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각 교단이 봄 노회를 마친 후 시작되고 있는 교단장 선거 운동이 벌써부터 극도로 혼탁해지고 있는 사실을 보면서 ‘지금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저리도 바른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는 시대임에도 한국교회는 아직도 구태정치가 저리도 판을 치는가?’라는 개탄과 아울러 앞으로 사회로부터 받을 엄청난 지탄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부산에서 발행되고 있는 「한국기독신문」에는 아주 충격적인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한국교회 중에 가장 앞서간다는 교단의 어느 목사는 9월에 개최되는 93회 총회에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는데, 그 교회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교단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66명을 강사로 초청해 과도한 강사료를 지급했다는 기사였다.

한 마디로 거의 매주 강사를 초청했고, 강사 사례비도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이상의 돈이 지급되어 일반적인 강사사례금보다 엄청난 액수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어쩌다가 한 사람의 얄팍한 수단에 휘말려 교단의 유력 인사들이 신문에 실명이 대거로 거론되고 비판 받는 지경을 만났는가?’라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초청 받고 간 분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오히려 당사들의 입장에서는, 그 후보의 치밀한 선거전략 각본에 의해서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꼴이 되었음을 알고 대단히 불쾌한 감정을 금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너무나 치밀할 정도의 계획으로 총회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하고 거금의 사례금을 지급한 사실은 분명 사전 선거운동임을 변명할 길이 없다. 그 기간 동안 초청한 강사들을 보면, 증경총회장 9명을 포함하여 서울 강북 10명, 서울 강남 8명, 중부 10명, 서부 14명, 동부 9명이다.

이름을 보면 그 교단과 각 지역에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들이다. 아무리 자기가 성장시킨 교회일지라도 재정을 그처럼 함부로 남용할 수 있는가? 그러나 교단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지금까지 한국교회 내 모든 교단마다 교단장을 선출하는 선거에는 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매주 순차적으로 총회 유력 인사들을 초청하는 것이나, 비공개로 총대들을 접대하거나 봉투를 돌리는 금권선거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총회 상석(上席)을 차지하겠다는 지나친 사욕이다. 그 동안도 총회 때마다 수억 혹은 수 십 억의 돈이 오가는 금권선거로 말미암아 의식 있는 크리스천들이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을 느꼈을 뿐 아니라, 일반 사회로부터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음에도 개선은커녕 갈수록 더 타락해 가는 한국교회의 선거 풍토에 분노감과 아울러 심한 두려움에 싸이지 않을 수 없다. 결코 아니 된다.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부끄러운 작태를 계속 뿐 아니라, 교계 지도자들이 그것을 당연시 여겨 방치한다면, 교계에서는 물론 사회로부터 심한 질책의 대상이 되는 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요즈음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초가를 만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대로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들어난 흠투성이의 도덕성과 지도력의 부재 탓이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말하면, 도덕성의 흠결이 신뢰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결국 지도자의 권위와 능력까지 불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지도자의 도덕성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하물며 목회자야 말로 도덕성은 생명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교인들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정성껏 바친 헌금을,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사욕에 집착하여 함부로 남용한 부당행위에 대해서, 촛불과 피켓을 들은 젊은 크리스천들이 교회의 당회장실이나 총회장실을 집단으로 몰려와서 그 동안의 비리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항변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교회를 크게 성장시켰다는 공로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과거 부총회장 후보로 활동했던 분들이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공로가 있음에도 결국 사임 압력을 받고 물러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교단장으로 되었을지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도덕적인 흠결 때문에 교단 직원들로부터 조차 비웃음을 받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 일반 사회는 조그마한 부정이나 비리가 있어도 결코 용납하려 들지 않을 정도로 지도자들에게 투명한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는 갈수록 비판의 칼을 높이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만은 그런 비판이 피해가는 성역(聖域)인 줄 착각하고 있다. 아니다. 사회로부터 비판의식을 익힌 교회민중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교회 지도자들을 향해 비판의 소리를 높이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경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도덕성의 옷을 바로 챙겨 입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총대들의 바른 의식이 절대로 필요하다.

아무리 후보자들이 ‘돈 안 쓰는 선거’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을지라도 선거 브로커들이 한몫 챙기려고 이 후보 저 후보를 찾아다니며 온갖 감언이설과 더불어 갖은 술수를 부리고 총대들이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 막판에 ‘선거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밀려 검은 방법을 동원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총대들이 바른 의식으로 선거에 임하기만 하면 선거개혁은 물론, 도덕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을 교단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교단 총대들이여, 우리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모든 교회와 한국사회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한국교회가 사회 앞에 바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번 교단 선거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거운동 과정에서나 총회 선거에서나 바른 한 표를 행사함으로 총회 개혁의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정선거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힘써 주기를 간곡하게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