. 미혼 남성은 성격(25.7%)과 경제력(15.6%)을 중시한다. 신체조건(13.5%) 말하자면 외모도 중요하게 본다. 미혼 여성도 경제력(35.0%)과 성격(18.7%)을 중요하게 따지지만 1, 2위 순위가 다르다. 신체조건(5.3%)을 신뢰와 사랑(9.2%)보다 뒤에 놓는 것도 남자와 다른 점이다. 관련 사이트 http://kosis.kr/news/news_01Detail.jsp?p_id=137 [서울 17면]

■ 사학, 견제 안 해도 되나요

사학에 대한 견제는 불필요한가. 중고교 이사장이 조카며느리를 교사로 부당하게 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시험문제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미뤄볼 때 출제를 담당한 학교 측 관계자가 이 조카며느리에게 미리 귀띔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가 했다는 것.

조선대 이야기도 있다. 설립자였으나 학내 민주화과정에서 쫓겨난 박철웅 전 총장 아들이 재단운영권을 노리고 청와대 쪽에 수천만 원의 금품로비를 하다 걸린 것. 게다가 이보다 앞서 학교 운영권 장악도 못했는데 장악하면 학내 장례식장 등 운영권을 주겠다며 8억5000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박철웅 전 총장은 부정입학, 교수 해임, 교수 및 학생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 공금 횡령 등에서부터 급기야 자신의 처남을 용공 조작해 간첩으로 모는 데 이르기까지 악명이 높았던 인물로 평가된다.

관련해 한홍구 저 '대한민국사'에는 박철웅 전 총장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1986년 전국의 대학가가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들끓고 있을 때였다. 박철웅은 조선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방지하려고 매일 아침 7시에 전체 교수 및 교직원을 운동장으로 출근시켜 출석을 부르고 노교수, 여교수 할 것 없이 운동장을 두 바퀴씩 구보하게 한 다음 총장님께 올리는 충성서약을 하게하고 30여 분간 훈시를 했다. 일제강점기 도쿄도 학무국 관리였다는 박철웅의 훈화 한 구절. “시국이 혼란스러울수록 나서는 놈만 손해야. 일제 때 독립 운동한다고 나대던 놈들 보라고. 이 박 총장처럼 잘된 놈 있어?” 운동장 한편에는 지각한 교수들이 벌 받듯 서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부 교수의 한마디. “총장님, 한 바퀴 더 돕시다!"" [세계 11면]

■ 반올림-삼성 대화하나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 단체 반올림이 최근 삼성 쪽에 피해자 대책 문제를 협상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제안했다. 삼성도 이에 호응하는 답변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까. [한겨레 1면]

■ 불 났는데 뱀은 무사

뱀의 해, 새해 벽두인 어제 낮, 서울 면목동 5층짜리 건물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희귀동물 분양센터인데 뱀, 도마뱀, 거북이 등 27종 200여 마리의 파충류가 있었다.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잿더미로 변했지만, 뱀 10마리, 도마뱀 7마리, 거북이 3마리는 불길과 유독가스 속에서도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단다. 이중에는 길이 2.5m짜리 보아뱀도 있었다고. 파충류의 지극한 생존본능, 그 배경을 두고 박천식 건국대 교수는 "파충류는 이산화탄소로도 호흡이 가능하다"며 고온만 피하면 살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불은 왜 났을까. 한파 속에 따뜻한 서식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깔아둔 전기장판에서 누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다친 파충류를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 9면]

■ 오늘 태어난 아기 살기 좋을 나라, 우리나라는 몇 위?

오늘 태어난 아기가 20년 뒤에 살기 좋은 나라 1위는 스위스였다. 영국 경제정보평가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전 세계 80개 나라를 상대로 조사한 건데, 기준은 2030년 경제전망, 건강수준, 정치적 자유, 성평등, 직업안정성, 강력범죄 발생률 등 11개 항목이다. 2위는 호주, 3위는 노르웨이, 4위는 스웨덴, 16위가 미국 독일이고, 우리는 19위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 25위, 중국이 49위다. [조선 18면]

■ 종이책 안 죽었다

종이책은 사라지고 2015년쯤 되면 전자책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맞을까. 틀린 것 같다. 전자책의 판매가 둔화됐다. 전자책 읽는 비율이 늘어나긴 했다. 16%에서 23%로. 그러나 책일 정기적으로 읽는 독자의 89%는 1년 동안 최소 1권의 종이책을, 30%만 전자책을 읽었다고 했다. 전자책 매출의 2/3는 스릴러, 로맨스 같은 장르소설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아무리 전자책이 효용성이 있어도 종이책의 냄새와 감촉 그리고 가치를 이길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향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