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신문 사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묵은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새해가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사회는 철도 민영화 논란으로 가장 뜨거운 연말을 보냈으며 이 열기는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회를 안전지대로 알고 피신했던 예전의 모습은 간데없고, 철도 파업 지도부가 불교 종단의 본부인 조계사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는데 교회는 크게 충격을 받은 해이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 단골 농성지로 알려졌던 명동성당이 시설 보존을 위한 명분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국민들로부터 교회가 외면당해온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교회가 단지 안전한 농성장소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교회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회는 더 이상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전을 보장해주는 피난처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와함께 대선 불복 운동과 시국 기도회가 봇물처럼 쏟아졌던 연말을 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이슈들이 우리 삶속에서 충돌하고 있지만 이제 교회는 중재능력을 상실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교회가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킨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재정비리에 대한 의혹과 스캔들은 법정 공방을 넘어서 물리적 충돌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목사의 논문표절 시비는 그동안 제자훈련으로 상징되던 옥한흠목사의 명성에도 먹칠하게 만드는 파장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 예배당을 건축하고 입당한 후에는 양측의 갈등이 폭행시비로까지 이어지는 추태를 보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홍재철 현 대표회장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2년 단임제를 연임제로 전격 개정하는 파행을 보였다. 이보다 앞서 한국교회 주요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결의를 무시하고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다락방 류광수, 장재형, 변승우 등에 대한 이단 해제를 결의했다.

기독교감리회 대표회장 선출을 둘러싼 추태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다. 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 개최를 둘러싸고 벌인 회원교단과 비회원교단들간의 갈등은 평가조차 불가능한 수준이하의 행태를 보였다. 정삼지목사의 재정비리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제자교회, 강북제일교회 문제는 수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고 전주 서문교회도 법정 다툼 중에 있다. 한국교회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정의에 대한 올곧은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있으며, 교회 내부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원탁에 둘러앉는 모습도 찾아 볼 수조차 없다. 부흥의 시대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으며 교회의 성장은 갈수록 하향곡선을 큰 폭으로 그려내고 있는 실정이다. 총회는 갈수록 권위를 잃어버리고 정책은 실종된채 정치만 난무하는 패권다툼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총회도 개교회의 참여도 하락에 따른 압박 속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런 난제와 해묵은 과제들이 여전히 우리들에게 산적한 가운데 새해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복음의 능력과 진리위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화해자 되신 그리스도의 능력이 우리 가운데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교회는 갈등의 중재자 되기 위해 사회의 주요 이슈와 현안들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참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교회 내부에 대한 갈등에도 해법을 찾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새해에는 한국교회의 새 모습을 소망해본다.