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교회 결산, ①선교계
김민정(atcenjin@newsmission.com) l 등록일:2013-12-22 12:13:16 l 수정일:2013-12-23 17:01:44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면서 장기화된 침체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선교계는 꾸준한 성장세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양과 질의 균형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올 한 해 선교계를 결산해 봤다.

▲올 한 해 해외 선교 현황은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교사 증가 추이가 빠르게 둔화될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뉴스미션

해외 선교지 성장…하지만 빠른 둔화에 대비해야

계속되는 연합기관의 분열과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 이단들의 횡포 속에서 국내 선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선교 현황은 그나마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수적으로는 하향 추세를 걷고 있지만, 선교지는 오히려 성장하는 추세”라며 “지난해 약 1,500명의 선교사가 늘었고 올해도 약 1천여 명 이상의 선교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내 취업에서 한계를 느낀 신학생들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많아졌고, 한국 기업들이 선교지에 진출하면서 한인교회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날로 극심해지는 이슬람의 기독교 테러와 함께, 올 한 해 최대 이슈였던 동성애 논란 속 반(反)기독교 정서의 확산 등을 감안하면 다행스런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러나 앞서 본 해외 선교지의 성장 추세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교사 파송의 증가 폭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증가 추이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선교사 증가 추이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선교단체 대표들을 인터뷰해 봐도 2007년 이후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정체 현상이 빨리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수직상승기는 지났다. 질적 성숙을 꾀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곳곳의 지각변동, ‘선택과 집중’이 관건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면서 질적인 성숙과의 균형이 깨지고, 이것이 곳곳에서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면서 선교계는 시급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문상철 원장은 “양적인 성장에 몰입해 규모를 경쟁하다 보니 선교사 선발 과정이 엄밀하지 못했고, 자연히 멤버를 키우기가 어렵게 되고, 책무도 약해지게 됐다. 이에 대한 교회들의 실망이 이어지면서 후원도 줄고 피로감도 누적되고…. 부정적인 연쇄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며 “선교사 선발에서부터 은퇴 대책까지 전반적인 엄격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각 분야 선교전문가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방콕포럼은 한국교회 선교 동원이 현지의 필요에 우선한 전략적 동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교사와 파송교회 및 선교단체, 선교동원가 등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충분한 선교 훈련 △동원을 과정으로 이해하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순간부터 함께해주는 멘토링 시스템 △잠재력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것.

더불어 사역과 배치에 있어서 선교사의 기능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KWMA에 따르면, 올 한 해 평신도 시니어ㆍ실버 세대들의 선교 헌신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목사 안수를 받은 선교사에 의한 전통적인 선교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김기석 교수(한동대)는 “목회자 선교사와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가 서로의 은사를 활용해 집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사역을 개발할 뿐 아니라, 상호 파트너십을 갖고 팀을 통해 일할 수 있는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평신도들이 어떤 조직이나 재정 후원, 파송교회 없이 자유롭게 선교하는 ‘풀뿌리선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선교사 비자를 취득하기가 어려운 선교지의 분위기에서, 선교지에서 선교적 책무가 뒤따르지 않는 해외 디아스포라와 국내에서 외국인근로자와 유학생,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평신도 선교사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손창남 선교사(OMF)는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의 잠재적 역량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국내의 경우 외국인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들의 선교적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유학생 선교는 청년 대학생들의 선교 동원이 예전 같지 않은 최근 상황에서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주목 받으면서 국내에서의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중국선교협의회가 주최한 중국인유학생 컨퍼런스에 이어, 이달 초에는 한국세계유학생선교협의회가 주관한 유학생선교포럼 등과 함께 국내 10만 유학생을 위한 선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교회를 떠난 청년들이 늘고, 대학캠퍼스를 노리는 이단사이비의 포교가 공격화되면서 유학생을 포함한 국내 캠퍼스 선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회와 단체들의 체계적인 연합 사역이 절실해지고 있다.

▲청년 대학생 선교 동원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체계적인 연합사역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뉴스미션

유의미한 논의들 풍성…내년에도 이어질까

이밖에도 올 한 해 선교계에서는 한국교회 선교 방향을 가늠해 보고,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토론의 장들이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 방콕포럼이 1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선교 동원 전반의 문제점을 다룬 것을 시작으로, 6월에는 미전도종족 선교 20주년을 기념한 포럼이 KWMA와 미전도종족선교연대 공동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외에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회장 양유식)는 지난 10월 13차 의료선교대회를 열고, 의료선교의 지역별ㆍ분야별 전략을 집중 모색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한국위기관리재단(대표회장 장기호)이 아프간 피랍사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재조명한 종합보고서를 책으로 출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오는 2014년에는 한국교회 기독교 선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어서 한국교회 선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박위근 목사),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유만석 목사),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 목사) 등은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 기념대회 조직위원회를 최근 구성했다. 이들은 △근대사조명 심포지엄 △임진각 평화기도회 △한국기독교 미래를 여는 이슈 백서 발행 △기념예배 △선교사 조명 학술대회 등 다섯 가지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WMA는 2014 세계선교대회를 추진 중이다. 대회는 △권역별 선교전략회의(RCOWE) △복음주의선교신학회, 복음주의신학회, 개혁주의선교신학회가 ‘한국신학과 한국선교학 정립’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는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한국교회 연합 선교 페스티벌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동원을 위한 한민족 디아스포라 세계선교대회 등으로 진행된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권역별로 전략위원회를 구성해 필요한 전략을 현지에서 마련하는 한편 한국교회 자신학 및 자선교학을 정립해 미래 선교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