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과연 내게 일어난다!

부목사 시절, 토요일 12시 가까워서 갑자기 콜(call)이 왔다. 담임 목사님이 결혼식 주례를 가셔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되고, 오시지도 않는다고. 세상에! 그래서 부랴부랴 가운을 들고 결혼식장으로 달려가 주례 대타를 뛴 경험. 그 때 들은 생각, 아니 주례를 맡고 그걸 잊다니….

거기까진 가지 않았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몇 주간 동안 내가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내 마음 속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었는지 평정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랬는가, 지난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우들이 나가며 인사를 하는데 박재식 권사님이 내게 다가오시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목사님, 결혼시키지 말라는 뜻인가요…….’ 하신다.

그 순간, 뭔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다. 아, 이 집 잔치, 토요일에 있는데? 주보에 빠진 것이다! 토요일 오후 1시, 청기와 예식장 홀에서 박 권사님 댁 둘째 아들 종덕이의 결혼식이 있는데 내가 주례임에도 그걸 주보에 광고 내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때마침 그날 오후 찬양 예배도 교회에서 모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내 마음 속은 참담함과 미안함과 …. 우왕좌왕…. 너무 너무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서운하다”느니, “시험 들었다”느니, “그럴 수 있느냐”느니…. 이런 호된 감정 표현을 예상하며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권사님, 어떡하지? 내가 큰 실수를 했네요.”

그러자 박 권사님이 그러신다. “그것 때문에 전화하셨어요? 괜찮아요. 제 기도가 부족했나 봐요.” 마치 천사의 음성을 듣는 것 같다.

‘괜찮아요, 제 기도가 부족했나 봐요.’

어릴 적에, 청년 시절에, 모 교회에서 어떤 일을 당한 어른들이, 특별히 권사님, 집사님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많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렇게 말하는 권사, 집사가 별로 없다. 모두들 자기 권리 주장, 자기 자존심만 강하게 주장한다. 정말이지 모처럼 귀한 말을 듣게 되었다. 내 허물을, 자신의 기도 부족으로 감싸주는 사랑이 지친 내 영혼을 따뜻하게 해 준다.

감사한 분.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