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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굳히고 시기와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과세가 이뤄지면 목사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목사 전도사 등 교역자의 노동자성 여부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인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직자를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종교인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단선적 시각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성직자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이 태도로 보듯 한국 개신교계 주류에서는 목회직의 근로자성 규정에 매우 회의적이다.

전근오 노무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목사 전도사 승려 신부 등의 성직자는 순수 종교인으로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종교단체(교회 사찰 성당 등)와 근로계약을 통해 출퇴근 등을 제약받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면서 임금을 지급받는 자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근무형태가 사실상 통상적인 사업장 근로자와 같은 형태로 근로계약에 기초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형태로 보수를 받는 자로 확인된다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건이 하나 있었다. 분립되기 전 높은뜻숭의교회가 2008년 목회자 세금납부에 따른 목회자의 권리 차원에서 국민연금, 직장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소위 4대 보험 가입을 추진했다. 교회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고용보험료는 교회와 교역자가 각각 정해진 비율에 따라 분납하고 산재보험료는 교회가 전액 부담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국에 의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거부된 것이다. 그 이유는 목회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은 보건복지부가, 거부당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고용노동부가 관리주체여서 부처 간 통일되지 않은 기준에 따른 혼선이다. 그러나 당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직자는 쉽게 말해 먹고 살려고 일하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은가?”라며 성직자의 가입 여부 기준에 대해 부정적임을 밝혔다고 한다. 같은 부처 다른 관계자도 “고용보험의 경우 기준을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입하려는 위에 상관으로부터 해고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요컨대 최호윤 제일회계법인 회계사가 “담임교역자는 제외되는 것이 맞지만 부교역자의 경우 가입 대상이 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듯 성직자라도 부교역자는 노동자성이 확연하다는 평가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와 관련해 “일반 기업체의 임원들의 경우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에 가입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도 2004년 서울 광성교회에서 기독노조가 설립될 당시 "교회 종사자의 경우, 비록 종교단체에 근무하고 있으나, 그 근무관계의 성격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노조법상 소정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린바 있다. 상부가 있고, 그 하부에서 월급 받는 사람은 근로자라 볼 수 있다는 유권 감정이다.

법원도 그 해 11월 해고를 당한 광성교회 부목사가 교회 측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독노조측은 이를 두고 사회법으로 목사가 노동자라는 점을 공인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교회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성직자의 노동자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건은 이랬다. 한 교회전도사가 목사 지시로 업무 수행을 하던 와중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전도사 부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 행정부는 “이 전도사는 부임과정에서 교회 담임목사 및 청빙위원회의 승인의결을 거친데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본연의 종교 활동 외에도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차량 운전 및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한 점, 또 전도사가 교회에서 받은 급여는 가족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현재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과세 및 4대 보험적용 여부 등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 원천징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성직자에 대한 소득 과세가 이뤄지게 될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확증되는 셈이 된다. 결국 사역자, 영적 봉사자라는 미명은 있으나 법적 제도적 틀에서 부교역자 및 교회 전임 사역자는 노동자로서의 권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교계 정서는 불편함 어색함으로 요약된다. 광성교회 기독노조 논란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불교의 스님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사회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기업에는 기업의 논리가 있고 교회에는 신앙의 논리가 있는 만큼 목사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준서 당시 연세대 신학과 교수도 "목사가 노동자라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는 노동자성에 대한 이질감을 노출하기에 앞서 혹시 사명감과 신앙심이라는 미명 아래 명실상부한 임금 근로 상태의 부교역자의 노동권을 제약하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기실 한국교회의 대사회 발언권이 위축되는 이유는,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라는 합리적 기준 나아가 사회적 합의조차 ‘세속 논리’라며 배척하고 폄하하는데서 비롯된다.

모름지기 교회라면 법보다 인간을 지향하며 약자 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솔선해 권익을 옹호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자발적 납세 결의 기회마저 놓친 개신교, 부교역자의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대국적 인식 변화만은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경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