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사순절은 2월 13일 성회 수요일부터 시작된다. 금년 사순절 기간 동안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는 갱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조용기 목사 아들의 비리와 투옥, 전병욱 목사의 성적 스캔들,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반대여론을 무릎 쓰고 벌이는 교회세습들, 조폭과 가스총이 등장했던 합동측 총회사태 등, 연일 터지는 한국교회들의 비리가 뉴스의 주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이라는 한기총(韓基總)이 불법금권선거로 인해 양분되는 추태와 아울러 장로 대통령이 5년 동안 남긴 엄청난 실정(失政)과 비리로 한국교회 신뢰는 땅에 떨어지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 1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신교인들을 포함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조사할 결과 17.6%만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가톨릭교회 41.4%, 불교 33.5%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낮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밖에 버리어 사람들에게 밟힌다는 말씀대로 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를 펴낸 민중신학자 김진호 목사는 한국 교회를 대수술을 받아야 할 중환자라고 진단한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가 중병을 앓게 된 것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과 대형 교회로 대표되는 성장지상주의, 극우반공, 친미성향 때문이라고 꼽았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 개신교는 지금 사사 시대와 같다. 사사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도움으로 구원을 받으면 다시 우상을 섬기고 하나님을 배신했다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되는 역사를 반복한다. 한국교회는 지금 돈, 권력, 명예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있어야만 하나님께서 복을 준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한국 개신교가 회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시궁창 밑까지 떨어져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깊이 병든 이유를 성경적으로 진단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신앙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 안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려 하지 않고 부활이 주는 승리와 영광, 능력과 기적만 누리려고 하는 데 있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 교단이나 기관들이 한국사회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기본적인 신앙을 등한히 하고 높은 상석, 실리가 있는 곳에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탐욕을 나타내기 때문인 것이다.

다시 사순절이 오고 있다. 새로운 갱신의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사순절의 삶의 기본이 경건이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겉으로만 경건한 바리새인의 모습을 닮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생명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깊이 들여다보면 탐욕의 악취가 진동한다. 그 탐욕을 제거하지 않으면 악취는 계속 발산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억취를 제거하고 경건의 능력을 회복하는가?

생명이신 예수님을 중심에 모셔야 한다. 예수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자아 중심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 그 때부터 생명이 자아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침으로 진정한 경건의 능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경건의 연습이 필요하다. 맡겨진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섬김의 삶, 나눔의 삶을 살도록 날마다 힘써야 한다. 지금의 한국교회의 위기는 경건의 능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순절은 우리 목회자들에게 주시는 거룩한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