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가라사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어서 동서남북에 편만할찌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창 28:13~14)

_{경의선이 연장되는 날}

한국의 지도를 펴보면 북한과 남한의 구별이 없다. 전국 14개도가 아무 구분의 흔적도 없이 그대로 펼치어 있다. 우리들의 조상들이 골짜기마다 가난과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만 웅크려 뜨리고 살아왔던 태백산맥이 북으로 부터 남으로 그 위용을 들어내며 의연히 서 있고, 역사의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진강은 북으로 부터 흘러 서울의 한강 하류와 합류하여 유유히 서해로 흐르고 있으며 서울에서 금촌, 문산을 거치어 거기 정몽주의 선죽교가 기억되는 개성에 닿았다.

다시 사리원，황주, 그리고 거기 평양이 있고, 북으로 다시 달리면 거목(巨木) 이승훈의 숨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정주가 있고，선천을 지나면 이제 종착역 신의주가 그냥 거기 지도위에 아무 특별표시 없이 그리어 있었다. 그 지도는 오늘도 서울역에서 차표만 사면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하루 해 지기 전 닿을 것 같고，압록강을 관광하기 위해 어느 때라도 떠날 수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지도는 가짜였다. 오늘의 현실은 거기 휴전선에 무수한 원혼들의 가시인양 철조망들이 가로 막고 서 있다. 그 철조망들은 사나운 야수의 흰 이빨처럼 적의(敵意)를 들어낸 채 살기(殺氣)를 뿜어내고 있다. 조국 광복을 위해 왜경의 눈을 피해 변장을 하고 시트에서 잠자는 척 하며 여행하던 그 철로가, 대학 교모와 망토를 걸치고 분노를 은익한 채 열차 차창을 통해 조국의 산야(山野)를 내다보며 오가던 그 철로가 휴전선의 무성한 숲속에서 좌절처럼 녹이 쓴 채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민족 시인 박두진은 탁식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우리의 오늘은 무엇이냐?
그 고구려，북만(北滿), 송화와
저 요동 하르빈과 장춘과 대연은 그만두고
아，압록강，두만강, 평양, 함흥,
발 막혔고나.
무엇이냐? 휴전선은...
무엇이냐? 오늘 우리는
하늘도 땅도 잘린 피어린 세월
솟구쳐도 바위 눌리는 시공(時空)이고나.”

지금은 빼앗긴 땅，가인의 후예들의 행패가 자행되는 곳이 되어 있다. �1972년 8월 29일，남북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북한에 다녀온 경향신문의 이형래 기자는 그가 본 북한의 단면 을 다음과 표현했다. 우리 기독교인에 아픔을 주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평양의 거리도 그랬듯이 연도변의 마을엔 교회가 없었다. 물론 절도 없었다. 아담하게 단장한 집이 있다면 거의가 김일성 사상 연구실이었다. 1926년 9월 2일 대동강 양각도에서 일어났던 ‘제너럴 셔어먼’호의 사건이 바로 평양에서였고, 당시 영국의 선교의 피가 뿌려진 이 옛 성도(聖都)가 없어져 버리고 오직 ‘당의유일사상’만이 종교가 되어버린 북한이고 보면 놀랄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우리 신도들은，우리 민족들은 어느 날인가 분명히 이 모든 장애물들이 철폐될 것이고, 차표만 사면 우리의 온 땅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기에 그 지도가 현실과 다른 비록 가짜 일지라도 바꾸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이 민족의 역사는 시대마다 국경(國境)을 쌓는 내분이 있었지만 슬기로운 민족은 그때마다 견디며 기다려 왔고，다시 뭉치고는 해 왔기 때문이다.

민족이여! 조금만 더 기다려라. 그날은 반드시 도래하고야 만다. 하늘은 그날을 주시고야 마실 것이다. 어이하여 붓끝이 이리도 떨리고 있는가? 아 그날이 오면，그날이 오면, 비록 사흘을 굶은 몸으로라도, 다 쇠한 노구(老軀)를 끌고라도 어찌 저 잃었던 땅，이제 은혜의 땅이 된 곳으로 찾아가지 않으리.

우리는 밤마다 이날의 꿈으로 가득해 진다.
우리는 경의선 열차를 타고 있었다.
북으로 줄기차게 뻗어간，
단 하나의 조국의 철로 위로
북행열차(北行列車)를 타고 있었다.
월남 했던，이제 노인이 되고만 이들과
새로 광야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어깨에 어깨를 마주잡고 노래를 부르는데，
아, 임진강 철교를 건너는 소리여,
북으로 북으로 고향을 향해 달리면서 합창하고 있었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오네.’
기어이 엉켜 꺼이꺼이 울고 말았네.
모두는 눈물을 흘리며 술에 취한 듯 주먹을 흔들면서
애국가와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고향이 가까울 수록，그 터 내 어머니가 찢기어
살해된 그 터 위에 흙을 매만지며
‘어머니 제가 돌아 왔습니다.’라고 외칠
그 시간이 가까울수록
모두는 술에 만취된 병사(兵士)처럼
더욱더 주먹을 흔들면서
애국가와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그 날，홀연히 하나님에 의해 남북통일의 날이 열리는 날，월남했던，이제 슬픔의 응고처럼 쭈그러진 노인이 되고만 이들이나 새로 광야에서 태어난 가나안 땅에 그리도 들어가고 싶어 하던 청장년들이나 모두는 너나없이 경의선 열차를 탈 것이다. 아니면 청량리역에서 경원선 열차를 타고 의정부，철원，평강，원산을 걸쳐 함흥행 열차를 탈 것이다. 교회마다 단체로 1900년 초에 그리도 위대했던 성지(聖地)를 찾아 열차에 오를 것이다.

그 순간들을 상상해 보라. 승객 모두는 어찌 애국가를 부르지 않으랴. 신자들은 어찌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합창하지 않을 수있으랴. 빼앗겼던 땅，낯 설었던 역의 이정표(里程表)에서 황주，중화，평양，박천 등의 역명이 커다랗게 가슴에 와서 부딪힐 때마다, 저 헐벗은 산야로 부터 비명처럼 밀려오는 바람이 차창을 통해 우리를 휩싸일 때마다，어찌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랴.

밤새 달리던 열차가
그리도 잊지 못하던 역과 역에 정차할 때마다
눈물과 환희로 얼룩진 일군(一群)의 무리들이
허겁지겁 내리고，
기적도 울고 있는가.
빼앗기었던 강토위에서
다시 달리는 열차 속에서 보는 창밖은
새벽의 여명으로 밝아지고
숲속의 새들은 환희의 날갯짓을 시작하는데，
벗들이여, 어찌 마중 나오지 않는가?

우리는 고향의 역에 내리자마자,
땅에 입 맞추었다.
나를 낳고 자라게 했던
고향의 땅에 입 맞추었다.

아버지가 학살당하고 아들을 기다리다 지친
어머니마저 병들어 죽은 고향 땅을 안고
뒹굴며 통곡하고 말리라.
“어머니”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