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뉴스미션)

너무 깨끗했다!
너무 고요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 질서정연했다!
너무 공기가 맑았다!

내가 31년 전 독일 땅에 발을 딛고 느낀 점이다. 독일의 봄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1982년 4월 말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나는 유학생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학교 기숙사가 나오기까지 우선 개인집에 머물기로 했다. 100년도 넘은 전형적 독일식 주택으로 꽃과 과목으로 이루어진 잔디정원이 딸린 예쁜 집이었다. 잠깐 여독을 풀고 나는 정신을 차려 주택가를 바라보았다. 거리는 질서정연 깨끗했고, 모든 주택들이 경쟁하듯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잘 가꿔져 있었으며, 당시 80년대 초 서울 거리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상쾌한 공기와 함께 거리는 평화와 여유가 넘쳐났다. 여기저기 띄엄띄엄 집 앞에 정갈한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어쩌다 지나치는 차는 창문을 열어 만나는 이웃에게 인사하며 담화를 나눴으며, 시장을 가고 오는 자전거 탄 아낙네들의 모습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독일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이른 새 아침을 맞이했을 때 귓가에 들려오는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여기가 과연 어딘가를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이층 방 창문으로 보이는 동네는 말 그대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한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줄 알았는데, 독일은 분명 평화와 고요가 동반된 전혀 다른 나라였다. 그런대로 예상은 했지만, 나에게 독일은 전혀 딴 나라였고, 이는 거대한 문화충격이었다. 깨끗한 도로에 밥알이 떨어져 주어먹어도 아무 탈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독일에 매료되었으며, 독일에 압도되고 말았다.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정치, 경제, 환경이 최악이었다. 한강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였으며, 정치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삼류였으며, 경제는 잠을 줄여가며 힘든 헐떡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고, 먼지공화국으로 시민들을 무척이나 괴롭혔다.

어떻게 독일은 이렇게 깨끗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독일은 이렇게 우리나라와는 다른가? 어떻게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새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이 사람들은 고요 속에서 도를 닦는 수도사처럼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토록 잘 갖춰져 있으며 정돈되어 있는가? 내가 그렸던 파라다이스가 바로 여기가 아닌가! 그러면서 신학생인 나는 문득 하나의 물음을 던져야 했다. 아! 여기에 독일교회의 쇠퇴의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이들이야말로 그 변화산 위에 제자들이 짓고 싶어 했던 초막 셋을 이미 지어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국교회는 그토록 목이 닳게 외치던 경제부흥과 함께 교회부흥을 외치며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예수 믿고 구원 받았으면, 이제 남은 것은 이생의 축복을 받고 잘 살아야 되는 것이었다. 가난과 질병은 하나님의 저주로 인식하였다. 크리스천은 사업에 성공해야 하며, 부동산에 축복을 받아야 하고, 만사형통해야 하고, 들어와도 나가도 복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뭔가 예수를 잘 못 믿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구원이란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이제 한국교회 성도에게 요구되는 것은 말 그대로 만사형통, 물질 번영이었다.

그런데 벌써 오래 전 독일교회는 이미 이것을 이루고 있었다. 독일신학자들은 전후 ‘라인 강의 기적’과 독일교회의 쇠퇴를 연관 지었다. 물질의 풍요가 교회를 잊게 하였다는 말이다. 오늘, 나는 그 사이 경제번영을 이룬 한국, 그 한국 교회를 직시한다. 왜 한국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왜 한국교회는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계속해서 번영과 풍요를 외쳐야 하는 것일까? 한국교회, 한국의 신학교가 서 있는 그 길이 옳은가? 아니면 이제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주도홍 교수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