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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직할시에서 본 북한 |
| [내가 본 우리의 반쪽 ④] 많이 찾아 개성 땅을 밟아 준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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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남단 도시 개성. 남북경제협력의 성과로 빗장이 풀리면서 남쪽 주민들에 의한 땅 밟기가 한창이다. 금강산으로 향하던 발길이 이곳으로 모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개성은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남한 땅으로 38선 남쪽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직할시로 냉전시대엔 대남 선전의 중심지였다. 필자는 부계와 모계가 경기도 토박이어서 북한엔 전혀 연고가 없다. 전쟁 때에도 희생되거나 납북된 친인척이 없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애써 연고를 찾는다고 하면 개성이 유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숙이 약 5년간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여 어머니가 개성에서 감리교 계통의 호수돈 여학교를 다녔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정포은과 선죽교에 대하여 여러 차례 들어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개성 방문 길이 조금은 설레었다. 개성은 옛 고려의 도읍으로 개경, 또는 송도로 불렸던 곳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고작 한 시간 남짓한 거리 이다. 날씨가 청명하면 청계산이나 관악산에서 송악산이 보인다.
오두 산 전망대에선 시내도 볼 수 있는 지근거리이다. 그럼에도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없어 우리에겐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땅이 되었다. 개성으로의 진입은 금강산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군사분계선만 넘으면 바로 개성권이다. 다만 금강산은 제한구역이어서 사진촬영도 비교적 자유스럽고 북한의 민가와 주민들과 접할 기회가 없지만 개성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통제가 심하고 사진촬영 역시 자유스럽지 못하다.
관광 코스는 대체로 박연폭포, 관음사, 포은사당, 선죽교, 옛 고려의 유적지, 박물관 등이 고작인 개성시내를 거쳐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민가나 시설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 수 있다. 북한의 한 단면과 실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개성에 들어갈 때엔 휴대폰은 물론 필름 카메라는 아주 소형이라고 해도 반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는 망원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떠날 때 일일이 검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관광지에서의 촬영은 제한받지 않고 북한 가이드가 셔터까지 눌러 주기도 한다. 금강산에선 남쪽에서 온 현대 관계자들이 안내를 한 데 반해 개성엔 잘 교육받은 북측 가이드가 안내를 한다. 그들의 안내는 달변에 유머가 있었고 역사적인 지식이 풍부했다. 때로는 농담까지 쏟아내는 것이다. 가슴에 달린 배지를 떼어 낸다면 남쪽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북한 유일의 직할시인 개성은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명색이 직할시임에도 반듯한 건물이나 상가가 없었다. 도로 역시 비포장이 많았다. 주택은 낡은 기와집이 대부분이다. 시가지에 접한 마을은 재개발 추진을 서두른다고 했다. 개성의 남문 부근의 대형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당 주변이 퍽 재미있었다. 식당은 제법 잘 지어진 3층 건물이고 인접도로는 넓고 포장도 잘 되어 있었다.
북편 조금 높은 지대엔 김일성주석의 동상이 웅장하게 서 있어 남쪽을 바라보고 있고 서편은 개성의 남문이었다. 동편과 남편은 주거지로 낡은 기와집이 총총히 서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향해 사진을 찍으려 하니 감시하는 군인이 제재를 하는 것이었다. 눈치껏 찍으면 찍을 수도 있겠으나 자제를 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제재하는 군인에게 김일성 동상을 가리키며 촬영해도 되는가 물었다. 그는 환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서쪽 남대문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그들도 자신들의 치부를 담아간다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포은의 생가 터에 세워진 사당이나 포은이 피살된 선죽교에서의 가이드의 설명은 퍽 인상적이었다. 조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한 뉘앙스까지 풍겼다. 태조 이성계나 태종 이방원에 대한 호칭 역시 ‘이성계’ ‘이방원’ 이었다. 왕이라기 보단 쿠데타의 원조로 몰아갔다. 현실 정치와의 연계는 애써 절제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포은 정몽주에 대해서는 충신으로 떠받들었고 두문동의 비애로 이어질 땐 한마디로 열강(熱講)이었다. 그는 고려의 정통성을 조선의 수도 한양서 온 우리에게 강연하는 것이었다. 선죽교는 개성의 중심에 있는 작은 돌다리였다. 그럼에도 북한의 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시간 이상 중심부에서 있으면서도 바람 쐬려 나온 북한 주민은 한 사람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판자촌엘 가면 사람 사는 서민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보다 조금은 훌륭해 보이는 기와집 집성촌에서도 사람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개성은 오래 전 추억 속의 도시와도 같다. 그렇지만 잘 가꾸지도 못하고 나무 한 제대로 심어놓지 않아 고풍스럽지도 못하다. 언제 이곳이 사람 냄새가 풍기는 도시로 다시 태어날지…. 우리 남한의 믿는 이들이 많이 찾아 개성 땅을 밟아 준다면 자유의 바람, 복음의 바람이 이곳에서 북으로 불어 갈 것이다.
/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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