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사설)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다. 끝은 보이는데 아직도 터널이다. 97회 총회가 파행으로 끝난 이후 대립과 혼돈의 1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간 성도들을 실망시키고 거룩해야 할 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것도 모자라 한국사회에까지 부끄러운 파문을 던지고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총회를 앞두고 화해와 대통합을 외치지만 현재로서는 기대감이 낮아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책임있는 화합이어야 한다

기독신문은 일찍부터 대화합을 강조해 왔다. 화합은 무조건적인 화합도 있고 조건적인 화합도 있다. 그런데 화합의 수위는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공동체의 정서와 여론이 중요하다. 그래야 뒤탈이 적기 때문이다.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용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처도 치유되고 화합도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지난 6일과 9일 총회 임원회는 연속으로 화합을 전제로 모든 것을 풀고 갈 것을 결의하면서 화합추진위원을 냈다고 한다. 임원들의 막판 노력이 눈물겹다. 그런데 아쉬운 건 조금 일찍 그러한 소신을 발휘했다면 더 좋았으련만 현 상황에서 임원회의 노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그것은 현재의 여론이나 정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임원회가 생각하는 요지는 화합위원을 통해 합의를 하고 실행위원회를 열어 모든 것을 풀자는 의도라고 한다. 그런데 병 주고 약 주듯 지금까지 혼돈의 한 축을 만들었던 실행위원회가 이번에는 또 선심 쓰듯 풀겠다는 의도에 대해 얼마나 공감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근본적 대책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위원들이 어떤 합리적 방안을 총회에 제시할지 모르지만 형평에 어긋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디 하나님의 공의와 교단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대안을 세워주기 바란다.

미래에 희망되는 총회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교단의 미래다. 지난해 100년 역사를 마무리하고 100년을 시작하는 지금 미래의 비전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암울했던 식민시대와 보릿고개를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가난을 극복하고 의식을 깨우면서 보수와 진리의 전통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선조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가. 아니면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철면피가 된 것은 아닌가. 지난 1년 안타깝게도 살아있는 의식과 정의를 향한 의지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교단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이다. 이제는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고 한국의 최대 교단에 걸맞도록 국가와 민족, 그리고 사회에 희망과 활력이 되어야 한다. 고발과 징계로 얼룩지고 반목과 질시로 찢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세워야 한다. 성장이 멈춘 교회에 활력을 불어 넣고 무너져 가는 목회현장을 일신하며 위상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금년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총회본부 고질적인 문제 바로잡아야 한다

금년 총회 가장 큰 쟁점은 총무 문제로 집약되고 있다. 총무는 교단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자로 재정과 인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 권력에 완력이 더하면 소위 왕총회장이 된다. 그간 총회본부는 독단적이고 획일적인 행정이 지배해 왔다. 규정을 무시한 인사, 심지어 특정기관 직원과는 말도 하지 말라는 사적인 제한까지…. 그래도 누구하나 이의제기도 못하는 획일적 구조였다. 거기에 아부하는 자들의 구차한 정치적 편승이 오늘날 불행한 총회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하나님의 사역에는 관심이 적고 정치적 환상을 쫓는 자들의 헛피리가 난무하니 총회가 제대로 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효율적 구조와 정상적인 소통을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덮을 건 덮더라도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짚을 건 분명히 짚어야 한다.

실효적 예방책 절실하다

또한 총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실효적인 예방책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회 결의나 내부 약속은 뒤집히기 일쑤였다. 그런 점을 감안해 이번 총회는 독단을 막고 또한 문제가 있는 자는 누구든지 언제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외 문제들도 관심 가져야 한다

한기총 문제도 가닥을 잡아야 한다. 분란과 독단으로 식물기관이 되어버린 한기총은 우리 교단의 책임이 크다. 사회도 혼란하고 남북의 상황도 오리무중인데다, WCC 세계대회라는 거대한 다원주의자들의 행사가 코앞에 있는데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외 목회자 조세문제, 종교편향, 안락사, 동성애 등 대정부 및 사회문제, 남북문제, 헌법수정 등 안팎의 문제들도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총회에 대한 관심 높여야 한다

정치는 진실을 근거로 해야 힘을 얻는다. 흔히 정치판을 이합집산의 힘의 논리라고 하지만 결국 승리는 진실에 있다. 진실을 감추고 상대를 위협하며 야합하는 정치는 순간은 이길지 모르지만 결국은 참패한다. 불행히도 우리 교단은 그러한 관행들이 통용돼 왔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총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목회 역시 본인들의 교회 사역이 중요하지 노회나 총회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그런 방치가 곧 불행한 총회를 만들었다. 적극적인 관심, 그게 없으면 모든 게 허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