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아름다운 하늘나라보리가 전합니다.

오고 가고, 맞이하고 보내는 사람이 가득한 공항광장을 뒤로하고 체크인을 했습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 번호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다카로 향하는 게이트에 다다르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잠시 딴 세상에서 넋 놓고 시간을 보냈던 신데렐라처럼 이제야 벵국에 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이국의 정취를 느끼고자 안간 힘을 썼건만 이미 이 곳은 벵국입니다. 사방 가득한 벵골 특유의 향과 귓가를 넘나드는 방글라 억양들, 겹겹이 멋도 없이 껴입은 사람들….시골학교 동창회라도 온 듯 온통 왁작 지껄입니다. 비행기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한 새치기 기술로(없는 줄 만들기, 슬쩍 꼬리물기, 입구에 버티다 틈새 비집기)이미 벵국에 왔음을 에누리 없이 각인 시켜줍니다. 참 예쁠 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좋아할 만한 구석을 찾아 내기 쉽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건방을 떨고 있는 내게 주께서 넌지시 말씀하십니다. “난 네가 사랑 받을 만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고, 예쁨 받을 만한 짓을 해서 예뻐한 것이 아니라고……

한 달간의 쌈박 한 한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의료상품패키지였습니다. 모두 건강검진도 받고 다운이와 나라는 치과 치료로 아름이는 요로결석 쇄석술도 했습니다. 커다란 돌 하나를 떡메로 쳐내긴 했지만 콩팥에 남겨놓은 돌무더기들은 기도로 쳐낼 숙제입니다. 입가에 주름이 생길 만큼 긴 시간 입 벌리고 받았던 치과 치료가 오래 버티기를 바랄 뿐입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강추위를 토해내며 이 나라는 저희를 반기지 않았지만 주위 분들의 따듯한 배려와 사랑으로 따듯한 기억이 더 많습니다.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찾아 뵙지 못한 것이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제 다시 벵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낡고 작고 건물들이 촘촘히 창 밖 가득한 다카로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어떤 해가 될지, 어떻게 해야 ㅈ님이 뜻하셨던 것을 이루는 2013년이 될지 막막하지만 또한 기대가 되는 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작한 두 병원과 세 곳의 빈민가 또 ㅅㄱ공부가 있지만 무엇보다 새 생명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커졌습니다. 이것을 이루어 가는 저희 아름다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운이는 최근에 생모가 아니란 것을 상기시켜 주는 몇 차례 좋지 않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어려워 지는 것을 지나 일시에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사단의 전략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고 ㅎㄴ님 앞에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길 소원합니다.

하늘이(15)는 한국에 갈 때 기다란 음식리스트를 가지고 갔습니다. 일주간의 짧은 방학이었지만 다 이루고 오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태국에 돌아온 뒤 운동시간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CT스캐닝까지 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머리가 돌보다 단단했는지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가슴을 쓸어 내리는 사건이었지만 이를 통해 부모님이 아닌 ㅎㄴ님을 신뢰하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주 안에서 형제자매 됨의 어떠함을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라(12)는 한국식단에 적합한 체질입니다. 방글라 음식으로 겨우 잠잠했던 식욕이 한국음식을 보자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벵국에 돌아와 다시 옷에 몸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엔 한국에서 온 거의 40명의 언니 오빠들이 저희 학교에서 2일간의 깜짝 수업을 해주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을 마지막으로 꿈 같은 시간이 지났지만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벵갈리 친구들에게 알리는 으쓱으쓱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리(9)의 기대했던 한국여행은 강추위 덕에 소원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질질 흐르는 콧물과 뒤끝 작렬하는 기침으로 놀이동산이나 눈썰매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다녀온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 곳 벵국도 40년 만의 추위로 몸살을 앓았다고 하지만 어느새 낮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듯이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도 희망의 싹이 돗는 ㄱㄽ도의 계절이 오길 기대합니다.

2013년을 새해 인사를 드리며…… 아름다운 하늘나라보리


아름다운
(감사) 1. 한국에 방문하여 알차게 치료 잘 받고 돌아오게 됨을 감사. 모두를 만나 뵙진 못했지만 수 많은 귀한 만남을 인하여 감사.
2. ㅈ님께서 택하신 자들과 주신 기회들을 놓이지 않고 ㅈ님을 만나 변화되는 사람들을 목도하도록..
3. 사람을 변화시키고 땅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직 성령의 능력임을 기억하며 당신의 마음을 부어주셔서 이 땅을 사랑하고 아뢰는 가족이 되기를.
4. 이사온 이후 가족들 모두에게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힘든 시간이 지속되는데 이 영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나가도록. .
5. 다운이가 마음을 잘 지켜 엄마로서의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도록.
6. 아직 ㅇㅅ를 믿지 않으시는 다운이 아버님과 다운이 남동생의 마음을 녹여주셔서 오랜 바램이 속히 이루어지길 소원합니다


하늘나라보리 (14/11/8)
1. 하늘이를 사고에서 지켜주심을 감사. 후유증 없이 지금처럼 태국에서의 삶을 잘 즐기도록
(감사)2. 하늘이가 사고를 통해 ㅎㄴ님께서 친히 부모가 되어 주심과 힘들고 어려운 때를 통해 ㅈ님과 더욱 친밀해 지는 기회를 삼게 됨을 감사
3. 나라와 보리가 이제 2번째 학기를 맡는 현지인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또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