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크리스찬연합신문 사설)

한국교회는 지금 너무나 안일에 빠져 있다. 물론 목표도 잃은 것 같다. 단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사람 많이 모아서 예배당 크게 짓는 게 유일한 목표라면 목표인 것 같다. 거친 들[世上]에 나가 전도해서 사람 모으기 보다는 교회 다니고 있는 신자들을 내 교회로 끌어 오는 것이 손쉽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그 방법에 몰두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미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다시피 우리나라의 개신교 인구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 때 대한민국 전 인구의 25%에 육박했다고 알려졌으나 근자에 이르러 8백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공식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교회가 자체적으로 계수한 것에는 통계상 허수가 많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를 이곳저곳 자주 옮겨 다니는 신자가 많다는 얘기다. 주지해야 할 것은 교회를 옮기는 신자들의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결론은 ‘교회의 적(敵)은 교회’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전도 특공대’들이 나가서 전도한다는 것이 고작 이웃 교회 신자들에게 접근해서 우리 교회가 크고, 우리 교회 목사님이 박사 학위가 몇 개이고 등의 온갖 감언이설로 교회를 옮기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목사가 무슨 박사학위를 몇 개씩 취득해야 할 분명한 명분도 없거니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내세워 이웃 교회의 신자들 앞에 내세워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한국교회가 과거에 가졌던 야인정신(野人精神)을 상실했다는 증좌(證左)이다. 거친 들에 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무리들을 향해 거침없이 하나님을 나타내 보여야 할 교회가 언제부턴가 물질로, 혹은 담임목사의 학위를 가지고, 혹은 값싼 인정에 호소하는 등 기존 성도들을 수평이동 시키는 것으로 한국교회는 점차 병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근자에 서울의 어느 대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세상에까지 크게 회자된 바 있다. 이를 한국교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왜 그토록 박사학위가 중요하느냐 하는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교회 모두가 떠안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회는 한 마디 사과의 성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얼굴에 상처를 입힌 이 얘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차제에 우리가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은 한국교회가 야인정신을 잃고 너무나 안일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시급해 보이는 것은 하루빨리 거친 들판에 나가 주의 첩경(捷徑)을 예비하던 세례요한과 같은 야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냥 길러지지 않을 것이다. 앞선 자들이 본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야인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