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가정은 이사준비로 분주하다. 10월 26일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언제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이사한다는 것은 너무나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은근히 흥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셔야 하기 때문에 6년 동안 살았던 50평의 넓은 아파트에서 34평의 아파트로 이사함에도 말이다.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두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큰 아파트가 너무 썰렁하다는 느낌과 부담스러운 관리에서 벗어난다는 기분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으로 처음 이사 간다는 점이 흥분의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그렇다. 결혼한 지 42년 만에 우리 집으로 처음 이사를 가는 것이다. 그동안은 교회 사택에서 살았고, 은퇴한 다음 사는 지금의 아파트도 전세이다. 교회 사택도 무려 8번이나 옮겨 다녔다.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교회 사택은 두 칸의 집이었다. 1975년 35세 나이로 홍익교회에 부임하여 살았던 사택은 24평의 집이었으나 두 방만 사택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세 방은 교육관으로 사용했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두 방의 사택마저도 모두 교육관으로 내어주고 본당 뒤 아주 낡은 집으로 이사했는데 유난히 빈대가 많았던 기억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1982년 교회당을 신축하면서 사택을 교회 밖으로 옮기게 된 후 1995년까지 13년 동안 네 번을 이사했다. 그러는 동안 초등학교 다니던 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주 이사함으로 아이들에게 불안정한 삶을 만들어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가난한 동네를 전전하면서 아이들의 심성 속에는 서민들 삶의 애환이 배어들므로 지금에 와서 사회적 약자들을 품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995년 교회당 아래 128평의 대지를 구입하면서 여러 채의 집중에 하나를 수리하여 사택으로 꾸미고 이사하고 12년 동안 살았다. 그리고 2007년 말 은퇴하고 덕소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 우리 가정의 이사 이력이다. 이제는 교회 사택과 전세를 마감하고 드디어 2002년에 구입했던 우리 집인 두산위브 아파트로 이사하니 감회가 새롭다. 사실, 전세를 살면 무엇 하나 제대로 고칠 수 없다. 심지어 집사람은 못을 박고 사진을 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내 집으로 이사 간 후에는 어느 한 귀퉁이를 대대적으로 손질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전세가 끝나가는 때에 ‘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사를 가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있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는 강변으로 산책 나가려고 해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사 가는 아파트는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매일 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 부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매일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쉬지 않는 일이다.  그 일에 가장 적절한 곳으로 하나님이 보내 주시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또한 도곡역이 가까워서 승용차 없이도 쉽게 서울을 갈 수 있다. 두 사람이 경로권까지 소지하게 되었으니 춘천이든, 온양이든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큰 아파트에서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려니 버릴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려운 때에 구입한 것들은 살림도구이든 책이든 버릴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부부끼리 버리자거니 안 된다거니 말다툼이 생긴다. 결국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하나 둘 포기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노년에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할 때 노욕(老欲)으로 굳어진 추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