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에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해 합의한 공동선언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대표회장은 "승리"라고 자평하는가 하면,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는 합의를 주도한 김삼환 WCC한국준비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월 17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에서 배태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는 'WCC 공동선언문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교회협 실행위원, 교회협 총무위원회 위원직 등 자신이 맡은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뒤 회의장에서 나갔다. 이와 함께 김삼환 상임위원장이 WCC한국준비위원회를 측근 인사로 구성하는 등 에큐메니컬 정신을 해친 점을 언급하고는, 한기총과의 공동선언문 발표도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했다고 질타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배태진 총무는 "김삼환 위원장이 WCC 신학이나 고백도 모르면서 김영주 총무에게 서명을 압박했고, 김 총무는 대책 없이 서명했다"며 "(선언문에 서명할 당시) 압박이 있었겠지만, 교회협 총무가 교회협의 정체성과 신학에 위배되는 선언문에 서명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과 관련해 "선언문을 폐기 처분하고 세계 교회와 한기총에 편지를 써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면 김삼환 목사와 김영주 총무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교회협 실행위원회의에서 한국정교회 조성암 대주교는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로 규정하며 당장 파기해야 한다고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위원들도 WCC 회원 가운데 1/3이 정교회라며, 공동선언문 4항 '개종 전도주의 금지 반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WCC의 '개종 전도 금지'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한 형제들끼리 서로 비방하거나 힘으로 눌러 개종을 강요해 종교간 갈등을 일으키지 말자는 의미로, 1990년대초 한국교회가 러시아에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정교회에는 구원이 없으니 개신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했고 이는 국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뻔 한 사건 등을 계기로 지난해 WCC와 가톨릭, 그리고 WEA가 모여 합의한 것으로, 이를 반대한다는 선언문은 세계교회와의 연합을 흔드는 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선언문 사태의 주인공인 김영주 총무는 실행위원들 앞에서 공식 사과하며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결국 교회협은 김근상 회장에게 사후 대책 및 수습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한편 기독교사회연대회의·생명평화마당·예수살기·기감농촌선교목회자회·기장농민선교목회자연합회·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등 30개 에큐메니컬 단체는 1월 17일 성명을 내고, 공동선언이 '형식적' 합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