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나뭇잎이 다양한 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너무나 신기롭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흥분되는 것 같습니다. 단풍은 왜 아름다울까요? 식물은 광합성을 합니다. 봄에 싹을 틔우고 햇빛을 받아서 영양분을 만듭니다. 이때 나뭇잎이 광합성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인 엽록소로 인해서 초록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기온과 습도가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이런 활동을 멈추고 겨울준비를 합니다. 추위를 막고 수분증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광합성 작용을 중단하고 엽록소와 단백질은 분해가 되어 뿌리나 줄기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나뭇잎에는 당분이 쌓이고 산도가 높아지면서 푸르게 보이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그동안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안토시아닌, 크산토필이나 카로티노이드같은 색소가 밖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노랗고 빨간 물이 들기 시작합니다. 즉 단풍은 나무의 생존본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풍을 가만히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첫째, 단풍은 사명을 완수했구나하는 생각입니다. 봄에 싹이 나서 무더운 여름을 거치면서 부지런히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양분을 생산했습니다. 그 양분으로 뿌리가 자라고,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나무 전체의 성장발육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나무를 위해서 자신이 맡은 사명을 충실히 감당했다는 증거가 바로 단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사실입니다. 새싹이 돋아나서 신록이 되고, 신록이 되어 열심히 수고하고 애쓰며 사명을 완수한 끝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 옷을 입게 됩니다. 마치 이 땅에서 사명을 다한 뒤에 금면류관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 충성스러운 종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셋째, 단풍은 진정한 헌신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면 추위와 함께 수분증발을 막아야하고, 영양분도 아껴야 합니다. 이때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라는 것이 형성되어 수분 공급을 받지 못한 잎이 말라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떨어진 단풍은 그 아래 흙 속으로 산화해서 자양분이 된 다음 그 나무에 신선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사명을 다한 뒤에는 그 공덕과 영광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서 나무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심지어 자신의 죽은 육신마저 아낌없이 나눠주는 모습, 진정한 헌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은퇴하면서 낙하산을 타거나 재물과 권력에 연연해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넷째, 단풍은 부활의 소망을 보여줍니다. 끝인 것 같지만 끝이 아닙니다. 죽음 끝에는 새로운 생명이 있습니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우리의 육체적 죽음 뒤에는 분명히 부활이 있고 영생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진리를 자연 속에 기록해두셨습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이 영적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셨습니다.

마지막 남은 단풍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결연하게 하고 올곧은 걸음을 걷게 하기를 축복합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