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포럼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강력한 권징과 선거법 정비 필요성 제기

[0호] 2013년 08월 31일 (토) 01:14:04 이규혁 leegyuhyuk@newsnjoy.or.kr

9월이면 대부분의 교단이 총회를 개최하고, 교단을 대표할 임원들을 선출한다. 임원들은 한국교회 교인들이 선출한 교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총회 임원 선거에서 매년 금권 선거 의혹이 불거진다. 지난 7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강문호 목사는 "돈도 없이 왜 감독 선거에 나왔느냐"며 한 교회의 장로로부터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결국 강 목사는 돈 없이는 당선이 힘들다며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교계에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오래전부터 상식처럼 일어나고 있다.

▲ 8월 30일 기윤실 주최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심요섭 장로, 조성돈 교수, 정성진 목사, 황광민 목사. ⓒ뉴스앤조이 이규혁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이 8월 30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포럼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를 열고, 관행처럼 돼 버린 총회 금권 선거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부정한 임원 선거는 성직 매매와 같아"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인 조성돈 교수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지도자는 순교 순위를 의미하는 희생의 자리였다며, 오늘날의 총회 임원직은 명예와 권력의 상징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정한 총회 선거가 결국 교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장인 황광민 목사는 지금의 총회 선거는 물질 만능주의 사고가 낳은 성직 매매와 같다고 비판했다. 황 목사는 많은 목회자가 감독이나 총회장이 성스러운 직책임을 망각하고 있다며, 성직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공명선거지킴이운영본부장이었던 정성진 목사는 "교인들의 거룩한 헌금으로 돈 봉투를 돌린다"며 총회 금권 선거가 하나님과 교인들의 돈을 훔치는 심각한 범죄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금권 선거가 교회와 목회자를 타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원이 되기 위해 5년에서 10년씩 준비를 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며, "선거운동을 하느라 목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영적 타락에 빠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포럼 발제자들은 총회 금권 선거 방지를 위해 무기명 투표제, 선거법 정비, 강력한 권징 등을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퇴출 등 강력한 처벌 필요…애매한 선거법도 고쳐야

97회 총회 파행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서는 총회 대의원이자 변호사인 심요섭 장로(정읍성광교회)가 포럼에 참석했다. 심 장로는 총회의 금권 선거 방지를 위해 총회 대의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총회 대의원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우리 교단은 윗물이 흐리다"며 총회의 원로들이 막후 세력이 돼 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요섭 장로는 권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재판국·감사부·총회세계선교회·은급재단 등이 교권과 돈의 유혹에 심하게 휘둘린다며, "한 번이라도 부정행위를 한 사람은 교회 정치에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성진 목사는 무후보 무기명 투표제를 제안했다. 무후보 무기명 투표제는 총회 대의원들이 모여 후보 없이 과반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하는 방식이다. 정 목사는 이러한 선거 방식의 도입으로 투명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으며, 목회자들 역시 선거운동을 위해 목회를 도외시하는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 전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파행의 원인 중 하나가 허술한 선거법이었다고 지적한 황광민 목사는 선거법 강화를 주장했다. 선거법에서 조금이라도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후보가 아전인수로 해석해 선거 파행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선거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목사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일반 교인들과 총회 대의원들이 다 같이 참석하는 사경회와 총회의 병행을 제안했다. 일반 교인이 함께 말씀을 듣고 총회를 지켜보는 자리에서는 목회자들이 금권 선거나 총회 파행 같은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한편, 기윤실은 예장통합·합동·고신·기장 등의 교단 부총회장 후보들에게 공명선거 서약을 받았다. 각 교단 총회가 열리면 현장을 찾아가 깨끗한 총회를 위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